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통곡의 벽’은 최근 이·팔 전쟁으로 다시금 주목 받고 있는 예루살렘에 솔로몬왕이 세운 성전의 서쪽 일부다. 예수가 죽은 후 로마군이 예루살렘을 공격하면서 많은 유대인을 죽였는데, 그 비극을 지켜본 성벽이 밤이 되면 통탄의 눈물을 흘렸다는 설과 함께 이 같은 별칭이 붙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별칭은 축구계에서도 흔히 쓰인다. 강한 수비력으로 상대팀의 공격을 저지해내는 선수진에 같은 명칭이 따라붙곤 했다. 최근 취재를 하던 중 헬스케어 업계에서도 같은 별명이 붙어도 부족함이 없을 만한 제도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신의료기술평가’다.

신의료기술평가는 새로운 의료기술이 국민에게 사용되기 전 ‘안전성·유효성’을 세밀하게 평가하는 제도로, 지난 2007년 도입됐다.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고 의료기술의 ‘신뢰성 있는 발전’을 도모한다는 취지는 그럴싸했다.

의료법에 의거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NECA에 위탁해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5년 동안 3000여 건의 신의료기술이 평가를 받았으며, 절반 이상이 안전성과 유효성이 인정돼 시장에 진입했다.

하지만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여러 헬스케어 기업에서 이 제도에 대해 답답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평가기간만 5년에, 연구계획서 제출·보완 과정에 수개월이 걸려 실제 임상현장 진입이 까다롭고 근거창출전문위원회 제출을 위해 3차 의료기관에서 별도 임상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중규제 논란도 부상하며 신의료기술평가에 대한 업계의 시각은 더욱 냉랭해지고 있다. ‘에임메드’와 ‘웰트’는 디지털치료제로 ‘에임메드’와 ‘웰트아이’를 개발해 올해 초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신의료기술평가에 가로막혀 수개월째 의료 현장에 진입하지 못 하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전해듣고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NECA에서는 “식약처 임상기준과 동일하게 맞춰 오라”며 심의결과를 ‘보완’으로 냈는데, 식약처에서 이미 허가를 받아낸 사항에 대해 이 같은 결과를 내린 것은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NECA가 표방한 ‘의료기술의 신뢰성 있는 발전’에 업계가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명 ‘킬러규제’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선진입-후평가’ 제도가 적극 도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식약처 품목허가를 받은 새로운 의료기기를 한시적으로 판매를 우선 허용한 다음, 유효성·안전성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해당 제도가 언급된 이후로 ‘제이엘케이’의 JBS-01K가 빠른 상용화와 함께 이번 달부터 매출을 발생시킬 것으로 예상되며 제도 개선에 설득력이 더해지는 상황이다.

지난달 이재태 NECA 신임 원장은 “규제기관이라는 오해를 풀겠다”며 장기적인 방향으로 씽크탱크를 제시한 바 있다. 선진입-후평가의 적극 도입 없이 신의료기술평가가 지금과 같이 계속 유지된다면 업계에서 ‘통곡의 벽’이라는 시선을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진정한 ‘신뢰성 있는 의료기술의 발전’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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