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염보라 기자] 애널리스트는 선호 직업군에서 멀어진 지 오래다. ‘증권사의 꽃’은 과거의 영광이 됐다.

막대한 수익을 가져다주는 부서가 아니라 성과급이 적은 탓도 있겠지만, 숫자에 기반한 통찰력으로 제시하는 투자 가이드가 비난의 화살로 돌아오는 데 대한 회의감이 한몫했다.

최근 일부 애널리스트는 2차전지 종목의 단기 과열을 우려하며 ‘매도’ 의견을 냈다가 개인투자자의 공격 대상이 됐다. 그들의 소신 있는 리포트는 “공매도 세력과 한패”라거나 “단합해서 주가를 끌어내리려고 한다” 등의 오명으로 돌아왔다.

실제로 애널리스트가 불공정거래로 부당 이익을 챙겨 적발된 사례는 최근까지도 존재한다. 하지만 사명감을 가지고 새벽부터 일어나 밤늦게까지 시장을 분석하는 대다수 애널리스트에게 적용하기에는 가혹하다.

최근 취재차 통화한 애널리스트 A씨는 “요즘 투자자는 유튜버를 더 신뢰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니 유튜버로 전향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A씨는 “우리나라 주식시장 자체가 투명하지 않은 탓”이라고 했다. ‘주식시장을 향한 의심이 애널리스트 불신의 불씨가 됐다’는 씁쓸한 진단이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소위 말하는 ‘세력’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돼 있다. 선진화된 시장을 만들기 위해 안전장치를 한겹두겹 쌓아 올렸지만, 불공정거래를 관리·감독해야 할 금융감독원은 인력이 부족하고, 처벌 수위는 턱없이 낮다.

그러니 재범률이 높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19~2022년) 증시 3대 불공정거래(미공개 정보 이용·주가조작·부정 거래)로 제재받은 인원은 643명으로, 이중 23%가 재범 이상이었다. ‘걸려도 남는 장사’라는 인식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증시 불공정거래 세력의 싹을 자르고자 하는 윤석열 정부의 의지다. 

‘패가망신법’으로 불리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지난 6월 국회 문턱을 넘었고, 금융위원회는 25일 입법예고를 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금감원은 불공정거래 혐의 계좌 발견 시 신속하게 계좌를 동결하고, 부당이익의 최대 2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주가조작 전과자에 대해 최대 10년간 자본시장 거래를 제한과 상장사·금융회사 임원 제한 법안도 대기 중이다. 

금감원과 검찰은 법 시행과 동시에 일벌백계 사례를 내놔 증시 불공정거래를 ‘남는 장사’가 아닌 ‘패가망신 바로미터’로 만들어야 할 터다.

이에 더해 한 가지 더 주문하고 싶다. 바로 무차입 공매도 실시간 적발 시스템 구축이다.

2018년 5월 벌어진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의 무차입 공매도 사건 당시 금융위원장이 개인투자자들과 한 약속이지만, 5년이 지난 현재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바뀌어서’, ‘금융위원장이 달라서’라는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금융위원회 설치법 1조 목적에는 ‘투자자 보호’ 다섯 글자가 명시돼 있다. 개인투자자 1400만명 시대, 투자자들은 ‘진짜’ 보호를 받고 있을까. 더이상의 직무유기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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