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영욱 기자] 이번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에선 나라의 중요 현안에 대한 질의가 아닌 이슈처리에만 급급하는 모습을 보이며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 12일 열린 원자력안전위원회 국정감사는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방사능 측정으로 여야가 충돌하며 ‘파행’되는 구태를 반복하며 시간을 허비하기도 했다.

국회 과방위 소속 의원실은 이번 하반기에 전체회의가 정상 진행되지 않은 점을 염두해,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쟁점 현안을 다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때문에 대부분 국감 시작에 앞서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12일 국감 파행은 기대를 보기 좋게 빗나갔다. 과방위는 하반기 내내 ‘우주항공청’,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 주요 이슈를 두고 대립하며 전체회의 개의에 대한 협의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정상 기능을 하지 못해 국민들이 오랜 시간 듣고 싶지도 않을 ‘식물 상임위’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 국감에도 대화와 협의의 실종이라는 모습을 보인 것을 보면 다음주 국감에서도 파행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KBS, EBS, MBC, 방송문화진흥원 등을 대상으로 국감이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수신료 분리 징수, MBC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원 이사 선임 문제 등이 ‘언론 길들이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야의 수평선은 쉽게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야 간 골이 깊은 문제로 이번 국감 내 해결 여부는 불투명하나 10일부터 진행된 국감을 생각한다면 재차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보여지는 과방위의 행태는 국감이 열리기 전 현안을 제대로 다루겠다던 포부와는 다른 양상이다. 말이나 말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아직까지 일반 증인이 없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여전히 사업자들에게 질의하고 사안에 대한 답변을 들어야 하는 사안이 산적해 있는데 협의 불발로 미정인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는 ‘가짜뉴스’에 대한 논쟁만 이어졌고 의원들과 이동관 방통위 위원장은 똑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며 무의미한 말만 쌓여갔다. 

11일 세종청사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감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문제점이 지적됐으나 관계자가 부재해 이종호 장관에게만 질의가 이어져 한계가 존재했다. 증인이 채택된 타 국감 현장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최근 과방위 소속 의원들은 ‘체감통신비’ 부담에 대해 고가 단말의 영향이 있다는 내용의 토론회를 주관하거나 ‘아이폰 가격 책정’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박찬대 의원실은 애플이 ‘환율장난’으로 국내 소비자들을 ‘호갱취급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답변은 엉뚱하게도 과방위가 아닌 금융위원회 국감에서 들을 수 있었다. 금융위 국감에 증인으로 참석한 마크리 애플코리아 영업총괄사장은 “환율 외에도 국가별 시장 상황 등 여러 요소들을 반영했으며 국내 출고가의 경우 타국에 비해 비싸다고 보기 어렵다”고 가격 책정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향후 금융위 국감에는 보이스피싱과 관련해 이재원 LG유플러스 혁신그룹장, 홍승태 SKT 고객가치혁신담당 부사장, 이현석 KT 커스터머부문장 등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과방위 국회의원들이 종합 국정감사 이전까지 일반 증인 채택 협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일반 증인과 참고인 없이 진행되는 국감은 의미를 찾기 힘들어서다.  

과방위 소속 의원실은 증인 채택이 될 수 있도록 협상을 진행하고 현안을 살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감감무소식이다. ‘수박 겉핥기식’ 국감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과방위는 지난 4월 과기정통부의 ‘우주항공청 설립안’을 시작으로 여야 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반쪽짜리’에 불과한 모습을 보여왔다. 이로 인해 5G 요금제, 알뜰폰 도매대가, 인공지능 기본법 등 논의가 필요한 사안들이 후순위로 밀려 방치되고 있다. 

내년 예정된 총선으로 현안을 자세히 들여볼 시간이 부족한 가운데 ‘도돌이표’와 같이 싸우는 모습만 반복한다면 이번 국감은 ‘하나마나 의미 없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번 국감을 지켜보면 역시나 '식물국회' '수박 겉핥기' '반쪽짜리' '도돌이표' 같은 부정적 관용구가 넘쳐난다. 결국 무용, 부실, 결핍, 반복 등이 해를 넘겨 노출됐다는 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의 중요성을 위해 백년대계라는 진부한 표현을 다시 꺼낸들고 싶지 않지만 지금의 모습은 일주일 앞의 계획도 세울 수 없는 형국이다. 과연 지금의 국회가 당파성을 벗고 국가 과학기술 정책을 논할 수 있는 자리라도 만들기를 바라는 게 이렇게 어렵다면 남아 있는 기대감은 어디에 놓아야 할지 요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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