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의무휴업일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의무휴업일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종효 기자]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평일로 변경되고 있는 추세다. 다수 지자체가 기존 주말로 지정돼 있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유통업계에선 지난 10여년간 이어진 대형마트 규제가 서서히 완화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는 지난 19일 ‘서초구 대·중소유통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상생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유통업계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현행 매월 둘째주·넷째주 일요일에서 ‘지정된 평일’로 변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협약에 따라 서초구 관내 대형마트 3곳(롯데마트, 이마트, 킴스클럽)과 준대형마트 32곳은 이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휴업일을 평일 중 월요일이나 수요일로 바꿀 것으로 보인다.

서초구에 이어 동대문구 역시 대형마트 휴일 평일 전환을 신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에선 이미 지난 2월 대구시와 5월 청주시에서 대형마트 휴일을 평일로 전환하는 것을 적극 추진했고, 대구시는 평일 전환 후 경제적 가시적 성과를 분석해 알리기도 했다.

타 지역에 이어 서울시도 대형마트 휴일 평일 전환 움직임이 일자 유통업계는 그간 대형마트 성장 발목을 잡던 규제가 완화되는 것 아니냐며 기대를 드러내고 있다.

대형마트에 대한 대표적인 규제는 영업휴무일과 온라인 배송 금지가 꼽힌다. 당초 정부는 전통시장을 포함한 골목상권 보호 취지에서 지난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을 통해 한 달에 두 번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지정했고, 휴무일에는 온라인 배송조차 할 수 없도록 규제했다, 

그러나 경제계는 이런 규제 법안이 시대 흐름에 있어서도 착오적이고, 오히려 대형마트에 대한 역차별 가능성이 높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국회에 ‘경제계가 바라는 킬러규제 혁신 입법과제’ 건의서를 제출해 대형마트 영업휴무일 항목 등 현재 법안 중 국회에 계류 중인 규제혁신 법안에 대한 우선 처리를 요구하기도 했다.

경제계는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공휴일이 아닌 날로 지정만 해도 많은 부분이 해소된다고 지적한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월 2회 공휴일에 휴업하고, 평일에도 밤 12시부터 익일 오전 10시까지는 영업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이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통해 의무휴업일을 공휴일이 아닌 날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부분만 지자체가 적극 활용해도 대형마트의 족쇄를 조금이나마 풀어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경제계는 당초 법안 발의의 목적처럼 대형마트를 규제해 골목상권이 살아난 것이 아니라, 식자재마트, 온라인 등이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이커머스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 기울어지게 만드는 법안이라는 것이다.

의무휴업일을 파악하지 못한 일본인 관광객 등 외국인들이 롯데마트 서울역점을 방문,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의무휴업일을 파악하지 못한 일본인 관광객 등 외국인들이 롯데마트 서울역점을 방문,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 서울신용보증재단이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간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엔 주변 상권까지 타격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66개 대형마트의 일별 카드 매출액 및 이동통신사의 유동인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에서 대형마트가 휴업하는 둘째, 넷째 일요일엔 대형마트 주변 상권에 위치한 생활밀접업종(외식업, 서비스업, 소매업 등) 매출액은 대형마트 영업일인 일요일 매출액 대비 1.7% 적었다. 

이동통신사 유동인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변 상권 유동인구를 분석한 결과도 대형마트 휴업 일요일엔 대형마트 영업 일요일 대비 0.9% 낮았다. 대형마트 휴업이 주변 상권 활성화에 오히려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대형마트 의무휴업으로 반사 이익을 본 것은 온라인 쇼핑몰이었다. 온라인 유통업 매출은 대형마트가 영업하는 일요일보다 휴업하는 일요일에 13.3% 높게 나타났다. 대형마트 휴업 일요일 다음날에도 온라인 유통업 매출은 19.1% 높은 것으로 나타나, 대형마트 휴업으로 인한 이익을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구광역시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변경해 효과를 거뒀다. 대구시는 지난 2월부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매달 둘째, 넷째 월요일로 바꿨다.

한국유통학회 산학 사무국장인 경기과학기술대 조춘한 교수가 대구시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전환 시점인 지난 2월부터 8월까지 6개월 간 카드 결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매업 매출액을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제외한 슈퍼마켓, 음식점 등 주요 소매업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9.8%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시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일요일인 부산, 경북, 경남 등의 같은 기간 소매업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5%, 10.3%, 8.3% 증가한 것과 비교해 의무휴업일 규제 완화가 지역 상권 및 경제 활성화에 더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전통시장이 활성화됐다. 올해 2월부터 8월까지 대구 전통시장의 둘째, 넷째 일요일 및 월요일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4.7% 늘어 전체 기간 증가율인 32.3%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또 음식점과 편의점도 둘째, 넷째 일요일에 20% 이상 매출이 뛰었다.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은 이같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과도하고 불필요한 규제 개선으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소비자 편익을 증진했다”고 말했다. 대구시민 600명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87.5%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구시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변경하면서 효과를 거둔 데 이어 가장 영향력이 있는 서울시 역시 대형마트 휴무일 변경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는 첫 걸음을 뗀 것”이라고 평가하며 “대형마트로 대표되는 오프라인 쇼핑이 살아나야 한창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온라인 쇼핑과도 균형이 맞는다. 더불어 대형마트는 주변 상권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번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변경은 유통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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