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고선호 기자]
[그래픽=고선호 기자]

[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건설시장의 업황 악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 고금리 등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 각종 중대재해, 전대미문의 부실시공 사태 등으로 얼룩진 건설업계의 2023년은 말 그대로 고난의 한 해였다.

무엇보다 수백, 수천, 수만채를 지어도 팔리지 않는 악성 미분양 아파트는 각종 빚과 얽히고설켜 기업들의 숨통을 조여오는 가운데 치솟는 원자재 가격으로 인해 신축 분양가마저 까마득히 올라 미처 물건을 해소하지 못한 건설사들이 세월의 뒤안길로 스러져 가는 상황까지 일어나고 있다.

이렇듯 막대한 재무 부담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여파 등으로 자금 흐름까지 막힌 건설사들은 반등을 위한 도전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사의 각오로 해외 시장의 문을 계속해서 두드리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과 시대에 커다란 상흔을 남겼지만, 변화와 쇄신을 택할 수밖에 없게 한 올 한해, 건설업계 2023년을 조망해보고자 한다.

 


◇한파 찾아온 주택시장, 미분양 사태에 ‘속수무책’

올해 주택경기 한파로 지방을 중심으로 신규 아파트의 미분양이 급격히 증가했다.

이로 인한 여파로 전국 집값이 일제히 하락세로 전환한 데다 고금리, 원자잿값 상승에 분양가 부담도 커져 내 집 마련의 시기를 늦추려는 대기 수요가 늘고 있다.

이처럼 미분양 아파트가 쌓임에 따라 주택공급에 투입되는 사업비가 증가하면서 건설사의 유동성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며 건설시장 전반에 암운이 드리운 상태다.

미분양 보유분이 증가하면 중도금, 잔금이 원활하게 유입되지 않아 사업자의 사업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수익성이 낮아지는 주된 이유다. 여기에 장기간 미분양이 소진되지 않으면 할인분양, 마케팅비용 등도 투입해야 해 주택사업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중견 건설사들은 국내 주택사업 비중이 높아 실적 부진으로 직결되는 경향이 강하다.

[사진=건설기술연구원]
[사진=건설기술연구원]

고금리와 원자잿값 상승에 매출 원가율이 95%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매출채권, 미청구공사가 증가하면 기업의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가 높아져 금융권 등으로부터 신규로 자금을 유입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건설업계는 자금조달 비용 상승과 원자재 가격, 인건비 상승 등의 영향으로 올해 3분기 대형 건설사들의 주택부문 실적 악화가 이어졌다.

주요 상장건설사 7곳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0% 감소한 1조946억원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업계에서는 내년 국내 건설 수주는 올해보다 1.5% 줄어든 187조3000억원을 기록하며 건설 경기 반등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229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던 건설 수주 규모는 올해 17.3% 감소한 190조1000억원으로 쪼그라든 뒤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건설 투자 규모도 내년 260조7000억원 수준으로, 올해보다 0.3%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지금까지 실적 하락을 넘어선 추가적인 시장 위축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최근 세계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고금리 기조와 부동산 수요 침체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으로 인해 해외 건설 수주에도 비상이 걸렸으며, 이에 따른 발주 일정 연기 및 규모 축소의 악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장 집어삼킨 부동산PF 리스크, 건설사들이 무너진다

[사진=이뉴스투데이DB, 그래픽=고선호 기자]
[사진=이뉴스투데이DB, 그래픽=고선호 기자]

올해 건설업계를 대변하는 여러 키워드 중에서도 가장 큰 위기의 ‘방아쇠’가 될 리스크를 꼽자면 단연 부동산PF를 들 수 있다.

금융과 불가결의 사이인 건설사 모두가 부동산PF 부실에 따른 시한폭탄을 쥔 채로 올 한해를 넘기고 있다.

