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니 다들 ‘탄소중립’을 말하고 있다. RE100(재생에너지 100%)은 그 용어조차 낯설다. 하지만 우리는 겨울철 심한 미세먼지를 경험하고 점점 더 강한 태풍이 한반도를 덮치는 여름을 보내며 기후위기를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곤 한다. 2024년을 맞아 석탄부터 신재생에너지까지 에너지원을 차례로 짚어보며 우리나라가 탄소중립시대 에너지산업 강국으로 나갈 수 있는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지난해 10월 광주광역시 남구 송하동 남선연탄 공장에서 인부가 석탄 가루를 운반하고 있다. 지난 1954년 생산에 들어간 남선연탄은 올 겨울 경영난으로 폐업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0월 광주광역시 남구 송하동 남선연탄 공장에서 인부가 석탄 가루를 운반하고 있다. 지난 1954년 생산에 들어간 남선연탄은 올 겨울 경영난으로 폐업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덕형 기자] 한국전력이 러‧우 전쟁 이후 급등한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으로 역대급 적자에 빠진 상황에서 국내 전력수급 안정화에 묵묵히 책임을 다해온 발전 원료가 석탄이다. 하지만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환경오염의 주범이란 이유로 산업 동력으로서 역할을 잃어가고 있다.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는 지난달 12일(현지시간) 아랍에미레이트(UAE) 두바이에서 폐막했다. 총회 막바지까지 논의가 계속되다 진통 끝에 ‘탈화석연료 전환’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앞서 COP28 의장국 아랍에미레이트(UAE)가 쓴 합의문 초안에는 화석연료 ‘퇴출’ 문구가 빠지면서 거센 논란이 일었지만 마라톤 회의 끝에 석탄 발전에 대한 ‘단계적 감축’ 문구가 삽입된 것이다. 이번 COP28에서는 석탄감축과 화석 에너지 퇴출 문구 대신 전환이 들어가고 시한도 정하지 못했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향후 COP29나 COP30에서 기한을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의 미래에 먹구름이 드리운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석탄이 여전히 전력수급의 소임을 다하고 있다.

실제 한전 전력통계월보를 보면 지난 2022년 석탄화력발전소는 총발전량의 32.5%에 해당되는 약 193TWh(테라와트시)의 전력을 생산해 연료별 전력 생산량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력 생산량의 29.6%를 차지한 원자력이나 27.3%를 차지한 LNG 복합 등과 비교해 여전히 높은 수치다.

◇ 석탄, 높은 전력 생산 기여에도 퇴출 시한 임박

이 같은 국내 현실을 고려하면 국제사회가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탈화석연료를 제시한 점은 한국 정부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정부 계획에 따르면 2050년에도 석탄화력발전소를 가동하기 때문이다. 강원도 삼척시에 지은 삼척 석탄화력발전소(삼척 블루파워)는 올해 초 가동을 시작해 2053년에 폐쇄될 예정이다.

석탄화력발전이 사라지는 일은 단순히 전력생산구조를 변화시키는데 그치지 않는다. 석탄화력발전소가 밀집해 있는 충청남도 보령시에 위치한 보령화력발전소 1·2호기는 지난 2020년 폐쇄됐다. 정부 계획으로는 오는 2026년엔 보령화력 5·6호기도 폐쇄될 예정이다.

보령시에서는 1‧2호기 화력발전소가 폐쇄된 직후인 2020년 12월, 10만명을 턱걸이했던 인구가 2023년 11월 기준 9만5925명으로 줄어들었다. 주민들은 간신히 버티던 10만명 선이 발전소 폐쇄로 무너졌다고 보고 있다.

