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현대제철]
[사진=현대제철]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일본 엔화가치가 33년 만에 최저치로 하락하면서 국내 철강업계를 비롯해 산업계가 일본산 소재 공습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고품질의 일본산 철강재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경우 국내 철강업계의 내수 및 수출 시장에서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23일 은행권 및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원·엔 환율이 100엔당 800원대, 달러·엔 환율이 1로 떨어지는 역대급 엔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1달러 당 149.12엔까지 급락했다.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철강재 등을 중심으로 일본산 수입이 확대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우리나가라 수입한 철강재는 830만톤으로 전년동기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중국과 일볼산 철강재 수입이 각각 37%, 8% 증가했다.

이에 따라 업종별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먼저 철강업계는 울상을 짓고 있다. 이미 3분기 실적에서도 부진한 가운데 4분기 역시 기대하기 힘들다는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강은 국가기간 산업으로서 이번사건과 같이 저품질 수입재가 무분별하게 유통되면 우리나라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이 흔들릴수 있다”면서 “일본과 중국 등 주변국의 덤핑 수출로 인해 국내 철강산업이 위기 상황에 처해 있어 철강 산업의 경제 안보적 차원의 중요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보호 정책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동국제강홀딩스 관계자는 “철강재는 공급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데 일본산이 증가하는 등 물량이 늘어나면 당연히 가격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일본산은 저가형이 아닌 만큼 엔저가 지속될 경우 국내 철강재 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관계자는 다만 “건설업계 등을 중심으로 수입산 물량이 늘어날 수 있지만 4분기 가전제품 생산량 증가 등 성수기인 만큼 실적은 소폭 개선될 수 있다”고 나대봤다.

◇ 철강사들, 덤핑 물량 보호 정책 도입해야

현대제철 관계자는 “수입산에 대해서는 늘 변동성이 있었던 만큼 고객사에 맞춘 일종의 맞춤형 제품과 솔루션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해 지고 있다”면서 “현대제철의 경우 에이치코어비즈플랫폼 이라든지 새로운 시도들을 통해 적극적인 방어에 나설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조선업계 등에서는 선택지가 늘어나면서 가격 협상력 등을 고려했을 때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특히 조선업계와 철강업계는 하반기 조선용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양측 모든 예민한 상황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입산 철강재 가격이 낮아지면서 후판 가격 협상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기존에도 공급망 다변화 차원에서 수입산을 일부 사용했지만 아직까지 비중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용으로 주로 수입되는 중국산 철강재에 대해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산 철강재 운송비용·시간 등을 고려했을 때 아직 국내산과 비교해 큰 이점이 있지는 않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와 함께 관계자는 “일부 선주들의 경우 계약 과정에서 중국산 철강재 사용에 난색을 표하기도 한다”면서 “철강 품질 기준 등을 높여 사실상 중국산이 사용될 수 없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수입산 철강재는 공급 다변화 측면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는 후판 가격을 두고 치열한 눈치작전을 진행 중이다. 

당초 철강사는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랐고 전기요금 인상 등으로 인해 원가가 급등한 만큼 후판 가격 인상에 힘을 실었다.

지난 1월 톤당 120달러 수준이던 철광석 가격은 5월 100달러까지 하락했으나 이달들어 130달러 안팎가지 올랐다. 유연탄 가격도 지난 6월 80달러선까지 떨어졌지만 이휴 상승세로 돌아서 현재 100달러 선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조선사들이 수요 둔화로 공급량 확대 및 수입산 증가 등으로 인해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이들은 중국·일본 등에서 수입하는 후판에 비해 국산 후판 가격이 상당히 높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90만원대 후반 수준이던 후판 가격이 하반기에는 90만원 중반 수준으로 소폭 인하될 것”이라고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시장에선 수요 부진으로 공급량이 늘어난 것이 가격 인하를 주도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힘 빠진 후판 협상···소폭 인하로 마무리될듯

여기에 수입산 증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수입된 중후판은 190만톤을 넘어서며 연말까지 200만톤 이상 중후판이 수입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산의 경우 일부 계약은 70만원 후반에 유입된 사례도 있고 일본산 역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며 국내산 철강제를 위협하고 있다.

다만 철강업계뿐만 아니라 조선업계에서도 철강재 사용 비중이 크게 변동될 것으로 보지는 않고 있어 당장의 위기를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엔저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품질 경쟁력 등을 고려했을 때 일본 제품이 부담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06~2008년 당시에는 중국 붐으로 국내 수출이 상당한 혜택을 받으면서 원·엔 환율 800원대는 물론 700원대 환율 수준도 감내할 수 있었지만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 등으로 수요 약화가 우려되는 상황인 만큼 엔화 대비 원화 가치의 상대적 고평가 현상이 일부 한·일간 수출 경합 품목의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박 연구원은 “엔화 대비 원화 가치의 상대적 고평가 현상이 국내 제품의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한국과 일본의 경제 펀더멘털 등을 고려하면 추가 하락보다 900원대로 재차 수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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