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원 SK 디스커버리 부회장.[사진=연합뉴스]
최창원 SK 디스커버리 부회장.[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전문경영인 시대가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최근들어 주요 기업들이 연말 인사를 통해 오너십 강화에 나서고 있어 이목이 집중된다. 더욱이 승계를 준비 중인 기업들의 경우 후계자들이 속속 경영 전면에 등장하면서 세대교체를 통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란다.

24일 재계 등에 따르면 SK그룹은 지난 7일 연말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그룹의 중추적 역할을 해온 전문경영인들을 대거 퇴진시키고 새로운 인사와 함께 오너가를 앞세운 세대교체에 힘을 실었다.

특히 SK그룹의 최상위 협의회인 스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을 선임하면서 사실상 ‘사촌 경영’, ‘오너 경영’ 체제로 변모했다.

또 최 회장의 장녀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투자팀장도 최연소 임원 타이틀을 달아 사업 개발 조직을 맡게 됐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SK그룹이 그간 저금리 경영환경에서 지주사 및 수펙스를 중심으로 벌여온 사업 및 투자에서 이상 신호가 포착되고 재무적 부담이 가중되면서 다시 오너 경영인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의지로 풀이하고 있다.

여기에 승계를 위한 징검다리 구조 확충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 세대교체 나선 SK·GS···승계 염두 조직개편

GS그룹도 올해 대대적인 임원 인사를 통해 사실상 세대교체를 선언하고 나섰다. 허태수 GS회장은 주요 계열사 수장을 교체하고 오너 일가를 대거 요직에 등용하는 결단을 내렸다.

특히 허 회장은 승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을 비롯해 허윤홍 GS건설 사장 등 ‘홍’자 돌림인 4세들을 대거 경영 전면에 내세우며 후계 경쟁을 본격화했다.

김동관 부회장을 비롯해 3형제를 중심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진행 중인 한화그룹 역시 승계를 염두해 둔 신사업 진출 및 조직 개편 등을 진행하는 등 빠르게 오너가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반면 그간 전문경영인 체제를 고수해온 HD현대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부회장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사실상 오너 경영으로 돌아갔다.

2009년 현대중공업 대리로 경영수업을 시작한 정 부회장은 2022년 10월 사장에 올라 신사업 발굴을 주도한 뒤 2년 만에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당당히 그룹 경영의 전면에 나섰다.

이 외에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는 이번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해 세대교체 신호탄을 봤다. 특히 신 전무는 롯데지주 신설 미래성장실장을 맡게 돼 후계를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장남인 이규호 부회장도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한 뒤 1년 만에 부회장에 올랐고 김윤 삼양 회장 장남인 김건호 삼양홀딩스 경영총괄사무를 사장으로 신규 선임했다.

홍석조 BGF그룹 회장 장남인 홍정국 BGF 대표이사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구자열 LS그룹 이사회 의장의 장남 구동휘 부사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그룹 미래 먹거리 기업인 LS MnM으로 옮기는 등 그룹 내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 오너가 80년대생 전면에···오너리스크도 확산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전문경영인에서 오너경영으로 전환하는 경우 대부분 전문경영인은 승계를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더욱이 전문경영인은 2선으로 물러나도 오너 후계자의 후견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특징이 나타난다.

다만 일각에서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실적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에서 오너 경영 회귀를 하는 이유에 대해 의문을 내비치는 시각도 존재한다. 오너리스크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이 무너질 정도로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하면 경기 위축으로 기업 가치에 낮아졌을 때 상속 또는 증여 관련 재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과거 일부 기업들이 준비도 없이 갑작스럽게 승계가 진행돼 어려움을 겪은 사례도 있어 오너가로서는 사전 준비를 통해 승계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되고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최근 구 한국타이어그룹(한국앤컴퍼니그룹) 경영권 분쟁이 발발하면서 오너 경영에 대한 잡음도 확산되고 있다.

조양래 명예회장은 2020년 장외거래를 통해 자신의 지분을 차남인 조현범 현 회장에게 매각해 사실상 후계를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조현식 고문이 최근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공개매수에 나서는 등 경영권 확보에 내서면서 형제간, 집안내부의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 것 자체가 오너리스크라며 전문경영인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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