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서병주 기자] “저한테 2세 경영인은 한 평생을 따라다닌 꼬리표였어요. 갈아서 떼어내고 싶은.”

이전에 참석한 어느 기업 기자간담회에서 들었던 말이다.

지금까지 기업이 커지고 그 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데는 창업주인 아버지의 덕택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 자리에 있던 대표이사는 담담히 자신의 마음을 밝혔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흔들릴 때마다 각종 커뮤니티에서 이재용 회장이 소환되고 매년 실적이 공개될 때마다 ‘호부견자(虎父犬子)’라는 비아냥을 듣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2세 경영인들의 고충이 십분 느껴지는 바이다.

그럼에도 부담을 기대로 바꾸고, 비난도 섣부른 평가로 바꿔나가는 경영인도 더러 만날 수 있다.

특히 지난 몇년 사이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패션업계에 이 같은 고충을 견디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는 이들이 있다.

윤윤수 휠라홀딩스 회장의 장남 윤근창 대표는 2세 경영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2007년 휠라USA에 입사하며 커리어를 시작한 윤 대표는 운영 전반을 재정비하며 해당 법인을 흑자 전환시켰다.

자신의 능력을 업계에 발산한 그는 2015년에는 리브랜딩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트렌드에 뒤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은 휠라에 메스를 댄 윤 대표는 유통채널 개편과 이미지 개선을 시도했다. 

그 결과, 휠라는 2017년 2조원 매출 달성에 이어 2019년 3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의 뒤를 잇는 최준호 부사장 역시 패션업계가 위기에 빠진 현재 경영 일선에 나서며 ‘글로벌 형지’ 실현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앞서 까스텔바작을 총괄한 최 부사장은 브랜드의 적자 순환을 끊어내는 데 일조하며 자신의 수완을 증명했다.

부진 점포 정리와 디지털 경영혁신을 앞세운 그는 지속되는 부진을 딛고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한편 국내 1세대 패션기업 세정그룹의 박이라 사장도 2세 경영의 왕도를 걷고자 한다.

박순호 회장의 삼녀인 박 사장은 2005년 입사, 브랜드전략과 마케팅홍보 등 다양한 업무를 두루 경험하며 실무에 감각을 익혀왔다.

그는 2019년 사장에 취임하며 세정에 대대적인 변화를 가했다. 당시 세정은 7년 동안 연매출이 감소하고 있었다. 

이에 박 사장은 부진 타개책으로 온라인 프로세스 혁신과 오프라인과의 시너지를 제시했다.

그럼에도 2020년, 2021년에도 부진은 이어졌다. 일각에서 2세 경영은 무용지물, 기족경영의 한계라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지난해 세정의 영업익이 1180% 급증하며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며 자신의 능력을 입증했다.

2세 경영. 어떤 이에겐 특혜로, 다른 이에겐 기울어진 운동장의 사례로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그들 중 일부는 택할 수 없는 운명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자리에서 능력을 입증해야 했고, 또 실현했다.

올해는 패션업계에게 유난히도 매서운 해다. 경기 침체의 여파로 소비는 줄고, 엔데믹 전환으로 보복소비 특수도 사라졌다.

그럼에도 자신에게 짊어진 무게를 견디고 능력을 증명한 이들이 있기에 패션업계가 지금의 시련을 딛고 반등하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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