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중고차를 구매할 땐 좋은 차 고를 걱정만큼 드는 또 하나의 근심거리는 “바가지 쓰지 않을까”다. 정찰가가 아니라서, 온갖 부품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어서 등 갖가지 이유로 소비자는 불안했다.

이런 마음을 헤아리듯 대기업이 정찰가에, 차 컨디션, 부품 등 1에서 100까지 확인, 보장해 주는 ‘인증중고차’ 사업을 시작했다. 현대차‧기아 인증중고차다.

현대차·기아는 취급 차종을 차종 5년 10만㎞ 이내 무사고로 한정했다. 여기에 내외관, 부품 등은 모두 신차급으로 세팅해 내놓는다. 한 대당 확인하는 항목만 200여 개가 넘는다. 신차급만 선별하겠다는 뜻이다.

매입‧판매 시스템도 기대 이상이다. 인증중고차 전용 모바일 앱이나 웹사이트에서 상품검색 및 비교는 물론 견적, 계약, 결제, 배송 등 전 과정을 온라인 원스톱 쇼핑으로 진행할 수 있다.

기존 중고차 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가장 큰 우려는 팔릴 만한 모델들을 대기업이 독식한다는 점. 이에 대해 현대차, 기아는 중소벤처기업부 권고안에 따라 판매량이 제한되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소비자들의 의견도 양분된다. 오랜 ‘레몬마켓’을 근절할 유일한 돌파구로 보는 시각과 또 다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다. 특히 신차급으로 상품화하는만큼 다소 높아진 가격을 부담스러워하는 이들이 많고, 대기업의 물량공세로 소상공인의 설 자리가 한 번에 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논란이다.

그러나 그동안 중고차 시장이 매우 불투명했고, 중고차 피해 사기로 자살사건까지 일어났을 만큼 사회적 문제가 크자, 이번 대기업 진출을 계기로 전반적인 자정효과가 생길 거라는 기대도 나온다.

현대차‧제네시스는 지난달 24일, 기아는 지난 1일을 시작으로 본격 인증중고차 판매는 시작됐다. 현대차는 한 대 당 200여개가 넘는 항목 검사로, 기아는 국내 최초로 ‘EV 품질관리제’를 도입해 전기차 등급 판매제도 실시하는 등 새로운 시도로 소비자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제 소비자의 선택만이 남았다. 커진 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진 중고차 시장 한가운데서 소비자들의 고민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행복한 고민’이다. 대기업 인증중고차 사업의 시작 즈음, 소비자들의 현명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기대해 본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