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식품업계와 수차례 간담회를 진행,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 입장에선 권고이지만 기업 입장에선 강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이뉴스투데이는 현 정부의 시장 가격 개입 상황과 과거 비슷한 사례로 언급되는 MB 물가와 그 결과, 그리고 더욱 어두워진 하반기 물가 전망까지 3회에 걸쳐 살펴본다. - 편집자 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 보는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 보는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최은지 기자] 식품업계 안팎에선 정부의 시장 개입 행보가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바로, 이명박(MB) 정부 시절의 물가 안정 정책이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MB정부 출범 때인 2008년 물가 상승률은 4.7%까지 치솟았다. 이에 MB정부 또한 소비자 체감 물가가 높아지는 것에 대한 대응책으로 라면과 빵 가격을 먼저 잡았다. 

일례로 올해 6월 라면업계가 제품 가격을 내렸는데, 이는 2010년 이후 13년 만의 일이었다. 당시에도 김동수 기획재정부 차관이 “밀가루 값이 내린 만큼 업체들이 라면, 빵 등 주요 품목 가격을 내려주길 원한다”고 발언하면서 도미노 가격 인하가 이뤄졌다. 

특히 MB정부는 물가 안정을 국가적 과제로 설정하고 생활필수품 52개 품목을 집중 관리는 하는 ‘MB물가지수’를 도입하기도 했다. 품목은 통계청이 소득 40% 이하 계층에서 자주 구입하고 지출이 높은 것들로 구성됐다. 

더불어 ‘품목별 책임관’제를 도입했다. 농림수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은 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배추·고추·돼지고기·쇠고기 등을 맡는 방식으로 각 부처 1급 간부가 가격을 집중 관리한 것이다. 

매주 경제 장관들의 물가대책회의도 열었다. 기재부 차관이 주재하던 물가회의가 장관 주재로 바뀌는 변화도 있었다. 김대기 당시 경제수석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물가와 전쟁을 한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지시하기도 했다.

여기에 공정위가 물가 안정에 동원되기도 했다. 정부는 식품업체들에 대한 담합 조사를 언급했고, 공정위는 관련 조사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당시 조사대상 기업과 동원된 조사반원 숫자 등이 공정위 창설 이후 최대 규모라는 평가를 받았던 사실을 감안하면 기업이 받는 압박은 상당했던 셈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임 중이었던 지난 2011년 4월 당시 서울 서초구 양재동 농협 하나로클럽을 방문해 현장 물가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임 중이었던 지난 2011년 4월 당시 서울 서초구 양재동 농협 하나로클럽을 방문해 현장 물가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후폭풍 맞은 MB물가, 부작용 컸다 

결과적으로, MB물가는 실패했다는 평을 받는다. 정책 시행 뒤, 3년 새 MB물가지수 품목 가격은 20.42% 올랐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가 12%가량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가격을 찍어 내릴수록 오히려 오른 셈이다. 

무엇보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서 도미노 가격 인상 흐름이 이어졌다. 경쟁사가 먼저 가격을 올리면, 나머지 업체들이 짧은 간격을 두고 따라 올렸다. 원재료 값 인상 등 물가 상승의 근원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특정 품목 대상의 인위적 가격 통제로 물가를 잡으려고 한 것이 실패 요인이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MB정부 말기인 2012년 12월~2013년 1월에는 대부분의 식품업계가 가격 인상 소식을 전했다. 밀가루·소주·간장·고추장·두부 등 대부분의 식료품 가격이 뛰었고, MB 임기 동안 가격을 올리지 못한 것을 반영하면서 인상률도 컸다. 

더불어 새 정부가 출범하면 가격 인상이 원천 불가능해진다는 판단도 이뤄졌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새 정부가 공식 출범하면 또다시 정부가 기업을 옥죌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것이다. MB정부 내내 가격 압박을 받은 기업으로선 선제적으로 가격 인상을 해 놔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만했다는 평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이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에 동참하고, 소비자 체감 물가를 안정화 시켜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면서 “매출 원가가 떨어졌는데도 가격을 내리지 않는 기업의 도덕적 문제를 질타하는 것 또한 정부 입장에선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는 상시적인 가격 통제다. 원가가 올랐는데도 기업이 가격 인상을 하지 못하게 하면, 기업 입장에선 웅크리고 있다가 가격 인상을 한꺼번에 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타이밍은 모든 기업들이 비슷하게 판단한다”라며 “이 경우에는 개별 기업들이 각자의 인상분을 반영해 제품 값을 올리는 것보다 소비자 부담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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