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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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건설업 부진 등 수요산업 위축으로 가격인상을 최대한 절제해 왔던 철강업계가 최근 급등하는 원자재값 등을 고려해 철강재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반면 지난해 국내 철강 시장에 수입산 역시 급등하는 등 가격 경쟁력이 도마에 오르고 있어 업계로서는 진퇴양난에 빠진 모양새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중국산 철광석 수입 가격은 톤당 140.3달러를 기록 지난달 5일 131.4달러 대비 6.8% 상승했다.

이처럼 철광석 가격이 톤당 140달러대까지 오른 것은 2022년 6월 이후 1년 6개월여 만이다.

최근 철광석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 요인으로 업계는 중국 중앙정부가 재정 부양책에 나서고 소비심리가 살아나면서 지난해 경기가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즉 최대 철광석 수입국인 중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자국 내 철강 제품 생산량을 늘리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업계는 수요 부진과 더불어 원자재가격 상승 등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지난해 국내 철강재 시장은 저가의 수입산 철강재로 인해 몸살을 앓아왔다.

◇ 中 내수진작에 철광석값 들썩···철강재 수입도 급증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철강재 수입량은 총 1554만9000톤으로 집계돼 2019년 이후 최대 규모다. 이는 전년 1411만3000톤 대비 10.2% 늘어난 수치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872만5000톤으로 가장 많았고 일본이 560만5000톤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들 국가는 우리나라 전체 수입량의 92.2%를 차지했다.

특히 중국산 철강재 수입량 급증은 매서울 정도다. 2022년 675만6000톤이 수입된 반면 지난해에는 30% 급증했다.

이 같은 수치는 중국 철강사들이 내수부진으로 늘어나는 재고를 소화하기 위해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선 것이 영향을 미쳤다.

중국철강공업협회는 지난해 중국의 철강 수출양이 9000만톤을 돌파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전년(6732만톤) 대비 약 34% 증가한 것이다.

더욱이 글로벌 철강업계에서는 내수 부진을 겪고 있는 출국 철강업계가 큰폭의 감산에 돌입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결국 일부 감산에도 자국 내 수요가 따라오지 못하는 등 막대한 재고가 쌓이게 된 것이 글로벌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욱이 석탄 연료 기반으로 한 저가 공세를 지속하고 있는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철광석 가격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업계로서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광석 가격은 톤당 140달러에 육박하며 지난해 상반기 대비 30% 이상 급증했지만 값싼 수입산 철강재로 인해 철강업계 역시 고민에 빠진 모양새다.

조선업계는 후판 가격협상을 두고 국내산 후판 가격이 비싸다며 볼멘소리가 이어졌고 결국 상반기 대비 소폭 하락하는 선에서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마무리 짓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의 내수 진작이 또다시 철광석 가격 상승을 부추기면서 국내 철강업계로서는 진퇴양난에 처했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국내 주요 철강사들의 실적 개선을 위해 중국 철강가격이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규익 SK증권 연구원는 “현대제철의 연결기준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매출액 6조원, 영업손실 502억원을 각각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고로 실적은 올해 견조할 가능성이 높지만 건설 업황 부진 속에 전기로 판매 부진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중국 정책 효과가 발휘돼 철강가격이 상승한다면 국내 대형 철강사 중에서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중국 정부의 정책이 아직 지표 개선으로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기대감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국내 주요 철강사들은 급등하는 원자재값을 고려해 어쩔 수 없이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는 데에 힘을 실고 있다.

더욱이 철근, 형강 등 전기로에서 생산되는 철강제는 원가연동제가 적용되는 만큼 이들 제품의 원료가 되는 철스크랩(고철) 가격 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톤당 38만500원까지 하락한 철스크랩 가격이 올해들어 40만원(중량A, 도착도 기준)을 기록하는 등 가격이 반등했다.

업계는 철스크랩 가격이 지난해 건설 등 전방산업 수요 둔화를 반영해 바닥을 다진만틈 향후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포스코 현대제철 등 주요 제강사들의 철스크랩 재고가 지난해 11월 말 100만톤을 웃돌다가 지난해 12월말 90만톤선이 무너졌고 최근 80만톤선을 겨우 유지하고 있는 점도 가격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 업계, 중국 눈치보기만···고심 끝 가격인상 ‘임시방편’

이에 포스코는 강관사향 열연에 대해 1월 계약분부터 톤당 5만원 인상을 결정했고 현대제철 역시 열연과 함께 유통향 후판에 대해서도 톤당 5만원 인상을 결정했다. 

동국제강도 지난 12일부터 H형강 유통향 공급가격을 톤당 5만원 인상했다.

다만 이 같은 가격 인상 조치 역시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아직 중국 내수시장이 회복되지 않으면서 철강재 수요 부진이 이어지고 있고 국내도 건설경기가 대폭 위축되면서 철강재 사용량도 상당수 감소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재 철스크랩 가격 상승에 따라 제품 가격을 인상해야 할 필요가 있어 내린 결정이긴 하나 시장 상황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말했다. 

더욱이 아직 저가의 수입산 철강재가 지속적으로 공급량을 확대하는 점도 국내 철강사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주로 중국산, 일본산 형상은 국내산에 비해 약 10%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철강업계는 원가 절감 노력을 지속하고 전기차 시대를 맞아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친환경 규제 대응력 강화 등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경영 환경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나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는 지금이 지속 가능한 성장과 친환경 철강사로 거듭나기 위해 수소환원제철 등 설비 전환과 사업 재정비에 속도를 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올해 저성장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전방산업 부진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의 어려움 역시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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