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패션업계에서 인수 이후 반등에 성공한 브랜드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인수 후 경영효율화 등 체질 개선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했다. 사진은 안다르의 싱가포르 현지 매장. [사진=안다르]
최근 패션업계에서 인수 이후 반등에 성공한 브랜드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인수 후 경영효율화 등 체질 개선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했다. 사진은 안다르의 싱가포르 현지 매장. [사진=안다르]

[이뉴스투데이 서병주 기자] 패션시장에서 ‘신의 한 수’가 된 인수 사례가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적자에 빠진 브랜드가 인수를 통해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거나 경쟁력을 강화하면서다.  

7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년 사이 인수가 이뤄진 브랜드와 플랫폼의 수익성이 개선됐다.

애슬레저 브랜드 안다르는 지난 2021년 퍼포먼스 마케팅 기업인 에코마케팅에 인수된 후 적자에서 벗어났다. 

인수 이전 안다르는 2019년 12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3년간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그 사이 내부 성추행 사건과 팬데믹으로 인한 오프라인 사업 축소 등 잇따른 악재들도 겹쳤다.

이후 2021년 에코마케팅은 안다르가 발행한 신주 272만4456주를 193억원에 매입하며 지분 56.37% 확보, 최대주주에 올랐다. 

인수가 이뤄진 후 에코마케팅은 안다르에 과감한 변화를 주문했다. 우선 R&D에 주목했다. 지난해 자체 R&D 조직인 ‘안다르 A.I 랩’을 설립한 후 글로벌 최고 원사를 사용해 차별화된 원단과 패턴 개발에 나섰다.

제품 품질 강화에 이어 D2C로의 체질 개선도 단행했다. 에코마케팅은 가격 통제가 어렵던 안다르의 외부 채널 유통을 전면 중단하고, 고객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 자사몰을 중심으로 경쟁력 확보에 집중했다. 동시에 오프라인 채널 역시 백화점과 프리미엄아울렛 매장을 중심으로 확장하며 브랜드 가치를 제고했다. 안다르는 현재 주요 유통 3사에서 전국적으로 약 50여개 프리미엄 매장을 운영 중이다.

안다르 관계자는 “브랜딩 활동을 통해 확보한 잠재 고객들이 직접적인 세일즈로 연결되는 과정에서 안다르에 대한 충성도를 확보하며 고객자산화를 이뤘고, 나아가 고객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구조를 안착시켰다”고 말했다.

또 에코마케팅은 안다르에 데이터 드리븐(Data-Driven) 전략도 도입했다. 안다르가 고객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자 생산부터 판매, 구매 후 후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확보되는 내용들을 데이터화하고 표준화했다. 표준화 된 데이터들은 데이터 센터에 축적됐고,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에 도입해 활용했다.

안다르 관계자는 “올해 2분기 전체 매출의 30% 수준인 184억원의 매출을 올린 맨즈웨어 역시 이러한 데이터 드리븐 전략을 처음 도입해 얻은 성과”라며 “멘즈웨어가 출시 직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제품 품질과 함께 고객 반응을 기반으로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조직 구조 덕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체질 개선의 효과는 머지않아 나타났다. 안다르는 에코마케팅 인수 2년차인 지난해 전년 대비 47.8% 신장한 169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126억원, 순이익은 103억원으로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올해 2분기에는 업계 최초로 분기 매출 600억원을 돌파했다.

안다르의 변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김철웅 에코마케팅 대표가 안다르 대표로 지난 5일 선임되며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한다. 김철웅 대표는 글로벌 사업을 총괄 지휘하며, 해외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안다르 관계자는 “글로벌 소비자와 직접 대면한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경쟁력을 확인한 만큼, 김철웅 대표의 진두지휘 하에 글로벌 브랜드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할 방침”이라며 “탁월한 품질력을 바탕으로 1등 글로벌 애슬레저 브랜드의 타이틀을 거머쥐는 그날까지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배럴 역시 더네이쳐홀딩스의 인수 이후 반등한 브랜드다. 국내 대표 래시가드 브랜드인 배럴은 2020년 코로나19를 직면하며 적자에 빠졌다. 2019년 600억원이었던 매출은 이듬해 266억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7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1년과 지난해에도 적자는 이어졌다.

