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재계가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숨 고르기에 돌입하면서 이와 동시에 미래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신사업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중견그룹뿐만 아니라 주요 오너가 3·4세들이 경영 전면에 등장한 것도 신사업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들은 최근 연말인사를 속속 진행하면서 조직개편과 함께 신년 경영전략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2024년 글로벌 경기악화에 대비해 신사업 발굴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삼성전자의 경우 이번 연말인사를 통해 미래사업기획단을 출범시켜 사실상 과거의 미래전략기획실과 유사한 수준의 그룹 차원의 신사업 발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GS그룹도 그간 기업형벤처캐피털(CVC)인 GS퓨처스, GS벤처스 등을 통해 투자한 총 70개에 육박하는 기업들에 대해 2024년부터 본격적인 옥석가리기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GS그룹의 미래사업 발굴의 초석으로 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지난 4월 스타트업·벤처와의 협력을 강화하고자 마련된 ‘GS데이’를 통해 “그동안 발굴해 온 벤처 네트워크 기술을 연결해 미래 시장을 선도할 신사업으로 구체화할 시점”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주요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견그룹들도 성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바쁘게 신사업을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늦게 결정된 HMM 우선인수협상자로 선정된 하림그룹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특히 국적 유일한 컨테이너선사인 HMM 인수를 두고 본입찰에서 하림그룹과 동원그룹이 격돌하며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해 왔다.

다만 최종 결정에서 하림그룹이 웃음을 짓게 됐지만 하림을 비롯해 동원그룹,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LX그룹 모두 중견그룹에서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 HMM 인수가 필요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하림그룹의 경우 최종 인수까지 성공할 경우 재계 순위 27위에서 단숨에 13위로 껑충 뛰어오르게 된다. 이게 현실화 되면 하림그룹은 단번에 CJ그룹을 제치고 위로 올라서게 된다. 

물론 아직 HMM 몸집이 너무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승자의 저주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지만 그만큼 중견그룹들로서는 미래 성장을 위해 한단계 더 도약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반증하고 있다.

◇HMM 인수전 중견그룹 혈투···도약 위한 승부처

얼마 전 인수를 놓고 논란을 빚었던 웅진그룹도 이차전지업체 이큐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지만 실사결과 인수를 포기하면서 잡음이 일었다.

웅진그룹의 지주회사인 웅진은 이큐셀의 주요 주주인 양극재 제조업체 이아이디와 전기업체 이화전기공업 등이 보유한 지분을 모두 인수해 사실상 자회사로 둘 복안이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큐셀 인수 자금이 다소 부담스러운 수준이고 거래 정지중인 종목이라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인수 불발이 장기적관점에서 호재가 됐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웅진그룹 측은 신사업 발굴을 위해 인수·합병(M&A)뿐만 아니라 신사업 육성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그룹의 미래 성장을 위한 전략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특히 이차전지뿐만 아니라 성장성 있는 사업을 발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HMM 본입찰에서 발을 뺀 LX그룹 역시 예비입찰에서 유력한 인수후보자로 거론됐지만 이들 역시 실사 이후 인수를 포기한 상황이다.

LX그룹 측은 이에 대해 HMM이 매력적인 매물이지만 당사의 사업 방향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고 해운업황 및 향후 인수자금 조달 등을 고려했을 때 좀더 바람직한 선택지를 찾기 위해 본입찰에는 나서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LX그룹 역시 향후 미래 성장과 신사업을 위해 적극적으로 신사업 발굴 및 M&A 등을 고민하고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최근 중견그룹을 비롯해 주요 기업들이 신사업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지만 과거처럼 무턱대고 진출하는 것이 아닌 면밀하고 신중한 검토를 통해 시너지를 이뤄낼 수 있는 최적안을 마련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국내 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어 신사업 진출이 다소 위축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만큼 낮아진 가격 등을 고려했을 때 합종연횡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더욱이 재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글로벌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있어 기업들의 구조조정성 매물 역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경기침체와 더불어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한계기업이 늘어난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대기업들도 비주력 사업을 속속 정리하며 안정적인 자금 확보와 신사업을 위한 역량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비주력 사업 속속 매물로···PEF와의 이해관계 긍정적

SK엔펄스의 파인세라믹스 사업부가 한앤컴퍼니에 매각되고 SK피유코어가 글랜우드 프라이빗에쿼티(PE)로 주인이 바뀌는 등 사업 재편을 원하는 대기업과 안정적인 현금흐름 창출 가능 매물을 원하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사례도 빈번하다.

이는 PEF 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비주력 사업을 노리고 있는 중견그룹들의 행보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재계 오너가의 3·4세들이 경영 전면에 등장하는 점도 신사업 발굴 및 투자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SK그룹의 경우 올해 연말 인사해서 최태원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팀장이 사업개발본부장으로 승진하며 그룹 내 최연소 임원에 올랐다.

롯데그룹도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켰다. 또 신 전무는 롯데지주 내 신설되는 미래성장실장을 맡아 그룹 내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지난달 승진한 정몽준 아산재산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HD현대 부회장도 경영 전면에 등장하며 오는 2024년 1월 초 미국에서 열리는 CES 2024에 기조연설을 맡는 등 그룹의 신사업 밑그림을 그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구자열 LS이사회 의장인 장남 구동휘 부사장은 LS일렉트릭 대표에서 LS MnM 최고 운영책임자(COO)로 이동했다. 특히 LS MnM은 LS그룹의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하는 핵심 회사다.

아에 앞서 한화그룹 전면에 나선 김동관 부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차원에서의 활발한 M&A 및 사업 개편을 통해 신사업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한화오션이라는 대형 인수를 통해 빠르게 종합 방산그룹으로서의 위상을 갖춰 가는 점도 인상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요즘 국내 재벌 오너가를 중심으로 승계를 위해 후계자가 경영 전면에 등장함과 동시에 신사업을 통한 경영능력 입증이 필요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면서 “특히 경기침체 등으로 위기 상황일 때 오너일가가 나서서 신속하게 위기를 돌파하는 특징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재계에서는 2024년 저성장을 예고하고 있어 기업들로서는 신사업 발굴에 적극 나설 수 있어 예상보다 M&A 시장이 활성활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다만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2024년은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이 시작되는 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성장률 하락과 기업 실적 하락이 ‘표준’이 될수 있는 극도로 어려운 환경이 도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