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의왕사업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 의왕사업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이뉴스투데이 김덕형 기자] 롯데건설 유동성 위기설이 퍼지자 롯데건설의 최대 주주인 롯데케미칼의 재무 상황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산적한 현안을 안고 있고 9조원이 넘는 차입금 부담이 확대되고 있어 롯데건설이 실제 자금난에 빠질 경우 롯데케미칼이 받게 될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신용평가기관과 증권업계 분석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1분기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를 고려하면 자금 유동성 리스크가 현실화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승준 하나은행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신용평가 자료에서 도급 PF 규모가 크고 1년 내로 돌아오는 PF가 유동성보다 크며 양호하지 않은 지역에서 도급 PF를 보유하는 비중이 높다는 공통점을 지닌 기업은 태영건설과 롯데건설”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롯데건설에 대해 그는 “올해 1분기까지 도래하는 롯데건설의 미착공 PF(브릿지론) 규모는 3조2000억원인 반면 현재 현금성자산은 2조2591억원으로 1년 안에 도래하는 차입금 2조1000억원과 1분기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PF 우발채무를 고려하면 롯데건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PF는 은행‧증권사 등 금융기관이 특정사업의 사업성과 장래 현금흐름을 보고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기법이다. 우발채무란 장래에 일정한 조건이 발생했을 경우 채무가 되는 것으로 불확정채무라고도 한다.

다만 롯데건설은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해 PF 우발채무 관리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현재까지 약 1조6000억원 규모의 PF 우발채무를 줄였고 지난해 말 대비 차입금 1조1000억원 및 부채비율 30% 이상을 감소시켰다”며 “현금성 자산을 2조원 이상 보유하고 있고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은 1조8000억원으로 대부분 연장협의가 완료됐다”고 말했다.

또 그는 “올해 1분기 만기가 도래하는 미착공 PF 3조2000억원 가운데 2조4000억원은 이번달 내 시중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 펀드 조성 등을 통해 본 PF 전환 시점까지 장기 조달구조로 연장한다”며 “8000억원은 1분기 내 본 PF 전환 등으로 PF 우발채무를 해소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롯데건설 위기 현실화될 경우, 롯데케미칼 타격 불가피

하지만 석유화학업계에서는 롯데건설의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하면 롯데케미칼에 미치는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롯데건설 지분 44.02%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롯데케미칼은 지난 2022년 10월에도 롯데건설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나선 적이 있다.

당시 롯데건설은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으로 건설업계가 PF 자금시장 경색에 빠지자 유상증자와 단기차입을 진행한 적이 있다. 

이때 롯데케미칼이 롯데건설의 20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롯데케미칼은 당시 지분율인 43.79%에 따라 876억원 가량을 롯데건설에 출자했다. 또 롯데케미칼은 당시 롯데건설에 5000억원을 3개월간 대여하기도 했다. 

롯데케미칼의 자금 지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에도 롯데케미칼 자회사 롯데정밀화학이 롯데건설에 운영자금 명목으로 3000억원을 3개월 대여했다.

문제는 롯데건설이 자금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해오던 롯데케미칼이 최근 석유화학 업황 불황으로 자금 여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점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22년 영업손실 7626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에도 적자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이같이 재무상황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지만 롯데케미칼은 지속적인 석유화학 업계 불황의 늪을 벗어나기 위해 신성장 동력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도 2조7000억원 규모의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해 배터리소재사업 역량을 강화했다. 

롯데케미칼의 공격적인 투자는 이뿐만 아니다. 지난해 11월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는 2024년 자본지출(CAPEX) 투자액을 인도네시아 대규모 석유화학단지 건설사업을 포함한 3조원 수준으로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러한 대규모 투자에 재무부담은 크게 늘어난 상태다. 롯데케미칼의 차입금은 지난 2022년 말 6조1679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9조4674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에 대한 이자비용도 올해 1~3분기에만 2660억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2022년 전체 이자비용은 1499억원이었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 사업전환 시점인데···신사업 동력 꺼질까 우려

업계에서는 롯데케미칼이 미래 경쟁력 확보와 기업 가치 향상을 위해 다양한 투자를 진행하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실적이 가시화하지 않은 채 재무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롯데케미칼은 지난 2022년 연결기준 매출은 22조2761억원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연간 매출은 19조9830억원(1~3분기 누적 14조7503억원·4분기는 전망치)으로 전년 대비 매출이 2조원 이상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석유화학업계에서는 롯데케미칼이 지금처럼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을 위한 투자에 나서는 시점에 자칫 롯데건설이 성장동력을 갉아먹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이 한계 사업을 정리하고 지역별 특성에 맞춘 전략을 구사하며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적극 확대해 나가는 전략은 개선의 여지가 크지 않은 석유화학업체들의 현실을 볼 때 바람직한 방향 설정으로 볼 수 있다”며 “다만 롯데건설의 해명처럼 PF 만기가 연장됐다고 하더라도 본 PF로 전환되지 않는 한 리스크는 다시 돌아올 수 있고, 기업이 충분히 자금 확보가 가능한 상황인데도 시장 내 투자자 기피가 심화돼 진짜 유동성 위기가 닥쳐올 수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롯데케미칼이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이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롯데건설의 자금 유동성 위기가 아직 실현되지 않았으며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롯데건설은 태영건설과 상황이 다르다고 밝힌 만큼 롯데케미칼이 실제 자금 여력을 걱정하거나 롯데건설에 대한 지원을 고민할 시점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이와 같은 업계 우려에 대해 롯데케미칼 측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치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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