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갑작스레 추워진 날씨로 옷깃을 여미게 되는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이에 연말연시 추운 날씨 속 소외된 이웃들에게 온정을 전하는 따뜻한 도움의 손길들이 이어지고 있다.

작은 고사리 손으로 용돈을 모아 소중히 전하는 어린아이들의 기부금부터 솔선수범 나선 공공기관과 기업들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저마다의 마음을 전한다.

이처럼 좋은 마음만을 갖고 펼치는 나눔만 있다면 좋겠으나, 이웃에 대한 진실된 관심보다는 “우리 좋은 일 했어요”라는 해묵은 공치사이자 연례행사에 그친 일부 기업들의 낯 뜨거운 산타클로스 코스프레도 똑같이 재현되고 있다.

문제는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그러한 산타 놀음을 이해하기엔 올해 우리네 삶이 너무나 고달프고 아팠다는 점이다.

달동네를 찾아 연탄 나눔을 진행했다는 어떤 기업, 또 어느 건설사는 수 천, 수 억원의 지원금을 불우이웃들에게 전달했다고 알려온다.

좋은 일은 많은 이들에게 알리면 더욱 큰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에 기분 좋게 글을 써내려간다. 그러다 문득 자신들의 선행을 보도해 달라 알려온 그들의 옛 과오들이 머릿속에 스친다. 그 속엔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은 낯 뜨거운 실태들이 가득하다.

‘이웃에게 온정을’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그들의 이면에는 자사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근로자 사망사고에 대해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표리부동한 민낯이 있다.

유가족의 슬픈 물음과 간곡한 사과 요청에도 ‘착한 가면’을 눌러쓴 채 이를 무시한 그들의 몰상식한 행위는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그렇기에 기업 임직원들이 성의를 모아 마련했다는 성금 전달식도 작금의 상황에선 마냥 좋게 보기만은 쉽지 않다.

물론 도움과 선의의 목적 자체가 폄하돼선 안 되지만, 이전의 행동과 노력이 그것과 맞닿아 있지 않다면 행위의 가치를 온전히 평가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만에 하나 이러한 불편한 시각이 불쾌하다면 자신들의 지난 과오를 먼저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아직도 수많은 현장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숨지거나 다치고, 또 그러한 상황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를 책임져야 할 건설사들은 반복되는 문제를 개선하려는 노력에 인색하다. 계속해서 벌금을 내고 벌점을 받지만, 좀처럼 해결할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어떤 건설사는 국민들 앞에 서는 국정감사 자리에서마저 사망사고에 대한 책임을 부인하며 관계사와 하도급 업체에 문제를 떠넘기는 행태를 보였다. 새로 지은 집이 무너졌지만, 발주처와 기업은 서로 책임만 미루기도 한다.

물론 진심을 담고 온기를 나누기 위한 기업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들의 노력과 성의까지 매도할 의도는 없다. 다만 진정 우리네 이웃을 위한 나눔을 하기 위해선 평균 수준의 도덕성부터 갖춰야 옳게 된 선행이 아닐까.

더 이상 건설기업들의 나눔이 ‘산타’ 놀음이 아닌 진심이 담긴 진정한 의미의 선행으로 변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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