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염보라 기자] “위기를 딛고 기회를 만든다.”

2024년도 갑진년(甲辰年) 새해를 앞둔 증권가의 진단이자 전략이다.

부정적인 업황 전망이 짙은 가운데 각 사는 소극적 대응 대신 최고경영자(CEO) 세대교체와 대대적인 조직개편에 나선 배경이다.

27일 한국기업평가(한기평)와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2024년 증권업 전망은 밝지 않다.

한기평은 증권업의 내년 사업환경을 ‘비우호적’, 실적방향을 ‘저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고, 나신평 역시 ‘부정적’ 신용등급 방향성을 제시했다.

올해 증권가를 사면초가에 내몰리게 한 고금리 기조가 해소되지 않아서다.

미국 중앙은행은 내년부터 금리인하에 돌입할 예정이지만 예고한 인상폭은 ‘0.75%포인트(p)’에 그친다. 내년 말 미국 기준금리는 4.75%로, 절대적인 금리 수준은 여전히 높아 미국 중앙은행과 보폭을 맞춰야 하는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결정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뇌관이 존재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PF대출은 수년간 증권가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준 효자 상품이었으나,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전환(‘저금리→고금리’)으로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이른바 ‘계륵’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 도래하는 PF 익스포저는 시장 추산 11조9000억원이다. 이 중 전액 손실 위험이 큰 중·후순위 PF 익스포저가 6조9000억원으로 절반을 웃돈다. 

이창원 한국기업평가 금융2실장은 최근 보고서에서 “PF와 해외부동산 익스포저 부실 규모가 (내년도) 영업실적 저하 폭을 좌우할 것”이라면서 “리스크 관리 강화로 추가적인 위험투자는 축소될 예정이나 우발채무 현실화, 투자자산 신용위험 확대로 재무건전성 관리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퇴직연금 시장 확대, 토큰증권 발행(STO) 허용 등 기회요인도 존재한다.

증권가가 새로운 CEO 체제 아래 부동산 관련 조직을 슬림화하고 자산관리(WM)·리테일 등 부문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구조 재편에 나선 배경이다.

특히 연금 조직 강화가 눈에 띈다. 일례로 NH투자증권은 기존 WM사업부 산하였던 퇴직연금컨설팅본부를 리테일 사업총괄 직속으로 편제해 기능을 강화했고, 한화투자증권은 기존 WM본부를 WM부문으로 격상하고 산하에 리테일본부와 함께 연금본부를 배치했다.

연금시장에서의 추가 수익창출 기대감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액은 2018년 말 200억원 수준에서 올해 6월 말 346억원으로 확대 추세다.  

특히 전체 적립액 중 증권사 취급 비중이 20%에서 23%로 확대되는 등 증권사 퇴직연금 상품으로의 머니무브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게다가 DC형 퇴직연금·IRP 투자한도 완화 등 내용을 담은 퇴직연금 감독규정 개정안이 지난달 16일 시행, 증권사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토큰증권 발행 시장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하나증권이 디지털자산센터를 신설하고 SK증권이 디지털마케팅본부를 대표이사 직속 부서로 배치한 이유다.

초고액자산가나 법인자산 관리 서비스 확대 움직임도 활발하다. 

증권가 관계자는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는 한편 기존 강점을 강화하고 리스크를 축소해 악화된 수익성을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면서 “가시적인 실적 개선은 어렵겠지만 분위기 반전을 만드는 한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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