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5일 오후 서울 국회 인근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중단 촉구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2월 5일 오후 서울 국회 인근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중단 촉구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오는 27일부터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5~49인)인 소규모 기업들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면서 중소기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정부가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지원 예산을 투입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등 중대법 관련 대응 전반을 지원하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하고 나섰지만, 대상 기업 전체를 아우르기 어려운 지원 규모와 현재 중소기업계의 인력·예산 수준을 감안했을 때 즉각적인 이행에 나서긴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관련 실태조사에서도 응답기업 10곳 중 9곳이 아직 준비가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면서 이에 대한 추가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문인력 채용부터 사업주가 직접 안전업무를 도맡아 처리해야 하는 소기업들까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 포함됨에 따라 열악한 상황을 감안한 추가 연장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중대법 확대에 불붙는 갈등···적용 시기 놓고 ‘갑론을박’

중대재해처벌법의 확대 적용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해당 법의 적용 대상인 중소기업들은 열악한 여건을 이유로 여전히 유예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1일 정부에 따르면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에게도 법적 책임을 묻는 중대법이 27일부터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다만 경영계를 중심으로 전면 적용이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2년 재유예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 중대법의 적용이 소기업에 많은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실시한 상시근로자 50인(건설공사 50억) 미만 1053개 기업을 대상으로 중대법 이행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 기업의 94%가 현재도 법 적용을 준비 중이며, 이 중 87%는 남은 기간 내에 의무 준수 완료가 어려운 것으로 집계됐다.

응답 기업 2곳 중 1곳은 안전보건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없었으며, 담당자가 있다고 한 기업 중 57%는 ‘사업주 또는 현장소장’이 안전 업무를 수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규모 기업은 안전관리자 등을 선임할 의무가 없을뿐더러 인건비 부담 및 인력난 등으로 전문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사업주가 직접 안전 업무까지 도맡아 처리해야 하는 열악한 상황이 조사 결과에 나타난 것으로 경총은 풀이했다.

중기중앙회가 5인 이상 50인 미만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50인 미만 중소기업의 80.0%는 ‘중대법 시행에 준비하지 못했다’고 응답했으며, ‘중대법 시행에 상당 부분 준비가 됐다’는 응답은 18.8%에 그쳤다. 중대법 시행 2년이 지났음에도 준비하지 못한 이유로는 ‘전문인력 부족’, ‘예산부족’, ‘의무 이해 어려움’ 등이 꼽혔다.

이에 중소기업계는 중대법 확대 적용 유예 기간 연장을 다시 한번 촉구하고 나섰다. 유예기간 연장 후에는 추가 유예를 요구하지 않겠다고도 강조했다.

중소기업중앙회를 중심으로 한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12월 27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83만이 넘는 50인 미만 사업장 대다수는 만성적인 인력난과 재정난, 그리고 정보 부족으로 인해 아직 중대재해법 시행에 준비돼 있지 못한 상황”이라며 “앞으로 2년이 중대재해 감축을 위한 골든타임이라는 심정으로 정부, 근로자와 함께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나갈 것이며, 유예기간 연장 이후에는 추가 유예를 요구하지 않겠다. 노동계도 반드시 사업주를 처벌해야만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노사 협력을 통한 산업안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함께해주시기를 요청드린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중대법 확대 적용 연장과 관련, 여야가 평행선을 달림에 따라 유예안 처리는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여기에 노동계도 중대법 적용 유예 연장 논의 중단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양측의 의견 대립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중대재해법 제정 이후 3년 동안 진행하고 실패로 귀결된 대책을 포장지만 바꾸어 여론을 호도했다”며 “정치적 선언에 불과한 정부 사과, 경영계 약속과 맹탕 대책뿐인 정부 대책을 빌미로 한 정치적 거래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코앞으로 다가온 확대 적용, 무엇이 달라지나

정부에 따르면 향후 2년간 50인 미만(5~49인) 사업장을 대상으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지원 등을 통한 중대재해의 획기적 감축을 위해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업 지원대책’을 추진한다.

독산동에 위치한 주석 생활용품 생산 공장. [사진=연합뉴스]
독산동에 위치한 주석 생활용품 생산 공장. [사진=연합뉴스]

이번 대책은 범부처 지원사업과 민간 자율 추진사업 등을 골자로 노사 양측의 요구안과 현장 적용이 필요한 주요 4대 분야·10대 과제가 담겼다.

우선 관계부처·공공기관 및 협·단체 등이 참여하는 민관합동 추진단을 구성하고, 50인 미만 전 사업장 83만7000개 대상으로 자체 진단하는 ‘산업안전 대진단’을 실시한다.

31만개 사업장을 대상으로는 신속한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을 위해 컨설팅 및 교육·기술지도의 서비스 품질 제고 및 지원을 확대하고, 외국인력 대상 안전교육 프로그램도 신설·강화된다.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안전보건관리 전문인력 해소에도 나선다. 전문교육과정 운영, 산업안전 전공학과 추가 신설, 안전관리자 자격인정 요건 완화 등을 통해 2026년까지 2만여명 전문인력을 양성한다. 특히 공동안전관리전문가 지원사업(600명) 신설을 통해 안전관리 컨설팅 등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사업장의 노후·위험공정 개선 및 스마트 안전장비 도입비용 등을 지원하기 위해 대상으로 안전동행 지원사업을 확대한다. 부처협업형 산업재해 예방모델 발굴·확산 등도 추진할 예정이다.

민간 중심의 중대재해 지원체계도 구축된다. 중소기업계 차원에서 자구책 마련과 함께, 소규모 사업장이 밀집하여 안전관리가 취약한 산업단지에 대한 통합안전관리 지원이 이뤄질 전망이다.

공공기관이 발주한 건설공사에서 수급업체에 대한 안전관리 지원을 강화하고, 우수 지원사례를 전체 공공기관으로 확산한다. 원청 대기업이 하청 협력사에 대한 안전보건 상생협력 프로그램 등을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인센티브도 부여한다.

또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개편 등을 통해 건설현장 산재예방 투자를 확대하고, 공사단계별 위험요인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안전보건대장 작성항목 정비 등 제도개선도 추진할 계획이다. 더불어 산업재해 예방 및 안전보건 제품·서비스 시장 활성화 등을 위해 안전보건산업 육성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계획이며, 안전보건산업 진흥법령 제정도 검토한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을 통해 그간 분절적·산발적으로 추진돼 온 지원사업들을 종합적·체계적으로 운영해 나가는 한편, 특히 노사 및 전문가그룹 등에서 안전 사각지대로 지목해 온 외국인력, 노후 산업단지, 하청업체 등에 대한 중대재해 예방역량이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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