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서울역점에 진열된 반값 치킨. [사진=연합뉴스]
롯데마트 서울역점에 진열된 반값 치킨.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종효 기자] 치킨업계가 원부자재 가격 인상을 이유로 소비자가를 인상하자 소비 심리의 벽도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대형마트들이 ‘반값 치킨’을 들고 나오자 K치킨도 국내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올해 치킨 프랜차이즈는 ‘차별화’와 ‘해외 공략’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계속되는 영업이익 악화 속에 가격 인상 카드를 꺼냈지만, 고물가에 지친 소비자들이 등을 돌렸다.

정부는 올해 초부터 식품 및 외식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부탁했지만, 교촌에프앤비가 운영하는 교촌치킨이 4월 가격 인상을 시작했다. 

교촌의 가격 인상은 악화된 실적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교촌은 지난해 매출 4989억원, 영업이익은 2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1% 상승한 데 반해 영업이익은 89.8%나 떨어졌다. 영업이익이 10분의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교촌 측은 지난해 원부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실적 저하라고 설명했다. 교촌 관계자는 “원부자재 가격 상승 외에도 가맹점이 부담할 수 있는 부분을 본사가 분담한 것이 실적 저하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소비자가가 인상될 때 가맹점 닭고기 납품가를 올리지 않고 본사가 부담한 것 등이 실적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bhc는 전년 대비 6.4% 상승한 매출 5075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1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bhc 역시 같은 이유로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8% 낮아진 1418억원을 기록했다.

이렇듯 국내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마트의 공세가 이어졌다. 이른바 ‘반값 치킨’으로 불리는 대형마트 저가 치킨이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은 것이다.

반값 치킨은 대형마트의 장점인 대량 매입과 유통구조 최소화를 통해 마진을 낮춰 질 좋은 치킨을 소비자에게 더 저렴하게 제공하고 있다.

사실 대형마트는 반값 치킨을 통해 고객을 매장으로 유도하고 추가 매출을 노리는 ‘미끼상품’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반값 치킨을 구매하기 위해 대형마트에서 ‘오픈런’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만큼 치킨 가격 인상은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 데 있어서 심리적 벽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여러 요인으로 실적이 악화된 치킨 프랜차이즈는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올해 들어선 각 그룹의 회장들이 직접 해외진출 계획을 진두지휘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윤홍근 제너시스BBQ 그룹 회장이 글로벌 현장경영을 위해 파나마 2호점 그랜드 오픈식에 참석하여 매장의 인테리어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너시스BBQ그룹]
윤홍근 제너시스BBQ 그룹 회장이 글로벌 현장경영을 위해 파나마 2호점 그랜드 오픈식에 참석하여 매장의 인테리어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너시스BBQ그룹]

제너시스BBQ 그룹은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중 가장 적극적으로 해외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글로벌 매장 수도 가장 많고, 전략적으로 해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BBQ는 현재 파나마를 포함해 미국, 캐나다, 독일, 일본, 말레이시아 등 세계 57개국에서 7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엔 북미에 이어 중남미 시장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빠른 해외진출 덕에 BBQ는 현지에서도 인기가 높다. 지난 5월 오픈한 파나마 1호점 샌프란시스코점은 오픈 이후 일 평균 매출 5000달러를 기록하며 현지 K치킨의 인기를 입증하고 있다. 

파나마 2호점 알브룩점 오픈식에는 윤홍근 제너시스BBQ 그룹 회장이 직접 참석했다. 윤홍근 회장은 "파나마 매장 확장으로 중남미 진출에 초석을 다져 북미의 K치킨 신드롬을 남미 지역까지 확산해 전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브랜드가 되겠다"며 "중미 지역 강화를 위해 현재 파나마에 이어 코스타리카에도 출점을 검토 중"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BBQ는 지난해 6월, 해외에 진출한 국내 프랜차이즈 중 최초로 글로벌 외식 전문지인 네이션스 레스토랑 뉴스가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브랜드' 2위를 차지했다. BBQ는 2030년까지 전세계 5만개 매장 개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교촌치킨 대만 1호점에서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왼쪽에서 4번째), 헨리왕 라카파 그룹 회장(왼쪽에서 3번째) 및 관계자들이 교촌치킨, 볶음면, 수제맥주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교촌에프앤비]
교촌치킨 대만 1호점에서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왼쪽에서 4번째), 헨리왕 라카파 그룹 회장(왼쪽에서 3번째) 및 관계자들이 교촌치킨, 볶음면, 수제맥주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교촌에프앤비]