그러나 더네이쳐홀딩스가 지난해 7월 배럴의 지분 47.7%를 760억원에 인수하며 변화가 시작됐다. 박영준 더네이쳐홀딩스 대표는 배럴의 대표도 겸직하며 체질 개선을 시도했다.

기존에 대규모 발주가 여의치 않았던 배럴은 인수 이후 더네이쳐홀딩스의 생산망을 통해 제조 단가를 줄여나갔다. 

조직 개편 역시 이뤄졌다. 배럴 내 기존 애슬레저 사업본부를 정리하고 이를 워터스포츠 사업본부으로 통합했다. 전체 직원 수도 100명 수준에서 70명 안팎으로 감축했다.

또한 배럴은 주력 아이템 위주의 상품 구성과 물량 공급을 통해 안정적 매출 회복에 주력했다. 그 결과, 배럴은 올해 1, 2분기 내내 흑자를 이어가는 등 상반기에 역대 최고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배럴은 상반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전년동기 대비 77% 성장한 매출 24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3억원, 3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망도 낙관적이다. 김규상 하나증권 연구원은 “더네이쳐홀딩스는 지난 4월 내셔널지오그래픽 중국 베이징 1호점을 열며 중국에 진출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이 겨울 어패럴에 집중된 만큼 여름이 성수기인 배럴과 동반 진출을 통한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며 “배럴은 내수 시장 회복과 함께 중국 진출을 통한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1년 신세계그룹에 인수돼 SSG닷컴 자회사로 편입된 W컨셉은 그룹사와의 협업을 통해 온·오프라인 경쟁력 강화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6일 오픈한 신세계 센텀시티점 내 W컨셉 매장. [사진=W컨셉]
2021년 신세계그룹에 인수돼 SSG닷컴 자회사로 편입된 W컨셉은 그룹사와의 협업을 통해 온·오프라인 경쟁력 강화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6일 오픈한 신세계 센텀시티점 내 W컨셉 매장. [사진=W컨셉]

한편 브랜드가 아닌 플랫폼에도 인수 효과를 톡톡히 본 사례가 있다. 지난 2021년 신세계그룹에 인수돼 SSG닷컴 자회사로 편입된 W컨셉은 그룹사와의 협업으로 온·오프라인 두곳에서 모두 경쟁력을 강화했다. 동시에 입점 브랜드의 인지도도 제고되며 윈-윈 효과 그 이상의 성과를 얻고 있다.

W컨셉에 따르면 지난해 3월 18일부터 올해 3월 15일까지 오프라인 매장에서 선보인 65개 브랜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신장했다. 매장의 누적 방문자 수는 40만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W컨셉은 신세계그룹에서 주최하는 ‘대한민국 쓱데이’, ‘데이원(DAY 1)’, ‘랜더스데이’ 등 대형 행사에 참여해 공동 마케팅을 전개하며 입점 브랜드 매출 신장에 기여하기도 했다. 특히 올 초에 진행된 데이원에 동참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0% 크게 신장했다. 이어 지난 4월 이뤄진 야구단 연계 행사 랜더스데이에서의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해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 2021년 5월부터 올 4월까지 대형 행사에 참여한 W컨셉 입점 브랜드는 1000여개, 판매 상품 수는 4만여개를 돌파했다. 입점 업체 입장에서는 대형 오프라인 할인 행사 등에 참여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배경에 외형 역시 성장세다. 인수가 이뤄진 2021년 W컨셉의 거래액은 전년 대비 40% 증가한 3271억원, 지난해에도 40%가량 늘어난 46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협업은 이어진다. W컨셉은 그룹사와 협업을 통해 지역 매장에도 영향력을 미치고자 한다. W컨셉은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소재 신세계 센텀시티점 4층에 6일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구매력이 높은 부산지역 고객과 관광객의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의류 수요를 동시에 잡는다는 계획이다.

더 나아가 지난해 10월부터 SSG닷컴과 핵심 상품을 연동해 상품 경쟁력 을 강화하고 있다. SSG닷컴은 W컨셉에서 검증된 인기 디자이너 브랜드를, W컨셉은 뷰티, 스포츠 등 글로벌 브랜드 상품 구색 확대에 나선다.

W컨셉 관계자는 “편입 이후 SSG닷컴을 비롯해 백화점, 면세점 등 그룹 관계사와 온·오프라인 협업을 통해 입점한 브랜드의 인지도 강화는 물론, 매출 증대효과까지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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