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니 다들 ‘탄소중립’을 말하고 있다. RE100(재생에너지 100%)은 그 용어조차 낯설다. 하지만 우리는 겨울철 심한 미세먼지를 경험하고 점점 더 강한 태풍이 한반도를 덮치는 여름을 보내며 기후위기를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곤 한다. 2024년을 맞아 석탄부터 신재생에너지까지 에너지원을 차례로 짚어보며 우리나라가 탄소중립시대 에너지산업 강국으로 나갈 수 있는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작업을 마친 탄광 노동자들이 강원도 태백시 장성광업소 장성갱구에서 걸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작업을 마친 탄광 노동자들이 강원도 태백시 장성광업소 장성갱구에서 걸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덕형 기자] 대한민국 경제개발 시대를 이끌며 에너지산업의 근간을 이뤄온 국내 석탄 생산이 막을 내린다. 동시에 관련 공공기관들은 차례대로 통‧폐합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14일 대한석탄공사에 따르면 오는 2025년 도계탄광을 마지막으로 석탄공사 소속 탄광은 모두 폐광하기로 결정했다.

정부가 지난 1980년대 이후 40여년에 걸쳐 추진한 ‘에너지 및 자원 산업 합리화 정책’의 결과로 이어진 산업 구조 개편의 회오리에서 석탄 생산은 경쟁력을 잃고 밀려나는 것이다.

석탄 생산을 핵심 사업으로 펼쳐온 석탄공사도 석탄 생산사업 중단 이후 석탄 판매 사업을 이어가거나 한국광해광업공단으로 통합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석탄공사는 올해 6월 강원도 태백시 장성탄광, 2025년에는 강원도 삼척시 도계탄광 등 보유한 모두 탄광을 폐광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탄광을 조기 폐광하면 약 1조원의 국가재정 절감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석탄공사도 연탄수요 감소 등으로 부채가 누적돼 지난 2022년 기준 부채가 2조3470억원에 이르렀다.

석탄공사는 그동안 국내에서 생산한 석탄을 연탄 제조 등에 주로 사용해 왔다. 상대적으로 수요량이 많은 발전용 석탄도 석탄화력발전소가 축소하며 절대적인 수요량이 적어졌고 그나마 저렴한 러시아 등 수입산 석탄에 밀려난 실정이다.

◇정부, 석탄산업 정리 수순···탄광 폐광·석탄발전소 폐쇄 

탄광 폐광과 맞물려 전국의 석탄화력발전소도 차례차례 문을 닫는다.

지난해 확정된 제10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전국 석탄발전소 58기 중 노후된 28기가 오는 2036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쇄된다. 지난 2020년 충청남도에 위치한 보령 1·2호기가 문을 닫았고 현 정부에선 2025년 충남 태안 1·2호기를 시작으로 경남 삼천포 3·4호기, 보령 5·6호기 등이 폐쇄 절차를 밟게 된다. 이를 통해 정부는 지난 2022년 기준 32.5%인 석탄화력발전 비중을 2030년 19.7%, 2036년 14.4%로 줄여간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석탄발전소 폐지로 생업을 잃게 되는 사람들이다. 산업부는 지난 2021년 용역보고서를 통해 석탄발전소 폐지에 따른 생산유발감소 금액이 충남에서만 19조6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전국적으로 2만5000명 이상의 취업유발감소가 나타난다고 예측했다.

정부가 추산하는 석탄발전소 노동자는 발전사 6000여명과 협력사 9000여명을 포함한 약 1만5000명이다. 더욱이 발전소 폐쇄 시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해고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폐쇄된 석탄발전소 8기 인력 1268명 가운데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 등으로 재배치되지 못하고 감축된 78명은 모두 협력사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정부는 석탄발전소 노동자가 LNG발전소로 일자리 전환에 성공하는데 정책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LNG발전은 일반적으로 필요인력이 석탄발전 대비 75% 수준이다. 게다가 정부는 LNG발전소 역시 발전 비중을 단계적으로 감축할 계획이라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국에서 탄광과 석탄발전소가 차츰 문을 닫으면서 석탄공사도 그 기능과 조직을 유지할 명분이 사라지고 있다.

석탄공사는 지난 1980년대 말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을 시작한 이래 점점 규모가 줄어 들어왔다. 본래 본사가 여의도에 위치했으나 지난 2007년 의정부시로 이전한 데 이어 2014년에는 강원도 원주에 자리잡게 됐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석탄공사 임직원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633명인데 탄광이 모두 폐쇄되면 현장 직원 총 551여명이 퇴직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025년 탄광의 폐광이 모두 마무리되면 석탄공사에 판매 등을 담당하는 본사 인력 100여명도 채 남지 않게 되는 것이다.

◇석탄공사 운명도 곧 결정 예정

정부는 석탄공사의 미래에 대해 이미 여러 각도로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는 지난해 말 국내 탄광 조기 폐광 방침에 따라 석탄공사 운영 방향 설정을 위한 연구용역에 들어갔다.

특히 이번 용역 사항에 석탄공사 소유 재고탄과 광업소 주요 자산 등을 정리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어 사실상 공사 자체에 대한 정리 수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도 상당하다.

다만 업계에서는 조직 청산보다는 유관기관과의 통·폐합을 예측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2016년부터 석탄공사를 구조 조정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고 신규 직원 채용을 전혀 하지 않으며 매년 감원·감축을 진행해 온 점도 이러한 분석에 설득력을 싣고 있다.

석탄공사 관계자는 “현재 본사에 남아있는 직원은 100명도 안된다”며 “올해 말에는 50명 안팎까지 줄어들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통합 대상으로 언급되는 광해광업공단도 입장이 난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안팎에서는 광해광업공단이 이미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자칫 부채가 상당한 석탄공사와의 통합이 향후 자신들의 미래에 악영향을 주게 될까 곱지 않은 시선도 나오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아직은 석탄공사가 어찌될 지 내부적으로 전혀 검토된 바 없다”면서도 “정부 에너지계획에 따라 다년간 진행된 사안인 만큼 조만간 용역 결과가 나오면 국회 및 관계기관 등과 협의를 거치는 과정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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