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팬오션]
[사진=팬오션]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하림그룹 계열사인 팬오션이 최근 한진칼 지분을 매각하는 등 자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어 그 배경이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HMM 인수를 위한 조치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지만 글로벌 탄소 규제 강화 흐름에 맞춰 친환경 선박 교체 등 체질 개선을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22일 업계 등에 따르면 팬오션은 지난 16일 이사회를 열고 보유하고 있는 한진칼 주식 390만3973주(지분율 5.8%) 전량을 1628억원(1주당 약 4만1710원)에 처분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관련 팬오션 측은 “매수자의 대상 주식 취득에 관한 행정처리 절차가 완료된 날로부터 5영업일 이내에 매각할 예정”이라며 “확정 시 처분 예정 일자를 정정해 고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매각에 관해 투자은행(IB) 업계 등에서는 호반건설이 팬오션에게 넘겼던 한진칼 지분을 전량 인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호반건설은 매각했던 때보다 높은 금액에 인수할 것으로 보여 팬오션으로서는 1년도 안돼 156억원의 거래 차익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일각에서는 팬오션이 지난해 5월 첫 지분 매입한 것까지 계산할 경우 약 168억원의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호반건설은 지난해 12월 한진칼 지분(4.96%)을 주당 3만7715원에 넘겼다. 이번에 사는 금액은 주당 4만1710원으로 다시 비싸게 사오는 셈이 된다.

이 같은 팬오션의 행보에 대해 재계 등에서는 HMM 인수에 나선 하림그룹이 자금 확보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보고 있다.

HMM 예비입찰을 통해 실사를 벌이고 있는 하림은 이미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손잡고 신한·국민·우리은행과 미래에셋·NH투자증권 등과 함께 대주단 구성을 마친 상태다.

다만 하림그룹이 인수를 위해서는 상당한 금액을 차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 1.7조 보유한 하림···자금 확보 총동원령

올해 상반기 하림지주 연결재무제표상 현금·현금성 자산은 1조1076억원, 단기금융삼풍 3666억원, 기타유동금융자산 2678억원 등을 포함해 1조7420억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이번에 팬오션 주식 매각 대금까지 포함할 경우 2조원 가량을 확보하게 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또 다른 해석을 내놔 이번 주식 매각 배경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팬오선은 친환경 기조 대응 및 사업 다각화를 위해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팬오션은 오는 2030년까지 탄소제로 선박 전환이라는 청사진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따라 기존 탄소배출 선박 10척을 매각하고 탄소배출 선박에 대한 발주를 중단했다. 반면 탄소제로 선박 6척을 도입한다. 이를 위해 오는 2025년까지 21억4400만달러(약 3조원)을 투자해 LNG선 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더욱이 팬오션의 최근 영업실적도 부진하다. 상반기 말 기준 팬오션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507억원에 불과하다. 업황도 세계 주요국의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전반적으로 물동량이 감소해 운임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상반기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은 3773억원으로 전년(6898억원)대비 반토막났다.

이 때문에 해운업계에서는 팬오션이 HMM 인수 자금 마련에 뛰어드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배출 저감 관련 제도들이 시행되면서 선박별로 등급을 나누고 노후 선박에 대한 폐썬과 새 선박 발주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며 “이에 따라 대규모 자금 마련이 필요한 수순이어서 팬오션이 주식 매각 대금을 인수자금에 보탤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그러나 HMM 대어 인수를 위해 동원그룹, LX그룹 등과 경합을 벌이면서 하림그룹으로서도 자금 확보에 총동원령이 내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욱이 경쟁 그룹들 역시 인수에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 누가 먼저 자금 확보에서 승리하는 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HMM 인수를 위해서는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주식 3억9879만156주(지분38.9%)와 영구채 2조7000억원 중 1조원 어치를 주식으로 전환한 물량(2억주)를 포함해 최소 5조원에서 7조원 가량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HMM 매각이 최종 유찰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인수후보들이 인수 자금 마련이 쉽지 않아서다.

지난달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산은은 ‘HMM 매각 추진’ 업무보고 자리에서 HMM 예상 매각가를 최소 7조원으로 추산했다.

◇ HMM 높은 몸값···유찰 가능성도 여전

산은 측은 윤영덕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우선협상대상자는 관련 법령에 따라 입찰가격, 자금조달 계획, 인수 후 경영계획, 국내 해운업 발전에 대한 기여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세부 평가 기준은 관계기관 간 협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팬오션의 한진칼 지분 매각이 자칫 대한항공 경영권 분쟁으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호반건설은 완전 자회사인 호반호텔앤리조트를 통해 이번 지분을 인수하게 되면서 단숨에 한진칼 2대 주주에 오르게 됐다.

6월말 기준 한진칼 지분율은 조원태 외 19.79%, 델타항공 14.9%, 호반건설 외 11.6%, 산은 10.58%, 국민연금 5.88%, 팬오션 5.85%다. 이번 지분 인수로 호반건설은 지분 17.45%를 보유하게 돼 조원태 회장 측과 2.34%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게 된다.

일각에서는 한진칼이 오너일가의 취약한 지배력으로 인해 이미 강성부펀드(KGCI) 등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전례가 있어 호반건설의 2대 주주 급부상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호반그룹 측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투자’ 목적이라고 밝혀 확대해석에 경계심을 내비쳤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