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서병주 기자] “사내 어린이집 설치보다 벌금을 내는 것이 더 싸다.”

지난달 말 열린 무신사의 워크숍에서 한 임원진이 던진 말이다. 유행은 잘 따라가면서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는 읽지 못하는 걸까. 그동안 트렌드를 추구하며 이른바 ‘MZ세대 놀이터’로 자리잡아 온 무신사인 만큼 이번 논란은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특히 논란의 발언을 한 해당 임직원은 무신사가 IPO 추진을 위해 영입한 인원이기에 그의 태도가 무신사의 운영 방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도 든다.

지금껏 ‘워라밸’을 대변하는 자유로운 근무 방식과 때로는 ‘힙’한 감성의 브랜드를 선보여 온 무신사가 감성과 수지타산 사이의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지난 7월에는 여론을 읽지 못한 신사업 추진으로 논란에 직면하기도 했다. 자회사 에스엘디티의 리셀 플랫폼 솔드아웃은 신규 카테고리로 티켓을 내세웠다. 그러나 오픈 이후 티켓이 5~6배가량 높은 가격에 거래되며 암표를 조장한다는 비판에 두 달만에 사업을 철수해야 했다. 

무신사의 이 같은 ‘일장하(夏)몽’ 역시 조금만 더 신중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문제였다. 

과거 네이버의 크림이 티켓 분야에 대한 투자를 실시했을 당시에도 암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었기 때문이다. 제기되는 비판에 크림은 “사업 확장 목적이 아닌, 장기적인 투자”라며 “당장 티켓 리셀 사업에 뛰어들 생각은 없다”고 밝히며 수습에 나섰다.

무신사가 업계 내 라이벌이 이미 좋지 않은 전례를 만든 사업에 굳이 뛰어들어 논란을 자처한 점은 쉬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기자 역시 무신사를 애용해 온 한 명의 소비자로써, 이어지는 논란이 아쉬울 따름이다. 무신사가 지금 IPO를 도전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데에는 독보적인 소통 능력이 차지한 비중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초 커뮤니티로 시작한 만큼 소비자의 의견은 무신사를 키우는 양질의 재원이었다. 소비자 역시 무신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만족하며 사용을 이어간 것이 지금의 무신사를 만든 배경이다.   

이와 함께 국내 중소 디자이너 브랜드와의 상생을 통해 서로의 발전을 꾀한 점 역시 무신사가 신화를 일궈냈다. 이들 브랜드에게는 각종 경영 노하우를 제공하며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기회도 확장하는 한편, 소비자에게도 신선한 브랜드를 소개해 온 기업이 바로 과거의 무신사였다.

그러나 사내 어린이집 관련 발언과 티켓 거래 서비스 철수 등 무신사의 최근 행보는 소비자는 물론, 내부의 목소리마저 외면하는 모양새다. 

“임직원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해 발생한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비가 온 뒤에 땅이 더 단단해지듯이 이번 일을 슬기롭게 해결해서 임직원들이 다시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 것을 약속한다.”

한문일 대표가 지난 11일 이메일을 통해 전한 사과문의 내용이다. 그의 말대로 이번 논란에 흔들렸을 임직원의 마음을 다시 잡는 것은 우선과제다. 하지만 무신사가 신경 써야할 대상은 내부 직원만이 아니다. 소비자들 역시 여론을 역행하는 무신사의 모습에 실망했다.

무신사가 사과문을 통해 내부의 결속을 다짐한 만큼, 그 결의에 못지 않은 소통 능력을 다시 발휘해 ‘초심’ 찾기에 나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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