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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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올해 재계가 윤석열 대통령 해외순방 동행을 비롯해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등 어느 때보다 바쁜 한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욱이 주요 총수들은 사법리스크에 소송 등이 이어지면서 안팎으로 분주한 한해였던 만큼 신년에는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22일 재계 등에 따르면 올해 주요 그룹 총수들은 연초부터 바쁜 일정을 소화해 냈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직하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대통령 순방길 동행과 더불어 부산엑스포 유치 민간위원장까지 소화하며 글로벌 역량을 총동원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여기에 최 회장은 그룹의 주력 사업들이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의 영향권에 들면서 사업 재편 및 혁신, 인적쇄신, 자금 유통성 확보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동분서주하는 등 수장으로서의 역할에도 총력을 기울였다.

다만 최 회장 역시 올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이 장외전으로 번지면서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최 회장은 2020년 1월 노 관장을 상대로 이혼을 청구했다. 앞서 그는 2017년 이혼을 신청했으나 이혼 조정에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소송으로 이어졌다. 노 관장은 당시 이혼에 반대했으나 2019년 12월 이혼에 응하겠다며 반소를 냈다.

두 사람의 갈등은 위자료 및 재산분할로 확대됐다. 노 관장은 위자료 3억원과 회 죄장이 보유한 SK주식 중 42.29%를 지급하라고 요구했지만 1심 재판부는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최대 쟁점이던 SK주식이 분할 대상으로 인정치 않으면서 사실상 최 회장의 완승으로 끝났다. 하지만 이후 노 관장이 항소했고 여론전으로 번지면서 양측의 갈등은 감정싸움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최 회장의 자녀들이 노 관장의 편을 들면서 최 회장 역시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5월 차녀 최민정씨를 시작으로 장남 최인근씨, 장녀 최윤정씨 등 3남매는 항소심 재판부에 탄원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항소심은 오는 2024년 1월 11일 첫 변론기일이 진행되는 만큼 당분간 최 회장의 이혼소송은 당분간 잡음이 일 것을 보인다.

◇ 최 회장, 이혼 장외전 확대···이 회장, 1심 선고에 촉각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재판을 3년간 2개월간 진행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역시 올 한해 꾸준히 재판 공판에 참석하는 등 여전히 사법리스크로 바쁜 날을 보냈다.

이 회장은 지난달 17일 1심 결심 공판을 마지막으로 오는 2024년 1월 26일 선고만 남겨뒀다.

다만 이번 결심 공판에서 검찰 측이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해 재계 안팎에서는 당초 예상보다 높은 구형에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특히 이 회장은 결심 공판에서 “제 지분을 늘리기 위해 다른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하는 것을 상상한 적이 없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두 회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면서 “검사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다른 주주에게 피해를 준다던가 속인다거나 그런 의도는 결단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재판부가 구형에 1~2년 감형해 선고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형을 받아 석방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 회장이 2021년 재판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전례가 있어 결과를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다시 구속된다면 삼성전자의 사업 경쟁력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놓고 있다. 또 양측의 항소가 이어길 경우 3심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 회장으로 취임한 구광모 LG회장도 고 구본무 선대회장의 재산분할을 두고 선대회장의 아내와 두 딸이 소송을 제기해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LG그룹은 1947년 창업 이후 75년간 대외적으로 경영권, 재산분쟁이 없었단 만큼 이번 소송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구본무 선대회장은 1994년 불의의 사고로 아들을 잃자 60세가 되던 해에 구광모 회장을 양자로 들였다. 특히 LG가는 장자승계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구 선대회장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구 회장이 낙점됐다.

이후 구 회장은 구 선대회장의 주식 11.28% 중 8.76%를 물려받았다. 여기에 기존에 갖고 있던 주식 6.24%를 합해 총 15.00%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반면 세 모녀는 LG 주식 일부와 구 선대회장의 개인 재산 약 5000억원 규모의 유산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 2월 세 모녀는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갈등이 수면위로 올라왔다. 이들은 “분할협의서 작성 과정 중 유언장이 없는 것을 몰랐다”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구 회장이 이끄는 LG그룹에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하는 등 우수한 경영 능력을 입증하고 있어 경영권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재판에서 세 모녀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구 회장의 경영권 유지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게 된다.

◇ 구 회장도 상속소송 몸살···정 회장 순환출자 발목 

4대 그룹 중에는 유일하게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이 개인적인 사법리스크나 소송에 연루되지 않으면서 웃을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정 회장은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순환출자 구조 문제,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현대모비스 지분 확대, 수조원대에 달할 상속·증여세 재원 확보 등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는 경영 승계 문제가 남아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재계 총수들이 여러차례 윤 대통령 순방길에 동행한 것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올 들어 해외 및 국내 대통령 행사에 모습을 나타낸 것이 12차례나 된다. 1달에 1번꼴로 대통령과 동행했다.

다른 그룹 총수들 역시 대통령 해외 순방 일정에 수차례 동행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7번, 최태원 회장과 정의선 회장, 구광모 회장 역시 각각 6차례 동행했다.

이를 두고 세간에서는 총수들이 대통령 해외 순방 동행을 통해 민간 외교의 한 축을 맡았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하지만 너무 빈번하게 기업인들을 대동하는 것이 정작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현 정권이 적극 추진하던 부산 엑스포 유치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결국 실패 책임이 사실상 기업에게 돌아가는 모양새도 부적절했음을 입증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최태원 회장은 지난 18일 열린 대한상의 송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순방은 어느 대통령이나 정부에서도 항상 해왔던 것”이라며 “경제인 입장에서 중요 나라 혹은 주요 시장에 다 같이 가서 존재감을 만들어내는 것은 브랜드적인 효과에서 꽤 괜찮다고 보인다”고 견해를 밝혔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올해 기업인들이 대통령 순방길에 맞춰 많은 시간을 할애한 셈”이라며 “글로벌 사업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평가도 있지만 변동성이 큰 요즘 같은 시기에 경영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 강화에 초점을 맞추는 지혜도 필요했던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총수들이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사업협력을 확대하고 미래사업 준비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 “다만 각자가 사법리스크와 소송 등으로 인해 시선이 분산되는 점은 여전히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너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고민도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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