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사진=신세계백화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사진=신세계백화점]

[이뉴스투데이 김종효 기자] 백화점 3사가 조 단위 매출을 내세우며 불경기에도 ‘역대급 실적’을 세웠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일종의 자존심 싸움이기도 하지만, 각사가 주력으로 하는 매출 포인트 및 마케팅 전략을 파악할 수 있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0일 강남점이 단일 유통 시설 최초로 연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며 “한국 유통업계에 한 획을 긋는 새 기록을 썼다”고 밝혔다. 단일 유통 시설이 연 3조원의 매출을 올린 것은 국내 최초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강남점은 12월 20일까지 올해 누적 매출 3조원을 달성하며 ‘3조 클럽’에 입성했다. 2000년 개점 이후 10년째 되던 2010년 당시 최단 기간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한 강남점은 2019년 국내 첫 2조원 점포가 됐고, 4년 만인 올해 3조원의 벽을 뚫으며 또 하나의 '최초'를 써 내렸다.

단일 점포 3조원은 세계 유수 백화점 중에서도 영국 해러즈 런던(2022년 약 3조6400억원), 일본 이세탄 신주쿠점(2022년 약 3조1600억원) 등 소수 점포만 기록한 드문 성적이다. 백화점 하루 영업시간 10시간을 기준으로 보면 1초에 23만원씩 판매한 셈이며, 강남점의 올해 영업면적 3.3㎡(평)당 매출은 1억800만원에 달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소비 한파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신세계 강남점은 탄탄한 VIP(우수고객)층을 기반으로 성장을 이어갔고, 백화점 주요 고객으로 떠오른 2030세대와 엔데믹 이후 외국인 고객 공략에 성공하며 3조원의 위업을 달성했다”며 “독보적인 브랜드 수와 MD 구성, ‘1등 백화점’을 향한 그간의 과감한 투자와 혁신이 결실을 맺었다”고 분석했다.

이에 롯데백화점은 롯데백화점 본점이 올해 2조 매출을 넘은 것을 토대로 ‘국내 유일 2조 이상 백화점 2개 보유’했다고 강조했다.

1979년 개장한 롯데백화점 본점은 지난해 역대 최대인 1조934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21년 남성해외 패션 전문관 개장을 시작으로 2022년에는 여성, 식품, 뷰티 상품군을 차례로 리뉴얼해 본점의 위상에 걸맞는 '고급화'에 힘쓴 것이 지속적인 매출 성장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2022년부터 백화점, 에비뉴엘, 롯데월드몰이 시너지를 내며 약 5만평 규모의 국내 최대 쇼핑타운으로 재탄생해 지난해 2조598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렇듯 롯데백화점은 올 연말 ‘2조 이상 점포를 2곳이나 보유한 국내 유일의 백화점'이란 타이틀로 실적을 강조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내년 잠실점 3조 매출 돌파와 함께 명실공히 국내 ‘쇼핑 1번지’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더현대 서울 사운즈포레스트 전경. [사진=현대백화점그룹]
더현대 서울 사운즈포레스트 전경. [사진=현대백화점그룹]

‘조 단위 매출’을 먼저 강조한 곳은 현대백화점이다. 

더현대 서울은 올해 1월 1일부터 12월 2일까지 1조41억원 매출을 달성하면서 종전 기록인 2년 2개월을 앞당긴 33개월 만에 ‘연매출 1조원 점포’로 등극했다. 현대백화점은 “서울을 대표하는 트렌디 라이프스타일 공간을 표방한 더현대 서울이 이번 최단기간 1조원 돌파로 한국을 넘어 글로벌 눈높이에 맞는 쇼핑 메카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현대백화점 측은 “더현대 서울은 단순 쇼핑 공간에 머물던 백화점에 대한 인식을 깨고 ‘오프라인의 재발견’, ‘공간 경험의 가치 극대화’ 등 리테일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대한민국 대표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며 “글로벌 수준의 MD 역량과 더현대 서울에서만 만날 수 있는 K패션 브랜드 등 참신한 콘텐츠 발굴 노력, 이로 인한 객단가 상승 등이 최단기간 1조원 돌파 기록에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심각한 불황 속에서도 각자 의미있는 기록을 세운 백화점 3사는 조 단위 매출 달성을 위해 그간 집중한 포인트를 공개했다.

