건설사업계의 이른바 ‘빚 돌려막기’가 진행되면서 금융권 전반의 재무 건전성이 위협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래픽=김영민 기자]
건설사업계의 이른바 ‘빚 돌려막기’가 진행되면서 금융권 전반의 재무 건전성이 위협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래픽=김영민 기자]

[이뉴스투데이 안중열 기자]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시작된 건설사의 ‘은행 빚 돌려막기’가 금융권을 비롯해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은행들이 신청한 담보물 경매 급증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건설업종 대출에 대한 만기 연장이 중단될 경우, 이른바 ‘한계매물’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태영건설 사례를 통해 ‘빚내서 빚을 갚는’ 엇박자 구조와 함께 건설사 신용이 기초담보를 통해 진행되는 부동산 PF의 허점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와 관련, “태영건설 워크아웃발 위기가 건설업계로 확산이 되면 부동산 PF에 돈을 빌려준 금융권 전반을 흔들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태영건설 위기로 시작된 부동산 PF의 연쇄 부실 공포도 불확실한 대내외적인 환경에서 우리 경제의 뇌관을 당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본사에 불이 켜져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본사에 불이 켜져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급격히 늘어난 5대 주요 은행(2023년 1월~11월 말)의 경매 신청 건수도 리스크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주요 은행은 임의·강제로 신청한 경매 건수는 7716건으로, 2022년 말(5214건)보다 무려 2502건나 증가했다.

지난 2022년부터 금리가 폭등하자 자영업자·취약계층의 부담을 덜기 위해 만기연장·이자상환유예 등 금융당국 주도의 정책이 경매 기조를 억제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금리 동결 움직임과 함께 고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대출자들이 부동산 등 담보물건을 은행에 전가하면서 은행권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가 악화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건전성 관리를 위해 선제적으로 부실 채권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경매가 증가했다”면서 “은행권뿐 아니라 2금융권에서도 경매 진행을 위해 법원에 가는 직원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5대 은행 중 한 은행에서만 한 해 동안 약 1000건 가깝게 경매 신청 건수가 늘었다.

은행권 대출이 건설·부동산 업종을 위주로 증가한 만큼 최근 급증한 연체율이 매물을 움직이면서 제1금융권보다는 후순위 채권자인 2금융권의 부실이 우려되고 있다.

고금리·대출규제에 거래가 멈추면 매물 증가와 함께 반등 가격을 고려할 때 선순위 채권자인 은행은 경매 후 원금을 회수할 수 있지만, 가격이 하방으로 경직화되면 2금융권이 버틸 체력이 한계에 다다르게 된다.

한국은행이 ‘업종별 대출 집중도’ 분석 결과 지난해 3분기 기준 부동산업의 집중도는 5개 업종(부동산업·건설업·숙박음식·도소매·제조업) 중 가장 높은 3.3였다.

전체 금융기관의 건설업·부동산업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2분기 1.75% 수준으로, 전년동기(0.72%)비 두 배 이상(2.4배) 급증했다.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법정 입구가 법정 입구. [사진=연합뉴스]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법정 입구가 법정 입구.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경·공매 데이터 전문업체 지지옥션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해 5월 이후 8개월 만에 80%대에서 70%대로 하락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경매로 나온 서울 아파트의 지난달 낙찰가율은 77.17%였다”면서 “사업성을 이유로 만기 연장이 어려워지면서 매물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올해는 지난해 대비 만기 연장률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선순위 대주단은 중·후순위 대주단과 영업실적과 수익기반 리스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만기연장에 동의해왔다”고 진단했다.

다만 “앞으로 사업성 회복이 불투명한 사업장을 끌어안고 가기가 어려워진 만큼 시간과 비용을 추가 투입할 여력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면서 “만기연장이 끝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경계했다.

이어 “부동산 매매 감소와 미분양 증가 등 현 구조에서 시간을 투입하더라도 사업성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업장이 속출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선순위 대주단이 오히려 미회수분 충당금 적립·상각 처리와 후순위 대주와 지분 투자자의 비중을 정리해 사업 수지를 신규 거래로 전환할 수 있는 수익 추구 전략 전환이 예상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도 “고금리에 따른 한계매물이 올해부터 본격화로 쏟아질 것”이라며 “시장이 매물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은행에 타격은 없지만,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 충격이 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부동산 PF 위험노출액은 163조4000억원으로, 이중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무려 134조300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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