교촌은 올 초 미래 성장 동력 기반으로 G(Global, 글로벌), S(Sauce, 소스), E(Eco, 친환경), P(Platform, 플랫폼) 4가지 핵심 키워드를 선정했다. 핵심 키워드 중 하나가 글로벌, 즉 해외시장 진출이다.

교촌은 대만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교촌과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한 대만 외식기업 라카파 인터내셔널 그룹은 대만을 대표하는 3대 식음료 그룹 중 한 곳으로, 프랜차이즈 외식 가맹분야에 높은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대만 내 외식 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탄탄한 인프라와 노하우를 갖췄다.

특히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이 복귀 후 첫 해외 오픈 매장에 직접 방문해 향후 해외진출 전략에 힘을 더하고 있다. 권 회장은 향후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해 4000조 규모에 육박하는 세계 외식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교촌은 해외 매장에 대표 메뉴는 물론, 현지 입맛을 고려한 오징어링, 세트메뉴 등 다양한 현지화 메뉴도 함께 선보였다. 또 치킨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치맥, 치면 등 세트메뉴에도 힘을 쏟은 점이 눈에 띈다. 교촌의 수제맥주 브랜드인 문베어브루잉의 제품(소빈블랑, 1991 라거)들과 얼마전 국내에서 선보인 볶음면(레드시크릿볶음면, 블랙시크릿볶음면)을 현지 매장에도 도입해 대만 고객들에게 새로운 치킨 트렌드를 전파한다는 계획이다.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식문화인 ‘치맥(치킨+맥주)’을 대만에서도 그대로 즐길 수 있도록 교촌 대표 치킨 메뉴와 더불어 문베어브루잉 수제맥주를 동시에 선보이게 됐다”며 “적극적인 해외시장 진출은 향후 교촌의 신성장동력으로서,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K푸드로 자리매김해 한국의 식문화를 전세계에 알리는데 기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노력 끝에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K푸드에 대한 소비자의 검색량을 분석한 ‘K푸드 인지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키포는 교촌이 ‘치맥’과 ‘치면’ 등 다양한 한국의 식문화를 알리며 K-푸드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bhc치킨의 말레이시아 2호 매장은 딜리버리/투고 전용 매장으로 문을 열었다. [사진=bhc그룹]
bhc치킨의 말레이시아 2호 매장은 딜리버리/투고 전용 매장으로 문을 열었다. [사진=bhc그룹]

bhc는 해외진출 속도에 있어선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3사 중 가장 늦다. 2018년 홍콩 직영점 몽콕점을 오픈하며 해외 진출을 시작했다. 2022년 말레이시아 1호점, 올해 싱가포르 1호점을 선보이며 동남아시아 진출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지난 2월 북미1호점 오픈을 통해 미국에도 발을 들였다.

해외 매장에선 ’뿌링클‘, 골드킹’ 등의 bhc치킨의 대표메뉴는 물론 한국에서 시작해 전세계 트렌드가 된 ‘먹방’을 모티브로 ‘bhc 먹방메뉴’와 같은 현지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메뉴를 선보인다. bhc는 앞으로 현지 고객 반응을 실시간으로 살피며 특화 메뉴를 선보일 계획이다.

bhc그룹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1호점의 안정적 운영을 바탕으로 2호점 오픈이 순조롭게 이루어졌다“며 ”말레이시아에서 확고한 자리매김으로 bhc치킨의 해외 시장 진출에 동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치킨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국내 치킨 가맹점이 포화 상태로 늘어나고 있고, 원자재 가격 등이 계속 오르고 있어 국내 시장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해외시장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상황”이라며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지고 있는 만큼, 빠르게 주요 지역을 선점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상승시키기 위해 각 치킨 프랜차이즈 회장들이 직접 등판해 독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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