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살고 싶은 집과 도시로, 국민의 희망을 가꾸는 기업.”

이는 우리나라 주거복지의 총책이자 이를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설립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홈페이지 전면에 내걸린 비전이자 목표다.

지금 상황에서 보자면 겉만 번듯한 허울좋은 거짓말일 뿐이다.

살고 싶은 집은 철근이 빠진 이른바 ‘순살 아파트’라는 오명을 쓴 부실 아파트로 낙인이 찍혔고, 투명하고 공정해야 할 공공기관의 역할은 본인들의 잇속 챙기기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 버렸다.

기관의 존속기간인 60여 년의 역사와 함께해 온 해묵은 관행들은 현장에선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되고 일쑤며, 관련된 기업과 기관들마저 외면하고 있다.

무엇보다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과 프로세스, 그리고 수많은 기준들을 전관이라는 이름으로 찍어 누르며 자신들만의 왕국을 키워 나갔다.

하지만 국민에 대한 거짓과 뿌리 깊은 인습으로 얼룩진 울타리가 무너지기 시작하자 그들의 민낯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앞서 2년 전 일부 직원들의 조직적 ‘땅 투기’ 사태로 국민들의 반발이 커지자 조직 해체 수준의 개혁을 공언해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결과물이 나오기도 전에 더 큰 치부가 세상에 공개됐다.

특히 공공발주 시스템에서 비롯된 사상 초유의 부실시공 사태와 더불어 이 과정 전반에 LH 출신 전관들이 깊게 관여했다는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국민들의 불신은 분노로 바뀌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LH는 본인들이 발주한 아파트가 무너졌음에도 이를 모두 시공사의 탓으로 돌리기 바빴다.

“현황조차 취합하지 못하는 LH가 존립의 근거가 있는가. 이런 사태에도 LH는 거짓말까지 하려 했던 정황이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말이다. 말 그대로 기관의 역할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한 LH의 책임을 묻는 힐난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해체론’이 대두되는 등 사태는 급격히 비화하기 시작했다. 정부 역시 조직적인 ‘엘피아(LH+마피아)’ 문제와 전관예우 관행에 대한 철폐를 공언하고, 사태의 원인인 LH의 책임을 물었다.

업계 역시 LH의 과도한 역할 집중과 조직 비대화 등이 전관 특혜와 같은 건설시장의 불건전한 관습을 유발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LH는 이번 논란에 대해 건설 카르텔 척결을 위한 ‘반카르텔 공정건설 추진본부’ 설치를 추진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답변만을 내놨다. 수십년 간 내부에서 암처럼 자라 온 ‘이권 카르텔’이라는 관행을 마치 남의 집 이야기처럼 포장하며 본인들의 과실과 책임을 작아보이게 만들었다.

또 부실시공 설계·감리업체에 대해 한번 적발로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복안을 내세웠는데, 이번 부실의 근본적 문제가 발주부터 설계, 시공, 감리에 이르는 관리 체계 전체의 구멍에 있었음을 인지했다면 전체적인 시스템의 개선을 추진하는 게 적절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엘피아’ 의혹에 대해서는 관련 업체와 직원들에 대한 수사 의뢰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내놨는데, 말 그대로 염증이 생긴 부위만 일부 도려내는데 그친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대응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십분 양보해 LH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봤을 때 억울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 없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LH라는 이름이 갖는 본질적인 가치를 잊은 것이 아닌지 되묻고 싶다.

정녕 국민들이 LH에 바라는 모습이 지금과 같은 것인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오래 묵은 염증은 도려내는 데 필연적으로 엄청난 고통과 노력이 수반된다. 반복된 논란의 원인을 찾아 이를 ‘발본색원(拔本塞源)’하는 진정한 인내와 국민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진심을 담은 개혁이 필요한 시기다.

그것조차 못해서야 LH 간판을 달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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