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최은지 기자] 고물가 기조가 지속되면서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커지자, 소비자들이 지갑을 굳게 닫았다. “꼭 필요한 것만 사겠다”는 불황형 소비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유통업계는 품질과 가격을 모두 확보한 가성비 제품을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를 적극 공략하는 모습이다.

2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우유 소비자물가지수는 122.03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3% 상승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있던 2009년 8월(20.8%) 이후 14년 2개월 만의 최고치다.

더불어 설탕은 17.4%, 아이스크림은 15.2%, 커피는 11.3% 각각 올랐다. 설탕은 2년 전인 2021년 10월과 비교해 34.5% 상승했고 아이스크림은 23.8%, 커피는 23.0% 각각 크게 오름세를 보였다.

이러한 고물가 기조는 소비패턴 변화로도 이어졌다. G마켓이 빅스마일데이 오픈 후 일주일 간 거래액을 비교 분석한 결과, e쿠폰/생필품 등 중저가 상품군이 평소 대비 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렴할 때 쟁여둬야 한다는 판단하에, 대량 구입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노브랜드 버거 짜장버거 세트. [사진=신세계푸드] 
노브랜드 버거 짜장버거 세트. [사진=신세계푸드] 

◇유통업계, 가성비 제품으로 소비자 공략

이에 유통업계는 초저가 마케팅으로 불황 소비 대응에 나섰다. 가격을 떨어트리기 위해 마진율을 대폭 낮춘 자체 브랜드 상품이 대표적로, 이들 제품군들은 최근 소비자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일례로, 신세계푸드는 노브랜드 버거 ‘짜장버거’를 출시했다. 짜장면 한 그릇의 가격이 7000원을 돌파할 만큼 외식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소비자 부담을 덜기 위해 단품 2900원, 세트 4900원의 가격으로 책정했다는 게 사 측 설명이다.

가격이 저렴한 만큼, 소비자 반응도 크게 돌아왔다. 신세계푸드에 따르면, 짜장버거는 일 평균 1만여 개씩 팔리며 출시 3일 만에 누적 판매량 3만개를 넘어섰다. 이는 노브랜드 버거가 올해 선보인 신메뉴 중 일일 판매량 1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매장 평균 매출도 약 5% 신장하면서 전체 매출을 견인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노브랜드 버거의 브랜드 슬로건 ‘Why pay more? It’s good enough(왜 더 내? 이걸로 충분해)’처럼 역대급 가성비로 선보인 짜장버거가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고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며 “앞으로도 맛과 품질이 뛰어난 메뉴를 가성비 높은 가격으로 선보이는 것 뿐 아니라 노브랜드 버거만의 차별화 된 고객 경험을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가 2019년 선보인 자체브랜드 ‘홈플러스 시그니처’는 올해 매출이 출시 대비 219% 증가했다. 특히 1봉지 가격이 500원으로 가성비로 유명한 '이춘삼 짜장라면'과 후속작 '이해봉 짬뽕라면'은 판매량이 1000만개를 넘어서며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홈플러스는 지난달 아예 초저가 생필품 PB인 ‘심플러스 일회용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위생장갑, 빨대 등 자주 사용하는 일회용품이 대표 제품으로, 이 또한 출시 한 달 만에 판매량이 50% 늘며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

모델이 GS25가 물가안정 콘셉트로 기획한 PB라면 '면왕'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GS리테일]
모델이 GS25가 물가안정 콘셉트로 기획한 PB라면 '면왕'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GS리테일]

GS25는 슈링크플레이션(용량은 줄이고 가격은 유지) 역주행 상품 PB 용기면 ‘유어스면왕(이하 면왕)’을 선보인다. 

면왕은 편의점 유사 NB 용기면(소컵 기준, 86g) 대비 중량은 105g으로 22% 늘리고 가격은 1000원 아래인 990원으로 낮췄다. 여기에 할인 혜택을 적용하면 가격은 600원대까지 낮아진다. GS25의 구독 서비스 우리동네GS클럽 한끼(20% 할인)와 통신사 제휴 할인(최대 10%) 등 최대 할인 혜택받은 고객은 300원 할인된 최저 690원에 구매할 수 있다.

GS25 관계자는 “고물가 장기화, 슈링크플레이션 논란 속에 선보인 물가 안정 PB라면 면왕의 경우 역대급 호응을 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CU는 초저가 샐러드 신상품 ‘놀라운 샐러드 5종’과 ‘편키트랩 드레싱 6종’을 출시하며 소비자 지갑 지키기에 일조하고 있다.

먼저, 놀라운 샐러드는 드레싱 없이 신선한 야채와 대중적으로 선호하는 고명을 종류별로 담아 2000원대로 출시했다. 양배추 샐러드, 계란 샐러드 같은 기본적인 구성부터 치즈견과 샐러드, 치킨텐더 샐러드, 파스타 샐러드 같이 든든한 토핑을 더한 것까지 총 5종으로 마련됐다. 

더불어 발사믹, 오리엔탈, 상큼키위, 치폴레, 코울슬로, 고소참깨 등 각자 원하는 드레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편키트랩 소용량 드레싱 6종도 함께 선보인다. 가격은 700원으로, 샐러드와 함께 구매하면 500원 할인이 적용된다. 기존 NB 샐러드 대비 30% 이상 저렴하다. 

업계에선 불황이 지속될수록 가성비 제품들의 출시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물가 상승에 대한 부담과 피로감이 소비 자체를 줄이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꼭 필요한 생필품만 구매하고 사치품에 대한 구매를 하지 않는 것”이라며 “특히 생필품에 대해서도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가성비 상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시대에 낮은 가격으로 좋은 상품을 선보인다는 것 자체가 기업 입장에선 하나의 마케팅 전략이기도 하다. 긍정적 이미지를 확보하면 충성고객이 늘어나기 마련”이라며 “또 최근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물가 안정 기조에도 발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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