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유은주 기자] 하나의 산업을 하나의 생명과 같다고 가정한다면, 이에 섣불리 사망 선고를 내리는 일은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사망의 정의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심폐기능이 정지한 상태를 사망했다고 말하거나 뇌와 심장, 폐의 기능을 잃었을 때도 사망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하나의 산업이 더 이상 숨쉬지 못하고 기능하지 못한다면 ‘사망’의 영역에 놓일 수 있다. 

그렇다면 메타버스 산업은 사망한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의 한 매체는 ‘메타버스는 죽었다’는 선언적인 워딩으로 기사를 발행하기도 했다. 코로나 시대와 더불어 비대면과 디지털 전환이 맞물리며 메타버스는 하나의 종교처럼 이 세계를 집어삼켰다. 

어느 사업이든 이름에 ‘메타버스’를 접두사로 붙이면 그럴듯해 보였다. 저마다 ‘가상’이나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를 여기저기 붙여대기 시작했다. 현실 세계를 집어던지고 가상의 초월세계인 유토피아를 꿈꿔온 것이다. 

이들 가운데는 유명한 셀럽도 있다. 글로벌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플랫폼인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도 사명을 메타로 변경하고 관련 사업을 적극 추진했다.

그러나 메타 역시 메타버스 투자 성과 저조를 바탕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다. 투자비용 대비 실적이 좋지 않았고 이어지는 비용 증가에 실적 발표 후 주가가 20%씩 떨어지기도 했다. 유토피아를 실제 세계에서 구현하기란 쉽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산업이 부진한 성적표를 받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선 메타버스로 사용자가 경험할 수 있는 세계의 한계가 명확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킬러콘텐츠의 부재도 꾸준히 지적됐다. 

게다가 그럴듯해 보이는 외관과는 달리 뚜껑을 열어봤을 때 당장에 ‘메타버스’를 활용한 다양한 산업이 빠른 시간 내 수익을 창출하지도 못한 것도 요인이 됐다. 그동안의 ‘인풋’에 대한 뚜렷하고 분명한 ‘아웃풋’이 즉각적으로 눈에 보이길 바라는 투자자들이 메타버스 산업의 부흥을 언제까지 기다려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또 다른 요인은 너도나도 메타버스 시장에 불나방처럼 뛰어든 것이다. 다수의 기업이 메타버스 시장에 진출하며 심화된 경쟁은 기업들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실제 싸이월드와 연동되는 것을 장점으로 마케팅했던 싸이타운은 킬러 콘텐츠의 부재로 1년 만에 문을 닫았다. 과거 20년 전 인기를 끌었던 미니홈피를 구성하는 미니룸과 미니미를 메타버스 세계에 구현했으나 서비스 차별화에 성공하지 못하고 서비스를 종료했다.   

카카오의 컬러버스도 수익성 악화를 못 견디고 구조조정에 나섰다. 컴투스의 컴투버스 역시 메타버스 사업 분야 직원대상 희망퇴직을 신청 받으며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것은 네이버의 제페토 정도다. 네이버Z가 운영하는 가상현실 플랫폼인 제페토는 출시 1년 만에 가입자 1억300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살아날 가능성의 존재 여부다. 지난달 과기정통부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K메타버스 부스트 위크에 기업관계자들을 초청, 국정과제 간담회를 마련했다. 메타버스 산업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사업자들의 사연은 구구절절했고 모두가 절실했다. 

그들은 메타버스 산업이 끝났다는 비관적 전망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메타버스란 키워드가 힘을 잃었고, 관련 R&D 예산이 줄었지만 여전히 산업을 부흥시키려고 노력 중이다.

메타버스는 VR와 AR기술의 발달, 확장 현실을 통한 다양한 산업 분야로의 활용을 위한 인프라가 될 가능성이 있다.  메타버스가 살아날 방법은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되는 것이다. 

컨슈머와 커머셜을 타깃으로 하는 메타버스가 아닌 인더스트리얼 메타버스, 즉 ‘산업용’ 메타버스가 해답이 될 수 있다. 이미 에퀴노어, 토요타, 벤츠, 코카콜라, 브릿지스톤 등 굵직한 대기업들이 모두 인더스트리얼 메타버스를 접목 중이다. 여기에 해외투자 유치, 해외우수인재 채용, 인프라 확대, 스타트업 투자 제도 개선이 뒷받침되면 금상첨화다. 

콘텐츠가 부재한 수십수백억 규모의 텅 빈 가상공간을 여행하는 일은 고루한 일이다. 멸망한 세계를 관광하는 매니악한 아포칼립스 투어 이상의 의미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죽어가던 공간이 새로운 세계로의 텔레포트, 이세계로 넘어가는 포털이나 정거장으로 탈바꿈한다면 얘기는 달라질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상호작용 속에서 메타버스는 새로운 생명력을 갖는 유기체가 될 수 있다. 메타버스는 아직 죽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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