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H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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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지난 9월부터 진행된 HMM 정밀실사가 마무리되면서 인수후보들이 오는 23일 열리는 본입찰을 두고 제시 가격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여기에 업계에서는 KDB산업은행 측이 본입찰 직전 결정하는 예정가격(예가)에 따라 성패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치열한 눈치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산은 측은 지난 8일 동원과 하림, LX그룹 등에게 제공한 가상데이터룸(VDR)을 이날 폐쇄했다. 이들은 지난 9월 6일부터 VDR을 통해 HMM 재무상태와 영업현황, 사업계획 등을 열람했다.

이에 따라 산은 및 한국해양진흥공사 측은 오는 24일 본입찰에 돌입한다.

당초 본입찰은 정밀실사 종료 후 11월 초에 예정했으나 일각에서 실사에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본입찰 시기를 다소 늦췄다. 

정밀실사를 마친 인수후보군들 모두 본입찰 참여 가능성을 높이고 있어 오는 23일까지 입찰 가격 책정을 두고 치열한 눈치 작전을 예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김흥국 하림그룹 회장과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 등이 직접 언론에 나서면서까지 인수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 자금확보 방안을 최종 마무리해 본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LX그룹 역시 이번 정밀 실사 기간 대외적으로 입장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자금력에서 가장 앞서고 있어 사업적 시너지 등을 고려했을 때 본입찰 참여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이에 매각 측과 업계는 이번 인수 성공의 최대 관건으로 매각가격이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매각 대상 지분(57.88%)과 경영권 프리미엄 20~30%를 적용하면 8일 기준 시가총액 8조202억원을 기준 단순계산으로 최대 6조350억원 가량을 써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산은과 해진공 측은 오는 10일 HMM의 1조원 상당의 영구채 2억주를 상장하기로 하면서 지분 희석 부담에 따른 주가 변수가 남아 있다. 영구채 상장으로 HMM 주식수는 현재 약 4억8903만주에서 6억8903만주로 늘어난다.

◇ 영구채 변수 불구 높은 가격···양측 이견 여전

결국 매각 측과 원매자들 사이의 가격 이견을 좁히는 일이 우선적으로 넘어야할 산이다. 인수후보들은 인수가격으로 점쳐지는 5조원 가량에 대해 비싸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먼저 해운운임이 하락하면서 실적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3일 기준 1067.33로 전주 대비 5.5% 상승했지만 사상 최대치를 찍은 지난해 1월 5109.6과 비교하면 79.1% 감소했다.

여기에 향후 예정돼 있는 전환사채(CB) 주식 전환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산은과 해진공은 2024년 5월 1000억원을 필두로 같은해 6월 2000억원, 10월 6600억원, 2025년 4월 7200억원 등 CB 전환 일정을 남겨둬 지분 희석이 예상된다.

이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보유 지분 등을 고려할 때 정부 측의 간섭 역시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추가로 전환되는 주식을 감안하면 이번 매각에 경영권이 포함돼 있다고 봐야할지 의문”이라며 반문했다.

이 때문에 본입찰 직전 정해지는 산은의 예정가격(예가)이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가는 최소 입찰금액으로 사실상 본입찰 기준점 역할을 하게 된다.

국가계약법에 따르면 입찰 시 기준 가격인 예가를 정해야 하며 매각 측은 본입찰 전 이를 결정하고 밀봉한 뒤 개찰장소 또는 가격협상장소에 둔다. 인수후보자들은 예가를 미리 알 수 없다. 통상 예가는 최근 한 달 주가 평균에 프리미엄을 붙이는 식으로 결정된다.

문제는 산은 측이 유찰을 원할 경우 프리미엄으로 40%를 적용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 비싼 몸값 지불 위해 원매자 자금동원력이 핵심

이와 더불어 원매자들의 자금동원력은 여전히 풀여야할 과제다.

실제 동원, 하림, LX그룹 등은 인수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HMM 몸값 지불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이에 인수후보들은 각자 여러 방법을 통해 자금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먼저 동원산업은 상반기 기준 5169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자금조달을 위해 동원 F&B빌딩과 대주주 지분매각 등을 통해 자산 유동화를 추진 중이다. 특히 다른 경쟁사에 비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부족한 반면 자산을 유동화할 수 있는 카드가 다양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특수관계자의 동원산업 지분율은 자사주 포함 90%가 넘는다. 또 해외 자회사이자 미국 내 참치 브랜드 1위 업체인 스타키스트를 통해서도 인수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하림그룹은 일찌감치 JKL파트너스와 손잡고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 KB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NH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 등을 인수금융 대주단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들은 올 상반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1조1000억원이며 팬오션이 지난달 16일 한지탈 지분 매각 대금 및 선박 매각 등을 통해 자금확보에 나서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하림산업이 보유한 서울 양재동 물류센터 부지를 매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LX그룹은 현재 인수후보군 중 가장 많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2조5000억원(올해 6월 말 기준) 규모를 갖고 있다.

다만 지주회사 행위 제한 요건 등으로 인해 여러 자회사가 한 손자회사에 공동 출자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조 단위의 유상증자, LX판토스 상장, 해외 자회사 자산 활용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본입찰 전까지 공개 행사에 나설 계획이 전혀 없는 등 입단속을 강화하고 있어 경쟁사와 다른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 숏리스트 자신감에도 인수 적격성 논란 발목

하지만 HMM의 새주인 찾기는 쉽지 않아 보여 유찰 가능성 역시 키우고 있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적격한 대상자가 없을 경우 매각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매각 측에서도 매각 금액, 자금동원력 등을 꼼꼼히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강 회장은 “인수자들이 13조원에 달하는 HMM의 현금을 배당금 형식으로 빼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면서 산은이 인수기업에 대한 대출 지원은 없다고도 못박기까지했다.

여기에 HMM 노조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HMM 육상노조와 해상노조는 9일 서울 여의도 산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면적인 재검토를 촉구할 예정이다.

HMM 노조 관계자는 “14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HMM 유보자금이 해운업 투자 사업이 아닌 인수기업의 다른 투자사업에 유용되는 HMM 자체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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