문제는 도화선이 어디까지 타들어 갔는지, 폭탄이 언제 폭발할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이를 막기 위한 정부의 지원정책이 투입됐지만, 부동산PF 연체율이 감소하기는커녕 오히려 증가세가 더욱 커지면서 자금줄이 막힌 제2금융권을 시작으로 한 연쇄 작용이 건설업계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부동산PF 대출 잔액은 총 133조1000억원으로, 1분기 대비 1조5000억원이 확대됐다. 또한 같은 기간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평균 2.17%로 집계돼 지난해 말 대비 6.9%p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부동산PF 리스크 대응을 위해 대출 지원 확대를 골자로 한 지원 대책 투입에 나섰으나, 주택 인허가와 분양 감소세 등 업황 개선을 위한 문제들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으면서 건설업계의 유동성 악화 추세는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이에 대형 건설사들까지 대규모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여파 등으로 자금 흐름이 막히자 막대한 유동성 리스크를 떠안게 됐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작년 이후 본격화된 PF 차환리스크에 따라 주요 건설사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 보유량이 급감, 유동성 악화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15개 건설사의 합산 PF 보증규모는 올해 9월 28조원으로, 이는 지난 2018년 14조7000억원 대비 2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

연도별 PF 보증규모 추이는 △2019년 15조5000억원 △2020년 16조1000억원 △2021년 21조9000억원 △2022년 26조원 등의 순으로 매년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해당 15개사는 현대건설, 롯데건설, GS건설, 태영건설(별도), HDC현대산업개발,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SK에코플랜트, 호반건설, 한양, 아이에스동서, DL건설, KCC건설, 한신공영, 신세계건설이 포함됐다.

이 같은 문제에 더해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비롯해 지방을 중심으로 한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의 폭증으로 건설업계의 유동성 위기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PF 보증 규모의 지속적인 증가와 현금보유량 고갈 등으로 유동성 대응력이 약화되고 있는 일부 건설사들의 신용등급 하향 전망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기술력 아깝다”···해외 문 두드리는 건설사들

국내 건설시장의 끝없는 악재와 불황으로 부침을 탈피하기 위한 건설사들의 해외 시장을 노린 ‘러시’가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 입증된 우수한 기술력과 사업 수행 능력을 내세운 건설업계의 플랜트 사업이 새로운 먹거리로 자리 잡으면서 시장의 불황을 넘어 기업 생존의 동아줄이 되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앞서 국내와 일부 국가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졌던 해외 세일즈의 기회가 유럽, 북미권을 넘어 중동, 아시아권까지 확대되면서 건설사들의 해외 진출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플랜트 사업의 특성상 방대한 규모의 부지에 각종 설비 구축을 비롯한 관리 프로세스 및 인프라 조성이 필수적이라 국내 건설사들의 우수한 기술력이 시장에서도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에 건설업계 내부에서도 적게는 수 백억에서 많게는 수 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플랜트 사업 수주를 위한 사업권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원전‧SMR(소형모듈원전)‧그린수소 등 에너지 플랜트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각종 수주 전략을 내세우며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올해 1~10월 기준) 해외건설 수주액은 256억달러(33조2442억원)로 작년 동기 247억달러(32조854억원) 보다 4% 늘었다. 공사 건수도 449건에서 490건으로 9% 증가했다.

특히 올해 해외수주 호실적 1등 공신은 현대건설로 해외에서 57억달러((7조3731억원)의 수주고를 올렸다. 현대건설은 올해 6월 아람코의 6조5000억원 규모 초대형 석유화학단지 설비사업 ‘아미랄 프로젝트’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어 10월에는 현대엔지니어링과 아람코로부터 3조1000억원 규모 ‘사우디 자푸라 가스 처리시설 프로젝트 2단계’도 수주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택시장 악화로 무조건적인 물량 공급에 한계가 온 상태다. 여기에 막대한 원자재 가격 부담과 원가율 악화도 주택부문의 위축을 심화시킨 요인”이라며 “이에 건설업계의 플랜트 사업 진출 및 공략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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