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고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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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정부가 건설현장의 안전을 확보하고 부실시공 및 불법하도급 등의 각종 병폐를 없애기 위한 건설산업 정상화 대책 강화에 나섰다.

하지만 처벌 위주의 정책 기조와 현장과는 맞지 않은 방향성 등으로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사업·시장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다음 달 발표를 앞둔 ‘건설산업 정상화 방안’을 통해 건설 현장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불법하도급 근절과 건설산업 카르텔 혁파, 관련 업계의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대책이 추진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달 초 ‘건설산업 정상화 태스크포스(TF) 킥오프 회의’에서 “설계·시공·감리는 그동안 단편적으로 접근하다 보니 발주자가 사실 관여하지도 못하고 현장 자체가 방치돼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 상호 견제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현장에서 공권력의 권한 있는 감시 체계가 제대로 작동이 안 되는 문제가 있었다”고 강력한 건설산업 시스템 개혁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는 건설 현장에 만연한 전관 특혜, 불법하도급, 이권 카르텔 등과 같은 각종 병폐에 대한 혁신을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이를 통해 건전한 건설산업 환경 조성과 함께 해묵은 현안을 해소하고 공급난 해소를 위한 기틀 마련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문제는 정부의 건설산업 정상화 대책이 처벌 강화에만 집중되고 있어 정책의 주요 대상자들인 건설업계의 위축과 시장의 경색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지난 20일 국토부가 발표한 불법하도급 근절 방안을 살펴보면 사업 진행 과정 중 불법하도급이 적발되면 해당 도급업체뿐만 아니라 원도급사와 발주자도 처벌받게 된다.

특히 불법하도급으로 인한 부실시공으로 사망사고가 났다면 최대 5배 범위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피해액 5배 범위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비롯해 과징금 규모도 당초 도급 금액의 30% 이내에서 40% 이내로 확대된다.

원 장관은 “건설사의 불법성 인식이 낮고, 정부나 발주자의 단속이 부실해 불법하도급이 횡행하고 있다”며 “이에 건설 현장 근로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정부 기조에 따라 건설사들의 행정처분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건설현장 안전사고와 부실시공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영업정지를 비롯해 과태료 처분을 받는 대형 건설사들도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까지 종합공사업을 대상으로 내려진 행정처분 공고는 총 1710건(변경·정정·철회 포함)으로, 전년 동기(1576건) 대비 8.5% 증가했다. 행정처분 내용별로 △등록말소 166건 △영업정지 515건 △과징금 116건 △과태료 733건 △시정명령 180건으로 집계됐다.

업계 일각에서는 건설현장 관리·감독과 징계 수위 강화로 인한 건설업계의 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물론, 과도한 행정처분 기준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는 사고에 책임이 없는 공동도급사에까지 영업정지 처분을 함께 내리는 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행정처분에 대한 업계의 부담이 가중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관리기관의 행정처분에 대한 대응이 소송을 통한 해결뿐인 일방향적인 처분 관행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대기업 건설사 관계자는 “구체적인 정황이 파악되기도 전에 건설사의 책임을 묻는 처분이 내려지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여기에 철근 누락 사태 등으로 정부가 또다시 처벌 강화를 위한 움직임에 나서고 있어 모든 건설사들이 1번이 되지 않기 위해 눈치 보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자칫 마녀사냥과 같은 형국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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