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최은지 기자] “아버님은 어머님과 자녀에게 성실한 가장이셨습니다. 노조와 정치권은 고인의 죽음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노동조합’, 근로조건의 개선 및 사회적·경제적인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노동자가 조직하는 단체를 의미한다. 즉, 노동자의 ‘편’에서 부당함에 목소리를 내는 곳인 셈이다.

그런데 최근 이런 노조의 정체성에 의문이 생기는 일이 발생했다. 택배노조가 한 택배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과로사’로 단정짓고 기업을 비판하면서다. 

지난 13일 새벽, 군포시 산본동 한 빌라 4층 복도에서 전문 배송업체 A씨가 쓰러진 채 발견된 일이 있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 대원들이 A씨를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택배노조가 A씨의 사망 원인이 과로사로 추정된다고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한 것이다. 이는 사고 10시간 만의 일로, 사망 원인에 대한 그 어떤 결과도 나오기 전이었다. 

당시 택배노조는 “쿠팡의 로켓배송 시스템에서 이 같은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났다”며 “하루 14~15시간 일하는 장시간 노동이 축적되면서 과로사하는 참담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또 A씨가 쓰러져 있었을 때 쿠팡 종이박스와 쿠팡 프레시백이 머리 위에 흩어져있었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업계 안팎에선 해당 기자회견에 대해 많은 우려가 제기됐다. A씨의 죽음에 대해 섣불리 과로사로 단정짓는 행동이 옳냐는 것이다.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부풀려 기업을 비난했다는 부정적 여론도 일었다. 

이후 A씨의 아들은 “노조와 정치권은 고인을 함부로 말하지 말아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아버지가 소속된 배송업체에 문자를 보내 “아버님의 장례 중임에도 불구하고 노조와 정치권이 함부로 말하고, 이것이 언론에 유포되는 것은 고인을 잘 보내드려야 하는 가족에게는 아픔”이라며 “노조와 정치권에서는 고인의 죽음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생각을 전했다. 

시간이 흘러 사망 원인도 확실시됐다. 국과수가 1차 부검 소견으로 A씨가 심장비대증으로 숨졌다고 명시한 것이다. A씨의 심장은 정상치의 2배 이상으로 비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경찰은 A씨가 심근경색을 앓고 있다는 점을 고려, 사망 원인을 질환으로 보고 내사로 사건을 종결했다. 

그렇게 ‘과로사’가 아닌 것으로 마무리가 될 때쯤, 택배노조는 유족의 입장이 알려진 지 하루 뒤 또 한번 ‘명백한 과로사’라고 정의내렸다. 국과수의 소견서를 보면 심근경색이 사망원인인데, 심근경색은 산재보상법에서 과로로 발생하고, 이 경우 과로사로 볼 수 있다는 게 핵심 주장이다. 

다만 택배노조의 성명에는 A씨의 아들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유족이 함부로 말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지만, 또 한 번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A씨의 죽음 원인을 단정한 것이다. 

이쯤에서 다시 한번 노조의 정의를 살펴보자. 근로조건의 개선 및 사회적·경제적인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노동자’가 조직하는 단체를 의미한다. 즉, 노조는 노동자의 편이다.

택배노조가 기자회견에서 고인을 언급하며 눈물을 보인 것도 노동자의 편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고인을 잘 떠나보내려는 아들의 호소를 외면하는 것도 과연 ‘노동자의 편’으로 볼 수 있을지 물음표를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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