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주류 판매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주류 판매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종효 기자] 올해 주류업계 최대 화두는 가격 인상이었다. 주정 가격 인상으로 소주 가격 인상이 점쳐졌으나, 정부가 직접 나서서 가격 인상 자제를 촉구했다. 이에 일부 업체는 용량을 줄이는 방법을 택했지만 소비자 반발에 직면했다.

13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 주정회사가 생산하는 주정을 국내 독점 유통하는 대한주정판매가 주정 가격을 평균 9.8% 인상하자 소주 제조업체는 난감한 입장에 처했다. 주정은 소주의 원재료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가격이 올랐다. 지난해 10년 만에 주정값이 평균 7.8% 올랐고, 올해 인상폭은 2002년 이후 20년 만에 최대 수준이었다.

대한주정판매는 주정 원료인 타피오카 전분 가격이 인상되면서 주정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가격 인상도 이번 주정 가격 인상에 영향을 미쳤다.

주정에 물과 감미료를 섞어 만드는 희석식 소주는 주정 가격과 직결되기 때문에 소주 가격 인상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지난해에도 주정 가격이 인상된 뒤 주류회사들은 한 달 이내에 모두 가격을 인상했다. 이에 따라 음식점에서 파는 소주 가격은 5000~6000원대를 형성했다. 이번 역시 주정 가격 인상 후 소주 가격이 7000원대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소주 가격에서 주정이 차지하는 비율은 15%에 달한다. 가격 인상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맥주 역시 가격인상 요인이 있었다. 맥주 원재료인 보리 가격이 국제적으로 계속해 큰 폭으로 인상됐고, 국내에선 맥주에 붙는 세금이 ℓ당 30.5원 상승해 885.7원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주류업계에선 빈병과 병뚜껑 등 원부자재 가격과 물류비, 인건비 모두 상승해 맥주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힘들다고 주장했다.

일부 업체는 마트 등에서 판매하는 패키지 상품의 가격은 유지하면서 용량을 줄이는 방법을 택했다. 그러나 이 역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소비자 불만이 이어지는 등 반발을 샀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주류를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주류를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결국 주류업계는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이트진로는 ‘참이슬 오리지널’과 ‘진로’ 등 소주 출고가를 6.85%, ‘테라’와 ‘켈리’ 등 맥주 출고가를 평균 6.8% 인상했다. 오비맥주도 ‘카스’와 ‘한맥’ 등 주요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6.9% 인상했다. 뒤이어 보해양조 및 지방 주류업계도 줄줄이 출고가를 올렸다.

이에 정부가 나섰다. 정부는 적극적으로 주류 제조사에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는 시그널을 보내는 한편, 소주 출고가가 인상되자 내년부터 주세를 개편해 국내 제조 소주의 역차별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주세 산정 시 국내 제조주류의 경우 제조장 판매가격에서 일정 수준의 기준판매비율을 차감해 세율을 결정하게 된다.

기준판매비율이 적용되면 현재 1000원대인 소주 출고가가 10년 전 수준인 900원대 중반까지 낮아질 것이라 보고 있다. 소주 기준판매비율이 40% 수준에서 적용되면 출고가는 약 20% 낮아질 수 있다. 다만, 소주가 많이 소비되는 식당, 유흥업소, 주점 등에서 소주 가격이 내려갈지는 미지수다. 판매가격 인하를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물가 안정을 이유로 기업에만 고통을 전가하려 한다면 누가 기업을 운영하려 하겠나. 소주 가격 몇십원 올라도 식당이나 주점에서 인건비나 다른 식사재 인상분 등을 술값에 녹여 1000원 올리는 판국인데 주류 제조업체만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테라와 켈리가 진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테라와 켈리가 진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맥주시장 1위 오비맥주 ‘카스’와 2위로 자리를 굳힌 하이트진로 ‘테라’에 이어 3위 자리를 놓고 경쟁이 불붙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4월 신제품 ‘켈리’를 선보이며 기존 2위인 ‘테라’와 연대를 구축해 오비맥주에 빼앗긴 맥주업계 1위를 탈환하겠다고 선언했다. 공격적인 마케팅과 입소문을 타고 ‘켈리’는 단숨에 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했다.

이에 롯데칠성음료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기존 ‘클라우드’로 가정시장 점유율 5%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롯데칠성음료는 3년 만의 맥주 신제품 ‘크러시’를 출시하고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린다. 시장 진입 초기 단계인 ‘크러시’는 맥아 100%의 올 몰트 맥주로 분리 추출한 유러피안 홉과 홉 버스킹 기법을 사용했다.

올해 3분기 기준 가정시장 점유율은 ‘카스’가 37.89%, ‘테라’가 10.67%다. 뒤이어 ‘켈리’가 6%, ‘클라우드’가 5% 수준이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위스키를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위스키를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외에도 수제맥주 시장은 급격히 위축됐고, 위스키 시장은 성장했다. 

수제맥주 시장은 국내 1호 상장업체인 제주맥주를 비롯해 주요 수제맥주 업체들의 적자폭이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세븐브로이마저 올해 3분기를 기점으로 적자 전환했다.

반면, MZ세대를 중심으로 하이볼 열풍이 이어지면서 감소하던 위스키 판매량이 증가했다. 믹솔로지(Mixology) 트렌드가 떠오르면서 위스키를 베이스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하이볼의 인기가 꾸준히 상승하는 것이다.

관세청 무역통계 발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스카치, 버번 등 위스키류 수입량은 2만6937톤으로, 전년 동기대비 26.8% 늘었다. 또한, 2022년 위스키 수입량은 2021년보다 72.6%가 증가한 2만7038톤이었으며, 올해는 3만톤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아무것도 섞지 않고 본연의 풍미 그대로 즐기는 고가의 위스키보다 하이볼을 만들어 먹기 좋은 중저가 ‘블렌디드/버번 위스키’ 고객 수요가 상승하고 있다”며 “실제로 롯데마트의 2023년 위스키 누계 매출을 살펴보면 3만원에서 5만원대의 ‘블렌디드/버번 위스키’ 매출이 전년대비 약 40% 가량 신장하며 전체 위스키 매출 성장세를 이끌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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