신세계백화점은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최고 매출을 달성한 데는 흔들림 없는 구매력을 갖춘 VIP의 힘이 컸다고 밝혔다. 올해 신세계 강남점 구매 고객 중 VIP의 비중은 절반(49.9%)에 달해 신세계 다른 점포 평균(35.3%) 대비 월등히 높다. 

VIP가 신세계 강남점을 찾는 가장 큰 이유로는 독보적인 MD(상품기획) 역량이 꼽힌다. 지난 2016년 신관 증축·전(全)관 리뉴얼을 통해 서울 최대 백화점으로 거듭난 강남점은 국내 백화점 최다 수준인 1000여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백화점 매출의 가장 큰 부분인 명품 라인업도 빼놓을 수 없다. 에르메스(4개), 루이비통(3개), 샤넬(4개) 등 이른바 3대 명품인 ‘에루샤’를 비롯해 구찌(6개), 디올(4개) 등 럭셔리 브랜드들이 강남점에서만 각각 패션·화장품·주얼리 등 카테고리별 세분화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고소득 가구가 밀집한 강남 지역을 끼고 있다는 점도 VIP 확보에 한 몫 했다고 보고 있다. 엔데믹 이후 가전·가구 성장세가 주춤한 분위기에서도 강남점은 예외였다. 서초 반포·강남 개포 등 강남권 신규 아파트 입주에 힘입어 올해 강남점의 리빙 카테고리는 35.7% 큰 폭으로 성장한 것이다. 억대를 호가하는 고가 가구와 대형 가전도 속속 팔려 나갔다.

이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100명에 달하는 VIP 서비스 전담 인력과 등급별 세분화된 VIP 라운지, VVIP 커스터마이징 등 품격 있는 서비스로 견고한 우수고객층을 유지하고 있다.

주요 소비층도 눈여겨볼 만하다. 30대 이하가 구매객의 40%에 달하고, 특히 20대가 10%를 차지하며 ‘잠재 고객’에서 ‘주요 고객’으로 자리매김한 것이 눈에 띈다. 올해 신규 고객 매출의 절반은 20~30대가 차지했다.

강남점이 이처럼 2030 세대로 고객층 확장에 성공한 것은 스트리트 패션과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대거 들여오면서다. 강남점은 지난해 뉴컨템포러리 전문관을 시작으로 올해 남성 컨템포러리 전문관, 프리미엄 스포츠·아웃도어 전문관 등을 이른바 ‘MZ 브랜드’ 중심으로 새단장해, 수년간 온라인에 집중됐던 영패션 수요를 오프라인으로 끌어오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스트리트 캐주얼(94.6%), 스포츠·아웃도어(51.6%) 카테고리가 젊은 고객들 중심으로 크게 신장하며 매출 3조원을 달성하는 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한정판 굿즈와 체험형 전시 중심의 새로운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소개한 것도 젊은 고객들을 사로잡는 데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신세계백화점 박주형 대표는 “강남점의 국내 최초 단일 점포 3조원 달성은 과감한 투자와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얻어낸 귀중한 결실”이라며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백화점으로서, 신세계는 고객의 삶에 쇼핑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또 한 걸음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본점 전경. [사진=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본점 전경. [사진=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은 본점 매출 신장의 요인으로 가장 먼저 외국인 관광객 증가를 꼽았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본점은 올해 서울시와 함께한 ‘명동 페스티벌' 등의 상권과 연계한 대형 이벤트를 비롯 마뗑킴, 앤더슨벨과 같은 글로벌 인기의 K패션 유치 등으로 외국인 관광객 매출이 지난해 대비 4배가량 크게 증가하는 등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국내를 대표하는 백화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잠실 롯데월드몰은 MZ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국내 최초의 플래그십 매장들과 F&B 매장의 입점, 아트리움 광장에서 펼쳐지는 체험형 초대형 팝업 등으로 MZ들의 성지로 각광받고 있다. 에비뉴엘 잠실점의 경우 3대 럭셔리 브랜드인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과 롤렉스 매장이 나란히 1층에 위치해 독보적인 위상을 자랑한다.

