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그랜저. [사진=현대차]
신형 그랜저. [사진=현대차]

[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자동차 역사 이래 안정적인 주행감과 승차감으로 인기를 구가하던 세단 세그먼트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현대차 그랜저‧쏘나타‧아반떼, 제네시스 G80 G90 등 현대차기아부터 쉐보레 말리부, 르노코리아자동차의 SM6까지 국내 완성차업계서도 세단은 늘 주력 모델이었으나 현재 일부는 단종됐고, 일부는 명맥만 이어가는 실정에 놓였다. 대신 빈자리는 차체가 높고 공간활용도가 큰 SUV가 차지하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판매실적 발표에 따르면 현대차 쏘나타 디 엣지의 경우 지난달 국내 판매량은 2142대로 지난달보다 809대 덜 팔렸다. 5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출시 3개월이 지나지 않은 차량 판매량이 두 달 만에 꺾이는 사례는 흔하지 않다. 신형 쏘나타는 출시달인 5월 1729대, 6월 2951대를 판매했다. 신차 효과를 전혀 보지 못한 것이다. 준중형 세단 더 뉴 아반떼는 5월 6556대에서 6월 5298대로 소폭 줄었고 7월엔 4000대에 그쳤다.

기아의 대표 세단 K8도 올해 들어 하향곡선을 그린다. 지난 4월 4011대 판매에서 다음달 4487대로 소폭 올랐으나, 이후 6월 4469대, 7월 3513대로 뚝 떨어졌다. K5 역시 지난 6, 7월 2000대 수준으로 급감했다.

GM의 간판급 세단 쉐보레 '말리부'는 지난해 초 20대 판매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판매되지 않고 있다. 말리부는 최근 판매량 급감을 이유로 단종 수순을 밟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2025년에야 새로운 이름으로 재탄생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고가의 수입라인 역시 세단은 찬밥신세다. BMW와 벤츠 등 판매 1, 2위는 5시리즈, E클래스 등이긴 하나 판매량은 떨어지고 있다. 지난 6월 2665대에서 지난달 1811대로 급감했고, E클래스 역시 같은 기간 2091대서 1238대로 뚝 떨어졌다.

반면 대형 SUV인 BMW X7의 경우 지난 4월부터 지난달까지 판매량은 꾸준히 올랐다. 4월엔 225대였으나 지난달엔 439대로 2배 가까이 성장한 수치다. 국산차의 SUV 양극화는 더 심화한다. 5개 완성차의 지난 1~7월 최다 판매작은 7만1486대를 판매한 준대형 세단 디 올 뉴 그랜저 외에는 기아 카니발‧스포티지‧쏘렌토‧셀토스로 SUV의 ‘싹쓸이’다.

이 같은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트렌드의 변화다. 그동안 세단은 승차감, SUV는 공간감에 특화돼 있다는 불문율은 SUV의 상품성 개선과 함께 승차감에서 큰 혁신을 이뤘다. 출력과 연비가 떨어지는 사륜구동 대신 이륜구동을 채택해 도심 주행에 더욱 적합하게 바꿨고, 디젤이 주를 이루던 파워트레인도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전기로 진출해 선택 폭을 넓혔다.

코로나19 발병으로 개인공간이 중요해진 점도 한몫했다. 세단에 비해 큰 주거 공간과 트렁크는 캠핑, 차박이 유행하는 시점과도 맞물렸다.

추세에 맞춰 완성차 업계는 SUV에 ‘티 나는’ 공을 들이고 있다. 판매량이 현저히 차이나는 세단에 힘쓸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상품성 개선 SUV도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몸집을 대폭 키우거나 주행 기능을 개선해 세단 못지않은 편의성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 출시된 현대자동차 싼타페,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등은 모두 전작에 비해 크기를 키워 판매 기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준중형급, 중형급 등 공간감이 애매한 세단 세그먼트 몰락 속도는 점차 빨라질 것"이라며 "전기차 전환과 함께 새로운 형태의 세단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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