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권이 바라는 ‘진정한 관피아’의 모습

[이뉴스투데이 염보라 기자] “절대 책임지는 법이 없다. 변화를 이야기하면 아무리 좋은 제안이라도 귀 닫고 손사래부터 친다.”

어느 겨울 한 금융공기업 노동조합 임원은 자신의 수장인 A씨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A씨는 이른바 ‘관피아(관료+마피아)’로 불리는 경제관료 출신이었다.

그날 이후 관료 출신 인사의 이미지는 책임지기 싫어하고 그저 자리만 보존하려는 모습뿐이었다.

고백하건대 그 이후 금융공기업 수장 인사 시즌이 되면 어김없이 하마평에 오르는 관피아에 대한 시선은 비판적이었다.

관료 시절 그들이 보여준 성과보다는 그저 그런 인물들의 ‘관피아’ 카르텔만 보였다.

그러던 중 ‘열심히 일하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보면서 기존 색안경을 벗을 수 있었다.

당초 금융 실무와 무관한 인물의 금감원장 내정 소식에 ‘윤석열 사단의 낙하산 인사’ 비판도 있었지만, 금융권을 제대로 감독하면서  좋든 싫든 금융권에서는 나름 셀럽으로 떠올랐다.

공격적인 행보에 금감원 내부에서는 “힘들다”면서도 “일할 맛이 난다”는 이야기가 들려왔고, 금융권은 “우리를 잠재적 범죄집단으로 본다”고 토로하면서도 “그 어느 때보다 금융당국 영(令)이 제대로 섰다”고 입을 모았다.

금감원장 자리를 임하는 이 원장의 태도는 인사 시즌엔 울림이 있다. 매년 그랬듯 올해 역시 금융권에선 관피아 논란이 재현됐기 때문이다.

SGI서울보증보험 차기 사장 최종 후보 2인 중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이름을 올렸고, 국민연금공단 2인자 자리인 상임감사에는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 편에서 역할을 했던 인사가 이동했다.

신임 생명·손해보험협회장 역시 금융위원회 출신으로 구성됐고, 아직 인선 과정인 한국거래소 신임 이사장에는 수많은 관피아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개인적으론 관피아가 더이상 ‘낙하산 인사’로만 치부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최근 이복현 원장뿐 아니라 금융공기업 수장 자리를 꿰찬 관료 인사 면면의 ‘일하고자 하는 자세’가 복기되는 배경에서다.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인사’가 아닌 관료 경험을 내세워 ‘힘 있는 수장’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일각의 색안경이 오롯이 벗겨질 수 있게 모범사례를 하나둘 만들어야 한다.

임기가 남은 이복현 원장에 대한 당부이기도 하다.

그동안의 성과가 훗날 ‘과욕’이나 ‘과속’으로 평가되지 않도록 조금 더 ‘디테일’에 신경을 써야 한다. “법에 집중하다 보니 시장을 외면한다”는 일각의 지적을 귀 담아 들어야 하는 이유다.

그렇게 관료 출신 인사의 긍정적인 성과를 쌓아간다면 관피아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관료직 출신의 전문가로 바뀌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