이에 올해 에비뉴엘 잠실점은 단일 명품관 기준 국내 최초로 1조원을 달성할 것이 확실시 된다. 올해 3월에는 최고급 수요를 공략하는 럭셔리 브랜드 전용 팝업 공간인 '더 크라운'을 기존 지하 1층에 조성하고 보테가 베네타를 시작으로 루이비통, 끌로에, IWC, 티파니 등 최고급 브랜드의 상품과 트렌드를 선도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MZ세대의 관심이 더현대 서울의 폭발적인 성장 배경이라고 밝혔다.

더현대 서울이 코로나19 장기화와 경기 불황의 악조건을 뚫고 매출 1조원을 달성한 데에는 엔데믹과 함께 전국에서 찾아오는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더현대 서울이 꼭 방문해야 하는 ‘필수 코스’로 떠오른 영향이 크다는 설명이다. 

실제 더현대 서울 외국인 매출은 2022년 전년 대비 731.1% 증가한 데 이어, 올해 1~11월에는 891.7% 상승했다. 현대백화점 전체 외국인 매출 평균 신장률(305.2%)의 3배에 육박한다. 더현대 서울 외국인 구매고객 중 20~30대 비중이 72.8%에 달해 ‘글로벌 MZ 성지’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외국인 집객에는 자연친화적인 인테리어와 넓은 휴게공간을 등 백화점의 틀을 깨는 파격적인 공간 구성에 외국인의 관심이 높은 K-컬처를 집대성한 전략이 주효했다. 올해에만 더현대 서울에선 BTS(3월), 르세라핌(5월), 아이브(6월), ITZY(8월), 블랙핑크(9월) 등 최정상 아이돌 그룹 관련 팝업스토어가 꾸준히 열렸다.

현대백화점 측은 “전 세계적으로 오프라인 유통업의 위상이 약화된 현상과는 다르게 더현대 서울로 MZ세대가 몰려들자 운영 노하우를 벤치마킹하려는 해외 기업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리테일의 교과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

더현대 서울은 뉴노멀 시대를 맞아 오프라인 리테일은 물건만 사서 나가는 목적형 소비 공간과 달라야 한다는 판단 아래, 전체 영업 면적 절반을 실내 조경이나 고객 휴식 공간으로 꾸미고 자연 채광이 들어오는 천정 설계 등 기존에 없던 ‘리테일 테라피(쇼핑을 통한 힐링)’ 공간을 구현해냈다. 때문에 휴식을 즐기며 오래 머물고 싶은 몰링형 수요가 집중되면서 오픈 초기 식품 매출이 두드러졌다.

젊은 고객층에게 ‘인스타그래머블’한 장소로 인식돼 MZ세대 집객에 성공한 더현대 서울은 2년차부터 차별화된 MD를 끊임없이 선보이며 전반적인 매출 상승세 역시 본격화됐다. 2030세대가 열광하는 온라인 기반 패션 브랜드의 ‘백화점 1호 매장’을 잇따라 유치시키는 역쇼루밍 전략을 펼친 결과, 영패션 중심으로 매출이 가파르게 신장한 것이다. 

오픈 첫해 19.1%에 달했던 식품 비중은 2022년 16.5%, 올해 13.2%으로 서서히 감소한 반면, 영패션은 2021년 6.2%에서 2022년 10.3%, 올해 13.9%로 식품 비중을 앞질렀다. 더현대 서울의 영패션 매출 비중은 더현대 서울을 제외한 현대백화점 전 점포 평균(8.2%)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높다.

이는 객단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2021년 8만7854원이었던 더현대 서울 객단가는 지난해 9만3400원, 올해 10만1904원으로 급증했다. 전년 대비 올해 객단가 신장률은 현대백화점 전점 평균(+1.1%)을 훌쩍 상회하는 9.1%에 달한다. 연평균 20%씩 성장해 온 해외명품 매출도 올해 전체 매출 중 25.6%를 차지하며 객단가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더현대 서울 객단가는 식품을 제외하면 현대백화점 서울 점포 중 압구정본점, 무역센터점에 이어 3번째로 높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루이비통 오픈 및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해 개발한 더현대 서울 단독 매장 등 다양한 MD 모델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어서 앞으로의 매출 증대도 기대가 되고 있다”며 “세계적인 MZ 핫플레이스이자 럭셔리의 새 지평을 여는 공간으로 한차원 더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말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