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2021년부터 글로벌 조선업계가 제2의 호황기를 맞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수주량이 급증했다. 실제 빅3를 중심으로 3년 치 일감을 넘어서 4년 치에 가까운 물량을 확보했다.

HD한국조선해양의 경우 66조8932억원, 삼성중공업은 30조2582억원, 한화오션도 25조8331억원의 수주잔량을 확보하고 있다.

이 같은 조선업 호황은 고질적인 인력난을 빚으며 현재 조선업계의 최대 관건은 숙련공을 비롯해 생산인력 확충이 가장 큰 관심사다. 실제 2024년에는 현재 확보한 인력보다 20% 이상인 8000여명 이상이 더 필요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조선 빅3가 수주 물량을 두고 배부른 고민을 하는 사이 중견조선소들에게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한국 조선업계 중추 역할을 담당했던 중견조선사들은 최근에서야 구조조정을 마치고 본격적인 항해에 나선 상황이다.

HJ중공업의 경우 그간 포기했던 상선에 재진출을 선언하며 다시금 수주 확보에 나서고 있고 케이조선, 대한조선, 대선조선, 성동해양조선 등도 주인이 바뀌거나 사업 방향성을 바꾸는 등 재도약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게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도 중견조선사들의 빈약한 재무구조로는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 한도에 막히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견조선사들이 주로 취급하는 중소형급 선박 수주를 놓고 중국 조선소들과 큰 차별화를 이루지 못한 상황에서 가격경쟁력에 밀리며 힘겨운 상황이다. 문제는 이같은 어려움 속에서 수주를 해도 선박 인도 시 매출이 발생하는 헤비테일 방식의 조선업의 특성이 가뜩이나 어려운 중견조선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수주를 해도 배를 완성하기까지는 오로지 중견조선소가 확보한 자금으로 버텨야 하는 상황으로 그간 RG 발급을 통해 자금을 확보해 왔지만 이마저도 한도가 금새 차오르면서 선박 수주에 나설 수 없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후폭풍은 최근 대선조선을 통해 입증됐다. 이들은 2년치 일감을 확보했지만 유동성 위기에 봉착하며 최근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는 수모를 겪고 있다. 이는 사실상 흑자 도산을 뜻한다.

결국 조선업계는 제2의 호황기라는 말이 무색하게 빅3만 호황을 누리는 수주 불균형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는 과거의 다수의 선종이 수주되는 시절에는 대형사, 중견사 모두 각각의 역할이 있었지만 글로벌 조선 수주 시장이 가스선을 중심으로 대형화에 몰두하면서 사실상 중견사의 몫이 사라진 상황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더욱이 대형조선사들이 협업 보다 독자생존 경영 기조를 강화한 것도 조선산업 생태계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에 업계 일부에서는 한국 조선업계가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생태계가 활기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조선소들의 자생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최근 조선업계의 모습은 점점 소득불균형 문제가 확대되고 있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수많은 국가들의 고민과 중첩돼 보인다.

허리가 빈약할수록 경제가 지탱하는 힘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외국인근로자수를 확대하는 등 업계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이 역시도 빅3를 의식한 단편적 지원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제는 생태계를 골고루 살려낼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빅3만을 위한 지원책이 아닌 조선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할 수 있는 큰 그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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