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HD한국조선해양]
[사진=HD한국조선해양]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제2의 호황기를 맞고 있는 조선업계가 그간 선별 수주를 통해서 한정된 도크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확보에 성공한 가운데 올해 들어 고도화를 통한 실적 극대화를 추진한다. 더욱이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수주 물량이 감소하고 있어 피크아웃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국내 조선업계는 친환경 기술을 앞세워 파고를 넘겠다는 각오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조선 3사가 올해 들어 수주 목표량을 감축하는 등 숨고르기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먼저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수주 목표치를 135억달러(17조7052억원)로 잡아 지난해 연간 수주 목표치 157억4000만달러(약 20조6430억원)에 비해 22억달러 낮췄다. 지난해 실제 수주 실적 259억85000만달러(약 34조895억원)과 비교하면 40% 가량 낮은 수치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이미 3년 치 이상의 수주 잔량을 확보한 상태”라며 “친환경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종 위주의 선별 수주 전략으로 수익성을 제고하고자 올해 수주 목표액을 보수적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아직 연간 수주 목표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HD한국조선해양과 같이 수주 목표를 낮춰 잡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각각 목표액 95억달러의 87%인 84억달러 수주에 머무른 만큼 올해 목표치의 하향 조정이 예상된다.

힌화오션 역시 지난해 연간 수주 목표였던 69억8000만달러 대비 절반에 불과한 40억달러(57.3%)를 수주한 바 있다. 특히 이들은 올해부터 수주 목표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지난해 대비 축소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는 무리한 목표 설정으로 인한 저가 수주를 지양하고 수량보다 질적 성장에 포커스를 맞추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2년 반 이상의 안정적인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라 물량 확보에 치중한 목표성 수주를 지양하고자 한다”면서 “기존과 같이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선별 수주 전략을 지속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조선 빅3가 일제히 연간 수주 목표량을 하향 조정하는 배경에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발주 수량 자체가 축소되고 있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올해 발주량 24.7% 감소 전망···신조선가 유지 ‘시장개편’ 

이에 일각에서는 ‘피크아웃’(최고점을 지나 하락하는 추세)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는 이유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최근 ‘해운·조선업 2024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글로벌 신조선 시장의 발주량은 지난해 대비 24.7% 감소한 2900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예상했다.

연구소는 “최근 수년간 신조선 시장의 호조를 끌어온 가장 중요한 선종 중 하나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은 지난 수년간의 집중 발주로 필요물량에 다다르고 있어 점차 수요가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글로벌 해운 시장 악화로 선사들의 신규 투자 역시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 리서치 역시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올해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에서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선종별로는 LNG(액화천연가스)선과 컨테이너선 발주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국내 조선업체들은 공격적 신규 수주로 대응하기보다 선별 수주를 강화하는 등 수익성 확보에 무게 중심을 두겠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특히 업계는 신규 발주 물량이 줄어들고 있지만 신조선가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로 신조선가는 지난 10년 중 정점을 찍고 있다.

신조선가는 지난해 5월 170.11로 올라선 뒤 170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4일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 선박 수주량은 185만CGT로 전월(245만CGT) 대비 25% 감소했고 전년 동기(340만CGT) 대비 48% 감소했지만 신조선가는 178.36을 기록해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선종별로는 2022년 말 선가와 비교해 LNG운반선은 2억4800만달러에서 2억6500만달러로, 초대형 유조선(VLCC)는 1억2000만달러에서 1억2800만달러, 초대형 컨테이너선(2만2000~2만4000TEU)은 2억1500만달러에서 2억3550만달러로 각각 6.9%, 6.7%, 9.5% 상승했다.

업계는 지난해 국내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벌크선과 컨테이너선 등을 배제하고 LNG운반선 등 고부가 선박 위주로 선별 수주한 것이 실적 개선을 이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한화오션의 경우 지난해 수익성이 떨어진 컨테이너선을 단 한 척도 수주하지 않는 등 철저하게 고수익 선박 위주로 선별 수주를 진행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중국 업체들은 저가 전략을 바탕으로 수주량을 끌어올려 지난해 수주 물량에서는 우위를 점했다.

다만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선박 발주량도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선종에 따라 수주 금액의 양극화 현상도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친환경 메탄올 추진 PC선.[사진=현대미포조선]
친환경 메탄올 추진 PC선.[사진=현대미포조선]

◇친환경 교체 수요 긍정적···고부가 선박 수주 ‘순항 중’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고부가 선박을 중심으로 수주전략을 펼치고 있는 한국 조선업계로서는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일찌감치 3~4년치의 일감을 쌓아두는 등 조선업계 수주량이 건조량을 역전하면서 선주사와의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

또 국내 조선업계가 차세대 친환경 선박 기술 확보에 적극 나서며 친환경 선박 수주를 주도하고 있는 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 규제에 따라 친환경 선박으로 교체해야 하는 시점이 빨라지면서 오는 2026년 전 세계 선박 중 탱커 37%, 벌크선 50%, 컨테이너선 40% 가량이 IMO로부터 선박탄소집약도지수(CII) ‘D’ 또는 ‘E’ 등급을 부여받을 것으로 전망돼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 등에서 친환경 규제에 따라 국내 조선사들이 접근 가능한 세계 선박 교체시장 규모만 지난해 2700억달러에서 오는 2026년 3900억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양형모 DS투자증권연구원은 “전 세계 주요 조선소의 슬롯은 제한적”이라며 “본격적으로 교체발주가 시작되면 선가는 추가로 상승하고 조선소 생산능력 부족으로 집중 발주가 이뤄질 전망이다. 국내 조선소는 최대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분석을 내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수주량이 감소하고 있는 것은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선주사들로서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하지만 친환경 교체 수요가 꾸준히 지속될 것으로 보여 무리한 수주 보다 고수익 선박 수주를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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