충남에서 석탄산업의 쇠락이 가장 먼저 현실로 나타난 이유는 이곳이 대표적인 석탄화력발전소 밀집지역이기 때문이다. 2023년 11월 기준 전국 석탄화력발전소 59기 가운데 29기가 보령 태안 당진 등 충남 서해안 지역에 밀집해 있다. 경상남도 14기, 강원도 7기, 인천광역시 6기, 전라남도 2기에 비해 압도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제10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따라 충남지역 석탄화력발전소 14기가 폐쇄되면 연간 생산유발금액 약 24조2870억원이 감소하고 약 1만1405명이 일자리를 상실하는 등 연간 33조9720억원의 경제가치가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들 지역은 인구소멸시대에 발전소 폐쇄만으로도 심각한 지역경제 타격이 불가피한 소위 지방의 소외지역이다. 2023년 11월 기준 충남 태안군 인구는 6만806명에 불과하다. 태안군에 따르면 6기의 발전소가 폐쇄될 경우 직원 900명과 가족 등을 포함해 3000여명의 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더 큰 문제는 발전소 직원 및 가족들이 지역에서 중산층을 형성하고 있는 주요 소비계층이란 점이다.

◇ 1970년대 전성기 넘어 대기 오염 주범 낙인으로

이와 같이 석탄산업이 소멸 단계까지 내몰리게 됐지만 분명한 건 석탄은 그간 인류의 주력 에너지원이자 주요 발전동력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석탄은 언제 발견됐고 최초의 석탄화력발전소는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까.

우리나라 역사에 나타나는 최초 석탄 기록은 ‘삼국사기’서 찾을 수 있다. 신라 진평왕 31년인 서기 609년 모지악(毛只嶽) 동토함 산지에 불이나 10월 15일에 이르러서야 꺼졌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모지악은 현재 경상북도 포항의 갈탄 지역으로 추정된다. 이후 인류가 대량으로 석탄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한 시기는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으로 증기기관이 대중화된 다음이다.

구미 각국의 근대화 물결 속에 석탄이 빠짐없이 등장하듯 우리나라 최초의 석탄화력발전소도 전통사회에서 근대사회로 변화하는 시기에 처음 건설됐다. 바로 서울 마포구에 위치했던 당시 ‘당인리 발전소’로 불린 서울화력발전소다. 지난 1930년 11월 국내 최초로 1만kW(킬로와트) 규모로 준공됐다. 이후 1936년 10월에는 1만2500kW 규모의 2호기가, 1956년 3월에는 2만5000kW 규모의 3호기가 지어졌다.

하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석탄화력발전소 총 3기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지난 1969년 발전연료를 중유로 바꾸면서 당인리 발전소는 ‘서울화력발전소’로 이름을 바꿨고 1982년에는 3호기마저 폐쇄됐다.

현재는 해당 발전소 부지 지하에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 방식인 ‘서울복합화력발전소’가 들어섰다. 여전히 이곳 발전소에서 서울 전체 가구의 절반인 185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으며 여의도·마포 등지에 있는 10만 가구에 열을 제공하는 중이다.

그렇다면 우리 역사에서 석탄산업의 전성기는 언제였을까. 지난 1973년 중동발 오일쇼크가 발생하자 당시 박정희 정부는 주력 에너지원을 석탄에서 석유로 전환하던 정책 방향을 선회해 우리땅 지하에 부존한 14억톤의 무연탄을 대량 캐내기로 했다.

이후 전국 360여개의 탄광에서 7만여명의 광부들이 연간 2254만톤의 탄을 캐내는 석탄 전성기가 도래하게 된다.

광산이 소재한 지역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몰려들었고 애국가와 함께 갱구를 빠져나오는 광부들이 TV 브라운관을 통해 산업 역군으로 그려졌다.

하지만 석탄이 산업동력으로 각광받던 시대는 그리 길지 못했다. 지난 1988년 올림픽 개최 이후 국제 원유가격이 안정됐고 석탄은 뿌연 서울 하늘의 주범이자 후진국형 에너지로 낙인찍혔다.

이후 정부는 경제성 없는 탄광의 폐광을 유도하는 석탄합리화정책을 폈고 감산이 거듭되면서 현재 남아있는 탄광은 전국에 3개에 불과하다. 이마저 최근 국제사회서 논의되는 탄소 없는 산업 추세에 맞물려 역사의 마지막을 장식할 운명에 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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