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1주년 기념행사서 지지자와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1주년 기념행사서 지지자와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덕형 기자]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세 둔화에 국내 배터리 업계 1·2위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미국 공장에도 감원‧감산 한파 들이닥쳤다. 더욱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내년 대선 승리 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법안을 폐지할 것이란 내부 발언까지 잇따라 나와 관련 업계가 좌불안석이다.

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22일(현지시간) 트럼프 선거 캠프 고위 관계자들과 인터뷰에서 익명의 관계자가,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미국의 기후와 에너지 정책을 재점검하고 화석 연료 생산을 최대로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 해당 관계자는 친환경 산업에 막대한 세제 혜택을 골자로 하는 바이든 정부의 IRA 법안에 대해 “해당 정책의 비용 산정은 대단히 과소 평가돼 있다”며 “우리는 많은 지출 삭감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트럼프 측 인사의 IRA에 대한 입장은 대선캠프 고위 관계자와 복수의 고문들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 고문인 칼라 샌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2기 행정부 출범 첫날에 미국 산업을 죽이고 일자리를 빼앗은 바이든의 규제를 모두 빠짐없이 없애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서 에너지‧환경 특별보좌관을 맡은 데이비드 뱅크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지난 2017년처럼 ‘파리기후변화협정’을 재탈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측에서 IRA 법안 폐기 예고를 지속적으로 언론에 흘리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가만있지 않았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정부 경제 정책의 핵심 법안인 IRA 성과를 강조하기 위해 콜라로도주 푸에블로에 있는 한국 기업 CS윈드 공장을 찾았다. CS윈드는 세계 최대 풍력타워 제조업체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장을 견학한 후 김성권 CS윈드 회장에게 사의를 표한 뒤 연설에서 “인베스트 인 아메리카(미국 투자) 어젠다 덕분에 CS윈드는 여기에 2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할 계획”이라며 CS윈드의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 효과 등 자신의 IRA 추진 성과가 미국경제 발전에 효과적이었음을 강조했다.

내년 미국 대선서 재대결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IRA 폐기를 공약으로 내세운 데 대한 맞대응으로 보인다.

SK 배터리 아메리카 전경. [사진=SK온]
SK 배터리 아메리카 전경. [사진=SK온]

문제는 미국 정부가 지난해 IRA 법안을 밀어붙이자 미국 배터리 시장을 겨냥해 막대한 투자와 공장 설립‧운영을 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이다.

SK온은 미국 조지아주 잭슨 카운티 커머스시에 위치한 배터리 공장의 생산 규모를 축소하고 일부 직원에 대한 무급 휴직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SK온의 현지법인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 측은 “전기차 업계가 숨 고르기에 들어감에 따라 공장 인력을 탄력적 운영하는 차원서 생산라인 가동 일정을 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SK온은 구체적인 생산감축‧휴직 근로자 수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잭슨 카운티 공장은 지난 9월에도 직원 3000명 중 일부(500명 이하)를 해고한 바 있다.

LG엔솔도 사정이 비슷하다. 지난달 14일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서 현장직 인력 약 170명을 해고한다고 밝혔다. LG엔솔 미시간법인은 “일시적인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일부 생산라인을 합리화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LG엔솔 측은 이번 해고가 장기적인 투자 축소를 염두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단기적인 시장 환경 변화로 이런 결정을 내렸지만 제2공장 증설 등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투자는 지속할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지난달 11일 LG엔솔은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튀르키예 대기업 코치와 함께 튀르키예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한 계획 철회를 발표한 바 있다. 튀르키예 현지서 배터리 공장을 설립해 포드 자동차에 공급할 계획이었지만 전기차 수요 부진에 결국 한 발 뒤로 물러난 것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배터리업체들이 예정된 사업을 철회하는 것은 사실상 배터리 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어둡게 보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같은 우려는 LG엔솔과 SK온 등의 올해 3분기 가동률에서도 드러난다. LG엔솔의 3분기 누적 가동률은 72.9%로 전년 동기 75.4% 보다 2.5%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전기차용 중대형 전지와 소형 전지의 가동률을 합산한 수치다.

전기차 배터리만 생산하는 SK온 가동률도 2분기 95.4%에서 3분기 94.9%로 올 들어 처음 하락했다.

공장 가동률이 하락한 원인은 전기차 수요 둔화에 있다. 폭스바겐‧제너럴모터스(GM)‧포드 등 거의 모든 주요 전기완성차 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LG엔솔은 올해 들어 유럽·미국 시장의 전기차 재고가 쌓이자 배터리 생산 조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배터리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전기차 수요 둔화와 경기 불황에 따른 배터리 업체들의 가속되는 어려움에 더해 미국 대선에 주요 주제로 부각하고 있는 IRA 법안이 실제 폐기‧수정될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발효된 IRA는 사실상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경제 성장의 근간이 되는 법안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는 IRA에 따라 전기차와 배터리, 재생 에너지 등 미국 내 친환경 산업 육성을 위해 3690억달러(약 479조원) 규모의 세액 공제과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에 많은 외국 기업들이 IRA 혜택을 받고자 미국 투자를 늘렸다.

미국 정부의 혜택을 기대하며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기업들은 한국 기업이었다. 지난 8월 IRA 발효 후 1년간 1억달러(약 1298억원)가 넘는 미국 투자 계획을 밝힌 기업 가운데 20건이 한국 기업이다. 그 다음은 유럽연합(EU)이 19건, 일본이 9건 등 순이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대선서 승리해 실제 IRA 법안을 폐기가 아닌 수정만 나서 미국 정부 혜택을 감축하기만 해도 국내 업체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LG엔솔 관계자는 “아직 1년 남은 미국 대선 결과를 가정 해 답변하는 건 부적절하다”면서도 “기업은 항상 어떠한 상황이 벌어져도 대처할 수 있도록 미리 대비하는 것이 숙명이다. 향후 기업 운영에 영향을 끼칠만한 요소를 최대한 점검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