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한국경제인협회로 명칭을 바꾸는 등 과거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특히 이번 임시총회를 통해 외형을 바꾸고 신임 회장 선임 등 인적 쇄신도 약속했다. 하지만 그간 어려웠던 세월 탓을 해야 할지 곳곳에 남아 있는 과거의 흔적들을 깨끗이 지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지난 22일 전경련은 임시총회를 개최해 한경협이라는 새 옷으로 갈아입기를 결정했다. 또 기존 산하기관인 한국경제인연구원을 흡수 통합하고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선임하는 등 그간의 빈 곳들을 채우고 있다.

특히 류 회장은 한경협 신임 회장으로 취임해 과거와는 결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임시총회에서 취임사를 통해 과거의 잘못에 대해 통탄한다는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류 회장는 선친의 기업보국 정신을 이어가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과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그가 전경련 회장직을 수락하면서부터 채워나가고 있는 단추들에서 과거의 흔적들을 지우지 못하는 모양새다.

특히 류 회장은 한경협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바꾸며 정경유착의 과거 잘못을 청산하겠다고 천명했지만 정작 김병준 전 회장직무대행에 대해 상근고문 자리를 내주기로 결정하면서부터 세간의 의혹을 키웠다.

류 회장은 임시총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에만 특별히 직무대행을 상근고문으로 모시게 됐다면서 누누이 지난 6개월간 전경련을 잘 이끌어온 것에 대한 기대라는 뜻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전 직무대행을 두고 안팎으로 나오는 잡음은 여전하다.

실제 이날 한 기자가 그간 전경련에서 기업인들이 주로 맡아온 데 반해 정치인인 김 직무대행의 잔류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에 류 회장은 특별한 사례라는 점을 강조하며 앞으로 이 같은 사례는 없을 것이라며 예외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 같은 삐걱거림은 상근부회장을 두고서도 이어졌다. 앞서 류 회장의 수락 소식이 전해지면서 세간에는 수석 부회장 자리를 외교관 출신의 인물로 채우려 한다는 얘기가 나돌며 논란을 일으켰다.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이 그간 물망에 올랐던 김창범 전 인도네시아 대사에 대해 언급하자 류 회장은 아직 시간이 짧아 확정하지 못했다는 말로 일축했다.

그는 명칭 및 정관 변경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의 허가를 받은 이후 부회장을 소개하겠다고 전하면서도 이번 설명 과정에서 김 전 대사에 대해 고려하지 않는 말은 하지 않아 자칫 주저하는 모습으로 비쳐졌다.

더욱이 류 회장은 상근부회장에 대해 과거에는 전부 다 경제계 쪽에서 왔다고 하지만 보다 다양한 분을 쓴다는 것 역시 그 자체로 큰 변화라고 말해 여지를 남기고 있다.

전경련은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며 어려움을 겪었다. 한동안 정부로부터도 거리 두기를 당하며 그 위세도 위축됐다.

특히 논란이 확산되자 4대 그룹을 중심으로 이탈하며 경제단체 맏형으로서의 위상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여기에 공석이었던 회장 자리조차 채우지 못하며 비상 경영을 하다가 김 전 직무대행이 등장하며 정부와 화해의 제스처를 취했다.

이후 전경련은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에 맞춰 여러 경제사절단을 꾸리는 등 과거 영광을 재현하고 있다. 하지만 전경련이 다시 제자리에 다가서기까지 자력이 아닌 다시금 정치권의 도움이 필요했다는 점이 발목을 잡고 있다.

더욱이 류 회장은 신임 회장에 취임하며 전경련 아니 한경협을 이끌게 됐지만 그의 행보를 보면 독자생존 보다는 여전히 정치권과의 관계를 눈치보는 듯하다.

환골탈태하겠다는 전경련은 미 헤리티지 재단 같은 싱크탱크형 경제단체 탈바꿈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며 윤리위 등을 통해 정경유착과도 결별하겠다는 뜻을 강조하지만 세간의 눈초리를 거두기엔 진정성이 의심받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합류한 4대 그룹 역시 한경연 회원자격 자동승계를 빌미로 조용히 전경련으로 돌아왔지만 이들 역시 과거 정경유착의 그림자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모양새다.

결국 전경련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경제단체로 다시 우뚝 서고 진정성을 입증받기 위해서는 혁신 이전에 신뢰가 우선돼야 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단추를 잘못끼웠다면 다시 풀고 제자리에 끼우는 지혜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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