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제정의 국제적 동향 및 추진 방향’을 주제로 열린 대한간호협회 100주년 기념 국제세미나에서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이승준 기자]
‘간호법 제정의 국제적 동향 및 추진 방향’을 주제로 열린 대한간호협회 100주년 기념 국제세미나에서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이승준 기자]

[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간호사 83.8%가 이직 의도를 가진 채 일하고 있다. ‘진료 보조의’ 모호성과 근거법 부재는 숙련된 인력의 간호 업무 저해요소가 된다. 간호법은 ‘간호와 돌봄 체계 구축’을 현실화하기 위한 혁신의 첫 걸음이다.”

‘간호법 제정의 국제적 동향 및 추진 방향’을 주제로 열린 대한간호협회 100주년 기념 국제세미나에서 김영경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이같은 발언과 함께 간호법 제정 의지를 간호사들 앞에서 다시 한번 내비쳤다.

김 회장은 간호사의 존재 의의에 대해서 “간호사가 제대로 된 의료환경에서 전문화되고 숙련된 간호를 제공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라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나라에는 간호사가 전문 직업인으로서 자긍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국민에게 지속가능한 간호를 제공하기 위한 근거법, 즉 간호법이 없다”고 현실을 지적했다.

김영경 대한간호협회 회장이 ‘간호법 제정의 국제적 동향 및 추진 방향’을 주제로 열린 대한간호협회 100주년 기념 국제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이승준 기자]
김영경 대한간호협회 회장이 ‘간호법 제정의 국제적 동향 및 추진 방향’을 주제로 열린 대한간호협회 100주년 기념 국제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이승준 기자]

경계가 모호한 간호사의 업무가 이들에게 과중으로 이어지는바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근거를 법으로써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대한간호협회의 입장이다. 그는 간호사들은 “현행 ‘의료법’상의 간호사 업무 중 ‘진료 보조’가 지니는 모호성은 병원장에 지시에 의해 타 직종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만들고 있다”며 “간호사 확보와 장기근속에 대한 국가 책무 등이 명시된 근거법의 부재로 결국 숙련된 간호사가 환자를 제대로 간호할 수 없는 현 상황의 피해가 국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재직 중인 간호사들의 향후 근속도 보장되기 어려운 현실이라 꼬집었다. 김 회장은 “의료기관은 높아가는 환자 중증도와 복잡·다양화되는 환자의 요구 증가로 인한 의료인 공백 문제를 간호인력의 땜질식 대응 방법으로 해결하고 있다”며 “이렇게 일하도록 강요받는 간호사의 83.8%가 이직 의도를 갖고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발표 내내 간호법 제정 재추진 의사를 강조했다. 그는 “낡은 의료법 체계로는 이러한 위기와 변화에 결코 대처할 수 없다”며 “간호법은 시대적 요구에 ‘간호와 돌봄 체계 구축’을 현실화하기 위한 ‘혁신의 첫걸음’”이라고 전했다. 이어 “62만 간호인의 미래를 위해, 그리고 국민이 언제 어디서나 존엄한 간호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법 추진을 끝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국회 보건복지원장을 맡고 있는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간호법 제정의 국제적 동향 및 추진 방향’을 주제로 열린 대한간호협회 100주년 기념 국제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이승준 기자]
국회 보건복지원장을 맡고 있는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간호법 제정의 국제적 동향 및 추진 방향’을 주제로 열린 대한간호협회 100주년 기념 국제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이승준 기자]

정치권에서도 대한간호협회의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지난 5월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간호법은 최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재추진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 세계적으로 간호법은 간호인력의 양성과 교육, 면허관리, 수급정책 등을 통해 전문적이고 숙련된 간호인력을 양성하고 이를 통해 의료 및 간호서비스의 질을 높임으로써 국민의 건강과 환자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제정 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내 간호사들이 처한 현실을 또 한번 되짚었다. 신 의원은 “한국의 경우 아쉽게도 2005년, 2019년에 이어 2021년 세 번째 국회 입법으로 발의된 간호법안이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했으나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실제로 입법되지는 못 했다”며 “국가마다 보건의료체계의 차이와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공공의 간호인력이 특히 부족한 한국에서 간호법이 제정되지 못한 점에 대해서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히로에 타카하시 일본간호협회 회장이 ‘간호법 제정의 국제적 동향 및 추진 방향’을 주제로 열린 대한간호협회 100주년 기념 국제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이승준 기자]
히로에 타카하시 일본간호협회 회장이 ‘간호법 제정의 국제적 동향 및 추진 방향’을 주제로 열린 대한간호협회 100주년 기념 국제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이승준 기자]

또 해외 간호단체 회장들이 발제자로 나와 해외사례 소개와 함께 간호법 제정의 중요성을 조명했다. 먼저 히로에 타카하시 일본간호협회 회장이 일본 간호법의 변천사와 특징을 설명했다. 히로에 회장은 “일본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간호인력 확보가 과제로 부상하면서 간호인력 수요증가 및 수급 악화를 해결하기 위해 1992년 ‘간호사 등 인재확보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사회적 수요 변화와 의료 고도화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변화를 거쳤으며 최근에도 개정이 있었다는 것이 히로에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코로나를 겪은 후 ‘인재확보법 기본지침’에 ‘신종 감염증 또는 재난 등에 대한 대응과 관련한 간호사 등의 확보’도 추가됐다”며 “간호법은 간호사가 전문직으로서 책무를 적정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간호사를 보호하는 법률인바 한국의 법률인들도 간호법 제정에 더 힘써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아리스티데스 코라타스 유럽간호협회연맹(EFN) 회장 ‘간호법 제정의 국제적 동향 및 추진 방향’을 주제로 열린 대한간호협회 100주년 기념 국제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이승준 기자]
아리스티데스 코라타스 유럽간호협회연맹(EFN) 회장 ‘간호법 제정의 국제적 동향 및 추진 방향’을 주제로 열린 대한간호협회 100주년 기념 국제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이승준 기자]

유럽에서는 아리스티데스 코라타스 유럽간호협회연맹(EFN) 회장이 대표로 나섰다. 아리스티데스 회장은 입법 과정에서의 의견 수렴을 중요시했다. 그는 “국민들과 함께 의견을 수렴할 기회도 필요하다”면서 “이러한 대중적 의견이 입법 통과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를 바탕으로 국민들의 의견과 실제 의료진들의 의견을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간호계는 간호법 제정 공론화에 시동을 거는 분위기다. 최근 국회에서 간호법 제정안이 발의된 데 이어, 대한간호협회는 성명서 발표, 100주년 기념대회, 국회 국제세미나 등을 통해 간호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연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세미나도 간호법 제정의 목소리를 더욱 높이기 위해 마련했다고 대한간호협회는 설명했다. 전날인 23일에는 창립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간호법 추진 다짐대회’가 열렸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