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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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던 부산엑스포 유치가 좌절되면서 후폭풍 역시 거세게 불고 있다. 특히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도적인 지지표를 보여주면서 애시당초 경쟁 상대가 아니였다는 후문까지 나오면서 그 여파는 정치권을 비롯해 재계까지 영향권에 들면서 후속 조치를 두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11일 재계 및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부산엑스포 참담한 결과에 사과하고 이후 지난 6일 부산을 방문해 시민들의 성원에 감사의 뜻을 전하며 약속한 지원에 대해 지속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부산 시민의 꿈과 도전’ 간담회 인사말을 통해 “그간 엑스포 유치 활동을 이끌어준 각계 시민 대표와 누구보다 엑스포 유치를 뜨겁게 열망했던 시민들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부산 방문길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 SK수석부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참석해 부산을 늘 응원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이번 방문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이재용 회장은 기업 대표로 나서 “부산을 글로벌 허브 도시로 키우려는 대통령의 담대한 비전과 부산 시민의 염원이 함께 한다면 꿈은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며 “부산의 도전에 삼성도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총수들의 참석이 사실상 부산지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돼 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모양새가 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번 유치 실패를 두고 윤 대통령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 그 불똥이 재계까지 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공식사과 의사를 밝힌 뒤 그 다음날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5명을 모두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정책실장 자리를 신설하고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을 승진 임명하는 등 사실상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더욱이 엑스포 발표 직전 정부 측에서는 2차 투표까지 이어지면 승산이 있다는 얘기를 내놓는 등 분위기를 한껏 띄웠지만 큰 표차로 결과가 나오면서 정부 안팎에서 정보력 등을 두고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는 등 여전히 시끄러운 상황이다.

◇ 실패 불똥 재계까지···후속조치 두고 전전긍긍

이 때문에 유치전을 위해 동분서주했던 재계 총수들 역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부산엑스포 유치 민간위원장을 맡아 전세계를 동분서주하며 바쁜 일정을 소화해낸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우 유치 성공에 기대를 걸었지만 난감한 입장이 됐다.

최 회장은 올해 목발을 짚어야 할 정도로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했지만 유치전을 위해서 목발투혼을 발휘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또 엑스포 결과 발표장을 끝까지 지켰던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아쉬워 하며 애써 웃음을 짓기도 했다. 정 회장은 결과 발표 직후 현지에서 “고생했다”며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하지만 이번 유치 실패의 후폭풍은 고스란히 재계가 감당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향후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우선 재계에서는 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총수들이 각국 정상 및 제계 관계자들을 만나 내뱉은 투자 약속 등에 대해 결과와 상관없이 진행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이를 두고 기업들은 결과는 아쉬웠지만 유치 과정을 통해 전 세계에 대한민국과 함께 각 기업들을 알리는 시간이 됐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저개발국 자립지원 사업인 ‘그린 라이프 프로젝트’를 올해 알바니아, 짐바브웨, 모잠비크 등 3개국에서 신규 추진했으며 이번 기회를 일회성 접촉에 그치지 않고 해당 국가와 다양한 분야에서 폭 넓은 협력 가능성을 타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2024년 아프리카 지역에 추가로 해당 프로젝트 추진은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부산 민심 달리기 위한 투자에도 재계가 적극 나설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번 부산 방문을 통해 ‘부산 글로벌 허브 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추진, 가덕도 신공항 개항, 산업은행 부산 이전, 북항 재개발 사업 신속 추진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혀 사실상 유치와 상관없이 대선 공약은 지키겠다는 뜻을 확고히 했다.

이에 기업들이 부산지역에 대한 후속 투자를 진행해야 하는 부담감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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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청구서에 난감···글로벌 확장 긍정 평가도

결국 재계 일각에서는 엑스포 유치를 빌미로 재계가 큰 부담을 지게 됐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들린다.

실제 주요 기업들은 이번 엑스포 유치과정에서 대한상의를 통해 홍보 기금 311억원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주요 그룹들은 부산 및 유럽 현지에서 다양한 광고, 마케팅을 진행하는 등 이미 수천억을 쏟아부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주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엑스포 유치를 위해 많은 돈을 투자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총 동원해 바쁜 일정을 소화했지만 지금은 유치 실패 책임만 지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더욱이 이는 청구서로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 최 회장은 유치전 결과 발표 이후 SK그룹의 임원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기존 부회장 4인을 대표이사에서 퇴진시키는 등 큰 폭의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특히 그룹의 최상단에 해당하는 SK수펙스협추구의회 의장에 사촌 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을 선임했다.

이를 두고 재계 등에서는 올해 자금 부담에 어려움을 겪었던 SK그룹이 효율성 및 사업성 개편을 통한 실적 개선을 적극 나서겠다는 뜻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최 회장은 올해 하반기 CEO세미나를 통해 7년 만에 ‘서든 데스’를 꺼내들며 경영혁신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 회장이 향후 승계를 위한 징검다리를 만들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에도 힘이 실린다. 여기에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잠시 경영에서 물러나 그가 늘상 강조해온 사회공헌에 주력하며 그룹의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편 윤 대통령은 11일부터 15일까지 네덜란드를 국민 방문해 네덜란드와 ‘반도체 대화체’를 신설하는 등 반도체 공급망 협력에 나선다.

특히 이번 방문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재벌 총수들도 동행에 나서 엑스포 유치 실패의 아쉬움을 달래고 긴밀한 협조 관계 재정립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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