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전기차 전환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공급 총력전을 펼쳤던 올해, 오히려 전기차 신차 판매량은 떨어졌다. 당황한 정부가 내놓은 카드는 ‘보조금 인상’. 추석 전 부랴부랴 ‘전기차 보조금 인상 정책’을 내놓고 신차 국고보조금 상한액을 680만원에서 780만원으로 100만원 올렸다.

이미 지난해 700만원이었던 상한액을 680만원으로 깎으면서도 말이 많았던 터다. 보조금은 깎으면서도 받을 수 있는 자격 금액은 5500만원에서 5700만원으로 올렸다. 정부는 물가 상승분과 원자재값 상승 분을 반영한 조치라고 했다. 줄어든 보조금에 대해선 지급받는 대상을 전격 늘리겠다는 약속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은 돈 놀이”라는 지적은 피하지 못했다. 국가가 거둬들인 세금으로 이리저리 순서만 바꿔 지급하는 꼴이라는 것. 당시 전문가들의 의견도 갈렸다.

환경부는 이에 대해 “세계 정세 불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고물가‧고환율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너무 높아졌고, 배터리 값도 크게 올라 자동차 제조사들의 고심이 컸다”며 “이에 따른 조치이며, 대신 보조금 수령 대상 확대를 통해 전기차 보급 확대는 늘려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으나 일부는 “전 세계적으로도 상한액을 올리는 경우는 없다”며 “환경 정책에 역행하는 개편안”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한 편에선 “이번 보조금 개편안은 전체적으로는 잘 조정했다고 본다. 한번 결정되면 내년 개편까진 수정이 어렵기 때문에 전문가 자문, 실사 등으로 좀 더 세심한 정책 결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틀린 꼴이 됐다. 한번 결정되면 일 년은 그대로 간다던 보조금 정책은 8개월만에 100만원을 올리고 내릴 정도로 대폭 수정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 반응도 미지근하다. 전기차의 판매량이 저조한 이유가 단순히 보조금이 적어서나 차가 비싸서는 아니다. 전기차 개발 단계서부터 꾸준히 문제로 제기돼 온 충전 인프라 부족 문제, 전기료 인상 등 복합적인 영향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지난 8월 기준 전기차 누적 보급 대수는 50만대를 넘어섰지만, 충전 인프라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도심지와 고속도로 휴게소 등 곳곳에선 충전기가 모자라 발을 구르는 운전자들이 눈에 띄고, 충전기 앞 길게 줄지어 선 전기차 행렬도 흔한 풍경이 됐다.

이 외에도 충전요금 특례가 종료되고 전기요금이 오르면서 연료비 부담이 늘고 있는 것도 소비자엔 부담이다. 전기차를 선택하는 큰 이유 중 하나인 ‘경제성’이 떨어질수록, 충전 불편과 화재 위험성 등 우려를 안고 굳이 전기차를 선택할 필요는 없다.

소비자가 원하는 건 일시적인 보조금 확대가 아니다. 정부 역시 잠깐의 효과는 얻을 수 있지만 최선책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오히려 ‘세금 장난’이란 오명만 더해질 뿐이다.

막대한 재정 투입과 시간이 들더라도, 충전 인프라 확충에 더 힘을 실어야 한다. 진정성 있는 고민과 실질적인 방안 마련만이 전기차 판매량을 움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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