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시민들이 선물세트를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시민들이 선물세트를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종효 기자] 고물가와 이커머스 강세 속에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변화를 추구해야 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각각 가심비, 가성비로 소비자 지갑을 공략한 반면 1인가구 확대와 PB상품의 성장으로 편의점은 반사이익을 누렸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전략은 프리미엄과 저가로 양극화됐다. 소비자 역시 프리미엄 상품을 구입하며 ‘가심비’를 충족하는 고객과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구매해 ‘가성비’를 충족하는 고객으로 나뉘었다.

업계는 고물가 속에 소비 패턴이 양극화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 백화점은 팬데믹을 거치며 고속 성장을 했다. 두자릿수를 거듭하며 성장하던 백화점은 올해 고물가와 소비침체를 겪은 데다가 역기저까지 맞이해 영업이익 악화 등으로 실적 부진을 겪었다.

백화점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워지자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것이 명품 매출이다. 명품은 백화점 매출의 대부분을 견인해왔으나, 올해 들어 급격히 줄어들어 역신장을 했다. 물가 상승으로 인건비 등 고정비가 상승하는데 명품 매출이 지탱해주지 못하자 백화점 영업이익도 곤두박질쳤다”고 설명했다.

백화점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전략을 수정했다. 크게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의미하는 ‘가심비’를 공략하는 프리미엄 상품 마케팅과 MZ세대를 노리는 전략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가심비 마케팅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소비자들이 만족을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의 가격 지불은 감수한다는 심리를 활용한 것으로, 명절 등 많지 않은 소비 기회에 소비자들이 만족스러운 상품 구입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특히 추석 선물세트 판매 당시 백화점은 10만원 이상의 고가 선물세트 판매량 증가로 그간 매출 부진을 조금이나마 만회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선물세트는 일년에 몇 번 안 되는 구매시점이 정해져 있는 만큼, 한 번 선물할 때 받는 사람이 강한 인상을 받을 수 있도록 프리미엄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고가의 제품이라도 특별한 마음을 전하려는 소비자들이 많아 올해 연말에도 프리미엄 상품 판매는 꾸준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백화점이 적극적으로 도입한 팝업스토어는 MZ소비층을 백화점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그야말로 팝업스토어의 전성기로, 당초 기간한정형 마케팅의 활용 수단이던 팝업스토어가 희소성·체험형 마케팅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 소비 패턴과 맞물리며 소비자가 백화점을 방문하도록 하는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팝업스토어를 즐기기 위해 백화점을 방문하는 고객들은 추가적인 소비에도 적극적이었으며, 이에 힘입어 더현대서울은 오픈 2년 9개월 만에 최단기간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해 업계 주목을 받았다.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시민들이 착한가격 사과 판매대에서 사과를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시민들이 착한가격 사과 판매대에서 사과를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형마트는 저가와 1+1 등 혜택을 앞세운 ‘가성비’ 전략으로 소비자를 유혹했다. 소비자가 지갑을 여는 데 있어서 거부감을 덜하도록 하는 것이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서민 가계가 위축됐을 것이라고 판단해 소비자의 구매력을 더 낮추는 전략이다.

대형마트의 전략 역시 효과적이었다. 역시 추석 선물세트 판매 당시 5만원 미만 제품 비중을 늘려 소비자를 끌어들였고, 역대 최대 추석 선물세트 매출을 기록했다. 롯데마트의 경우 3만원 이하 사과 선물세트 판매 실적은 전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올해 설까지만 해도 고마운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의미에서 고가의 프리미엄 선물세트 판매가 호조였지만, 경제 불황으로 지갑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가성비 상품을 찾아나서기 시작하면서 대형마트의 가성비 상품 판매가 급격히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식료품 위주로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연말 및 새해 선물세트도 가성비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대형마트 역시 물가 안정에 기여하고 소비자 경제 상황을 고려한다는 차원에서 상시 최저가 정책 등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대형마트도 실적 부진을 피할 수는 없었다. 가격도 저렴한 데다가 신선식품까지 다음날 배송하는 이커머스의 적극 공세 속에 오프라인 유통 공룡으로 불리던 대형마트는 차별화를 찾아야만 했다. 

대형마트는 ‘가성비’를 앞세운 세일행사 외에도 PB 상품 등을 적극 활용하며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또 대량 매입을 통한 ‘저가-고마진’ 유통구조를 확립해 영업이익 실적을 올리는 데 치중하고 있다.

1∼9월 CU의 '알뜰택배' 이용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0.0% 증가했다. 같은 기간 GS25의 '반값택배'도 이용 건수에서 13.4%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CU편의점에 알뜰택배 접수 기기 모습. [사진=연합뉴스]
1∼9월 CU의 '알뜰택배' 이용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0.0% 증가했다. 같은 기간 GS25의 '반값택배'도 이용 건수에서 13.4%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CU편의점에 알뜰택배 접수 기기 모습. [사진=연합뉴스]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온라인 공세 및 소비자들의 소비심리 위축으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동안 편의점은 반사이익을 얻었다. 

편의점은 올해 가성비 높은 즉석식품은 물론, 트렌드의 최전선에 서서 주소비층인 MZ세대의 ‘단골집’이 되면서 매출 성장을 이어갔다.

고물가 속에 편의점 도시락은 직장인 점심의 넓은 선택지로 자리잡았다. GS25가 6년 만에 재출시한 ‘김혜자 도시락’은 출시 12일 만에 55만개가 판매됐고, CU의 ‘백종원 트리플 간편식’도 출시 10일 만에 50만개 판매를 기록했다.

편의점은 가성비 상품 외에 올해 디저트 업계를 강타한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열풍에 앞장서 발빠르게 약과, 흑임자, 떡 등 전통 디저트를 활용한 제품을 출시해 MZ세대의 인기를 끌었다.

각 편의점은 PB상품을 앞세워 가성비를 찾는 소비자를 단숨에 공략했다. 기존 용기면 대비 1000원이나 저렴한 용기면은 물론 PB 치킨으로 기존 치킨보다 약 20% 저렴한 가격에 선보여 ‘품절 대란’을 겪었다. 단순히 가성비뿐 아니라, 편의점은 프리미엄 상품 판매도 시작해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강점을 모두 흡수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최근엔 고가의 위스키는 물론, 고가의 수입차까지 편의점을 통해 구매와 리스, 장기렌트가 모두 가능하도록 했다.

이런 가운데 편의점은 환전과 택배 등 본업 외의 서비스까지 확장하며 소비자에게 있어 ‘일상 속의 편리함’을 어필하고 있다. 최근엔 이마트24가 드론 배송을 도입해 무인화 편의점에 이어 또 한 차례의 변화와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주력 상품군이 명확히 정해져 있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비해 편의점은 유연한 변화가 가능하다. 상품 배치부터 신상품 출시까지 끊임없이 변화를 주면서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데다가, 언제 어디서든 소비자가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편의점의 공격적 마케팅은 모든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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