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최은지 기자] 고물가 기조가 지속되면서 정부가 식품‧유통업계를 바라보는 시선도 더 날카로워졌다.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해 가격 인상을 자제하고 정부의 물가 안정 행보에 동참하라는 이유에서다. 

대표적으로, 정부는 이달부터 빵, 우유, 라면, 커피, 설탕, 밀가루 등 9개 주요 가공식품에 대한 담당자를 지정했다. 일명 ‘물가관리 책임 실명제’로 빵 과장, 라면 사무관, 커피 주무관의 등장이다.

정부에 따르면 각 품목별 담당자는 소비자단체·업계와 긴밀한 소통 체계를 가동해 물가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사실상 한 품목에 대해 담당자를 설정하고 공표함으로서, 업계가 눈치를 봐야 하는 인물이 확실시된 것이다.

정부 관계 부처의 현장 방문도 한창이다. 장·차관 등 고위 공무원들은 최근 식품기업이나 대형마트와 같은 현장을 찾아 물가 안정 협조를 강조하고 있다. 현장에서 기업의 애로사항을 듣고 있긴 하지만, 무엇보다 가격 인상을 자제해 소비자의 부담을 덜어달라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압박이 불러오는 결과는 긍정적일까. 표면적으로 기업을 압박해 가격을 억누르고, 이를 통해 소비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은 꽤 논리적인 듯 보이지만, 이러한 논리는 과거 MB 정부에서도 적용됐다가 큰 부작용으로 이어진 바 있다. 

앞서 MB정부는 생활필수품 52개 품목을 집중 관리는 하는 ‘MB 물가지수’를 도입하고, 품목별 책임관제를 마련했다. 기획조정실장은 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배추·고추·돼지고기·쇠고기 등을 맡는 방식으로 각 부처 1급 간부가 품목별로 집중 관리한 것이다. 

그러나 실효성은 없었다. 정책 시행 뒤 3년 새 MB 물가지수 품목 가격은 무려 20.42% 올랐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가 12%가량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정부가 가격을 압박할수록 가격이 튀어 오른 셈이다. 

이러한 흐름은 올해도 비슷한 양상이다. 지난 6월 추 부총리가 국제 밀가루 가격 인하를 꼬집으면서 라면, 제과 제품 가격이 일부 인하됐지만, 추석을 기점으로 우유 같은 유제품을 비롯해 외식 가격까지 많은 품목에서 가격 인상 소식이 전해졌다. 

가격 인상 요인은 하나같이 동일했다. “참았다가 이제서야 터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입장이다. 기업들은 올 초에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했지만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동참하기 위해 가격을 억눌렀고, 이제는 참을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다고 토로했다. 사실상 압박이 이끌어 낸 도미노 인상 소식인 셈이다.

더 큰 문제는 기업보다 도미노 인상을 맞이하는 소비자다. 기업은 가격 인상을 통해 그간의 손해를 채울 수 있지만, 소비자는 갑작스레 대부분의 품목에서 가격이 인상되는 후폭풍을 맞게 된다. 정부의 소비자 물가 완화 정책 결과가 소비자 물가 급등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정부가 과거의 사례를 기억하고, 부작용을 염두에 둔 행보를 보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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