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H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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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HMM 인수를 두고 중견그룹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지만, 높은 몸값이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유찰 가능성도 등장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일각에서는 유찰로 몸값을 낮추고 재계 상위권 그룹이 나설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해양진흥공사는 최근 ‘경쟁력 제고 방안 이행약정’ 종료 결정 시점을 두고 HMM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진공과 HMM은 2021년 경영 약정을 맺고 3개월 전 계약 종료에 관한 통지가 없을 경우 매년 자동 연장해 왔다. 올해 연말 종료를 앞두고 있어 이달 말까지 방침을 정해야만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양측은 HMM에 대한 매각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경영 약정 갱신 여부를 결정하는 마지노선을 이달 말에서 오는 11월 말로 미루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HMM이 매각되면 약정을 해제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아닐 경우 해제한 뒤 그냥 두면 문제가 될 수 있어 해제 여부를 미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업계는 해진공이 매각에 힘을 싣고 있지만 유찰 가능성도 제기되는 만큼 매각이 최종 결정돼야 움직이겠다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

실제 해진공과 KDB산업은행 측은 해운업황이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매각에 대해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1월 5000을 넘었던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현재 1000 안팎으로 낮아지면서 HMM 주가 역시 올해 들어 11% 가량 하락했다. 이에 정부 측은 HMM 몸값이 다소 줄어든 만큼 매각을 위한 마지막 기회로 여길 정도다.

더욱이 세계 해운업계가 각자도생으로 가는 행보를 보이면서 무한 경쟁 체제에 접어들 경우 과거 치킨 게임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선복량 기준 세계 1위 해운사 스위스 MSC와 세계 2위 덴마크의 머스크가 맺었던 해운동맹 2M은 2024년 이후 종료된다. 2025년 결성된 2M은 글로벌 해상 항로의 40% 가량을 차지한 세계 최대 해운동맹이다.

여기에 업계 일각에서는 프랑스 CMA-CGM·중국 COSCO·대만 에버그린·홍콩 OOCL이 속한 오션얼라이언스와 HMM이 속한 디 얼라이언스(HMM·일본 ONE·독일 하파그로이드·대만 양밍)도 해체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더불어 강화되는 환경 규제에 맞춰 친환경 연료를 쓰는 선박으로 대체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도 필요한 상황이다.

◇ 정부 매각 강행 무게···해운업 무한 경쟁 우려도

이 때문에 해운업계는 인수후보군으로 합류한 하림, LX, 동원그룹 등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이들은 2개월 간의 실사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누가 자금 마련에 성공하는지가 인수를 위한 최종 관문이 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인수 후보 3사는 모두 인수대금을 조달하기 위해 외부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HMM 매각 가격은 최소 5조원 이상으로 전망되는 가은데 올해 상반기 기준 하림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조5000억원, LX는 2조5000억원, 동원 6000억원에 머물러 있다.

동원은 후보들 중 가장 현금력이 부족하지만 낮은 부채비율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동원산업의 지난 6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53%(별도기준)에 불과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주회사 부채비율 제한인 200%를 크게 밑돈다.

이에 동원 측은 하나은행 등과 인수금융에 대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업계에서는 동원그룹이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를 통해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미국 자회사인 참치캔 기업 스타키스트, 물류업체 동원로엑스, 동원에프앤비의 자회사 동원홈푸드의 기업공개(IPO) 방안이 거론된다.

다만 11월 초로 예상되는 본입찰까지는 성과를 내기 어려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림은 JKL파트너스를 재무적투자자(FI)로 끌여들어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앞서 이들은 2017년 5700억원 규모의 팬오션 인수에 성공해 2년만에 인수금융을 상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림이 팬오션 선박을 팔아서 자금을 마련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LX의 경우 계열사를 동원하면 약 2조원 이상의 현금을 마련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LX그룹이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 확보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 본입찰 유찰 시 몸값 낮추고 대기업 합류 기대도

이같은 중견그룹들의 움직임과 달리 유찰 가능성도 동시에 불거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인수 후보들이 자금 확보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향후 추가 투자 등을 고려했을 때 자칫 승자의 저주 우려도 있어 본입찰 유찰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본입찰이 유찰될 경우 몸값을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생기고 인수 조건 역시 좋아질 수도 있다. 이럴 경우 기존 인수 후보군뿐만 아니라 자금적 여유가 풍부한 상위권 대기업들에게도 인수를 위한 기회가 마련된다.

일각에서는 2008년 몸값이 6조원대였던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올해 한화그룹에 2조원에 팔렸고, 아시아나항공도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 시도했을 당시 2조5000억원 수준이었으나 대한항공은 1조5000억원에 인수를 추진하는 등 몸값이 낮아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재계 등에서는 HMM이 중견기업들에게 여러 매력적인 매물로 인식되는 만큼 완주 여부를 예단하기는 힘들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선 인수에 참여한 기업들이 단숨에 재계 상위권으로 오를 수 있는 몇 안되는 매물이다. 이와 더불어 HMM이 지난해 사상 최대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유동자산 크게 늘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HMM의 올해 6월 말 기준 유동자산은 14조2809억원에 달한다. 당장 뽑아쓸수 있는 현금 및 현금성장산(1조6977억원)을 비롯해 1년 미만의 기타유동금융자산(10조6085억원), 주식 등 당기손익자산(2334억원)도 상당한 수준이다.

또 유동성파생상품자산(1026억원), 기타유동자산(1339억원) 등도 언제든지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 HMM의 차입금 의존도도 지난해 14.9%에 불과해 사실상 무차입 경영 수준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HMM 매각가가 5조원이라는 점에서 이보다 2배 이상 많은 현금성 자산은 매력적인 요소”라며 “인수 후 배당을 통해 투자금 회수에 나설 경우 인수자의 재무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를 의식한 듯 하림의 경우 충분한 자산 유동화를 통해 HMM 자금을 빼쓰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본 입찰에서 민감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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