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스 본사 전경. [사진=SK가스]
SK가스 본사 전경. [사진=SK가스]

[이뉴스투데이 김덕형 기자] 1톤 트럭의 경유시대가 막을 내리고 LPG 시대가 열리면서 가스업계에 새 먹거리가 생겼다. 친환경 규제로 경유가 설 자리를 잃으면서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LPG 1톤 트럭을 내놓자 SK가스와 E1 등 국내 LPG 공급업체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14일 가스업계에 따르면, 오는 2024년 1월 1일부터 개정 ‘대기관리권역법’이 시행됨에 따라 1톤 경유 트럭이 단종된다. 개정된 법안의 골자는 경유차가 발생하는 대기오염 물질로부터 국민 건강을 보호하고 수송용 연료의 대전환이란 세계적 흐름에 따라 경유차의 신규 등록을 제한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소형 택배화물차와 어린이 통학차, 렌터카는 LPG와 전기 등 친환경차만 신규 등록이 허용된다. 연간 약 15만대씩 팔리며 소상공인의 발 역할을 하는 1톤 트럭이 경유 기반에서 친환경 연료 기반으로 바뀌는 것이다.

코 앞에 다가온 대기관리권역법 시행에 맞춰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말까지만 포터2·봉고3 경유 모델을 생산하고 대신 LPG 포터2·봉고3를 판매하기로 했다.

이미 지난달 23일 기아는 LPG 터보 엔진을 탑재한 ‘봉고 LPG 터보’를 출시하고 판매를 시작했다. 현대차도 지난달 22일 기아 봉고와 같은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상용차 ‘2024 포터 II’를 출시했다.

◇ 현대·기아 LPG 1톤 트럭 초반 판매 호조세

LPG 1톤 트럭을 바라보는 초반 시장의 반응은 상당히 우호적이다. 포터와 봉고 LPG 모델 출시 일주일 만에 합산계약 대수가 3만대를 돌파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대한LPG협회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출시 후 일주일 만에 계약 대수가 포터 2만5180대, 봉고 5517대로 총 3만697대에 이른다. 연간 국내 1톤 트럭 수요가 15만대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연간 수요의 20%가 팔린 셈이다.

대한LPG협회 관계자는 “친환경 차량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경유 차량보다 높아진 출력, 저렴한 연료비, LPG 차량의 정숙한 승차감 등이 판매 계약 대수 급증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LPG 가스업계는 이러한 LPG 상용차 인기몰이에 조심스러운 기대감을 내보이고 있다. 매번 시장원리와 동떨어진 이유로 가스 공급 가격이 동결되고 최근 LPG 택시가 전기 택시로 전환되는 속도가 빨라져 경영환경이 점차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LPG업체의 기대와 다르게 이번달에도 국내 LPG가격은 동결됐다. 지난 8월부터 4개월 연속 국제 LPG가격이 인상돼 가격 인상이 절실하지만 겨울철 취약계층과 서민들의 고통을 경감하기 위한 차원에서 동결이 결정됐다. 

이를 증명하듯 SK가스의 올해 1~3분기 매출은 4조1569억원으로 전년 동기(5조1690억원)보다 19.5% 감소했다. 같은 기간 E1은 매출이 5조4213억원으로 전년(5조7022억원)보다 4.9% 줄고, 영업이익도 3322억원으로 전년 대비 45.3% 줄었다.

지난달 kg당 200원 안팎 수준의 인상요인에도 55원만 반영하며 해소되지 못한 미반영분이 상당했지만 이번달 동결이 결정돼 관련 업체는 그대로 적자분을 감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 이처럼 수익 악화로 고통받는 SK가스, E1 등 LPG 공급업체들에게 포터와 봉고 LPG 모델 판매 호조가 실적 개선의 단비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 전기 트럭과 경쟁에도 자신···정부도 정책 지원 나서

더욱이 1톤 트럭 시장에서 전기차 버전의 포터와 봉고는 낮은 배터리 용량으로 인해 외면받는 실정이다. 포터와 봉고 전기차 배터리 용량은 58.8kWh로 약 211km를 주행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짐을 싣거나 장거리 운행을 하면 주행거리가 현저히 짧아지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에서는 LPG용 포터와 봉고의 초반 인기 요인 중 하나가 전기차용 상용차의 단점이 이미 사용자들 사이에서 퍼져 있어서란 분석도 나온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기존 LPG 차량이 출력이 낮고 연비가 안 좋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이번 출시 차량에 탑재한 LPG 터보 엔진은 오히려 기존 경유차 모델보다 출력을 개선해 이러한 불만이 어느 정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며 “특히 전기 버전 차량의 취약함을 보완할 수 있기에 LPG 버전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출시에 발맞춰 정부도 LPG 트럭의 확산을 위한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다. 운행하던 경유차를 폐차하고 LPG 트럭을 신규 구입하면 ‘LPG 화물차 신차 구입 지원사업’을 통해 신차 구입 보조금 100만원과 경유차 조기폐차 지원금 최대 800만원을 합한 최대 900만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LPG 트럭을 비롯한 3종 저공해차량은 전국 공영주차장(30~50%)과 공항 주차장(20~30%) 이용료 할인 혜택도 제공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지난 5일 서울 자동차회관서 소비자 물가 안정을 위한 ‘자동차업계 간담회’를 열고 오는 2024년 상반기 차량용 LPG 관세를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서 박동일 산업통상자원부 제조산업정책관은 “정부는 액화석유가스(LPG) 트럭을 구입하는 자영업자의 연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오는 2024년 상반기 차량용 LPG 관세를 기본세율 3%에서 0%로 낮출 예정이다”고 말했다.

기아가 출시한 봉고 LPG 터보. [사진=현대차·기아]
기아가 출시한 봉고 LPG 터보. [사진=현대차·기아]

LPG 업체 관계자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LPG 소비량은 792만4000t으로 전년 동기(837만8000t) 대비 5.4% 줄었다”며 “LPG 차량 판매량이 증가하면 일부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최근 전기 택시 보급의 증가로 LPG 택시 수요가 줄어 업체에서는 수익 악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라며 “아직 상황을 신중하게 보고 있지만 LPG 트럭이 업체의 새로운 수익원이 되리란 희망 섞인 전망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호중 대한LPG협회장은 “수송부문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여 대기질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11년부터 10여년 간 이어온 산학연 협력 기술개발 사업이 이번 LPG 직분사 엔진을 탑재한 트럭으로 결실을 맺게 됐다”며 “환경성과 성능을 모두 갖춘 신형 LPG 트럭이 친환경 화물차 시대를 여는 열쇠가 되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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