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단종된 갤로퍼를 연상하게 해 화제가 된 디 올 뉴 싼타페. [사진=현대차]
현재는 단종된 갤로퍼를 연상하게 해 화제가 된 디 올 뉴 싼타페. [사진=현대차]

[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최근 신차 내외관에 수십 년 전의 전작 디자인을 계승하는 ‘빈티지(vintage, 옛날 이미지를 재구성해 익숙함과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콘셉트) 감성이 늘고 있다. 가장 앞장선 건 현대자동차다. 세단, SUV 등 차급을 가리지 않는 빈티지 감성은 소비자들 사이 강력한 화제성은 물론 판매량에도 영향을 준다.

10일 출시를 앞두고 외관 디자인이 공개된 현대차 ‘디 올 뉴 싼타페’를 두고 누리꾼들은 ‘갤로퍼 1세대’를 떠올리며 즐거워했다. 지난 1991년 세상에 나온 ‘갤로퍼’는 현대차의 최초 4륜구동 SUV 모델로 10여 년 간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가장 큰 요인은 역시 튼튼한 내구성과 강인한 디자인. 특히 보닛부터 후면부까지 곡선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직각과 직선으로만 이뤄진 전반적인 디자인에 “2003년 단종된 갤로퍼가 부활한 듯한 느낌을 준다”며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도 긍정하는 분위기다. 현대차 측은 “디자인 공개 이후 갤로퍼의 헤리티지를 계승하거나 과거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갤로퍼와 1세대 싼타페의 아웃도어 감성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과거 모델을 모티브 삼은 사례는 최근 더 두드러진다. 아이오닉5는 포니, 신형 그랜저는 20년 전 1세대 그랜저를 닮았다.

특히 재작년 출시한 아이오닉5는 최신 트렌드와 첨단 기술을 반영한 전용 전기차임에도, 1975년에 나온 국내 첫 양산형 국산차 포니 디자인을 계승해 업계 주목을 받았다. 지난달엔 포니 쿠페서 영감을 얻은 ‘N 74’를 내놓기도 했다. 이 모델은 현대차 고성능 N 브랜드의 미래 비전을 알리기 위한 전기차, 수소를 연료로 한 미래카다. 모두 과거 유산서 만들어 낸 신작이다.

올해까지 현대차서 가장 많이 팔린 준대형 세단 신형 그랜저 7세대마저도 1세대 그랜저, 이른바 ‘각그랜저’를 빼쏘았다. 그동안 곡선과 부드러운 라인 형태를 유지했던 외관을 포기하고, 7세대부턴 ‘각’으로 구성된 심플한 1세대 디자인을 오마주 했다는 평가다.

포니 쿠페 복원 차량 앞에서 촬영하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조르제토 주지아로. [사진=현대차]
포니 쿠페 복원 차량 앞에서 촬영하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조르제토 주지아로. [사진=현대차]

그러나 36년 전 디자인을 최신모델에 적용하는 덴 큰 용기가 필요했다. ‘레트로’가 대세이긴 하지만 미래 모빌리티의 트렌드와 내외부 변화는 유독 급변하는 분야이기에 과거의 것을 다시 데려오는 자체가 파격일 수 있다.

이를 의식하는 듯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행사장에서 “과거를 정리하고 알면서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도 “전동화의 시작을 알린 아이오닉 5는 현대차의 역사적 자산인 포니로부터 영감을 얻어 탄생한 것처럼 올해 출시한 아이오닉 5 N은 고성능 전기차로서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현대차의 유산을 계승, EV 리더십을 확고히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올해 아예 그간의 모델 디자인 헤리티지를 다양한 시각에서 볼 수 있는 공간도 뒀다. ‘헤리티지 계승’을 더 강조하고 주력한다는 의미다. 현대차는 국내서 최초로 ‘포니의 시간’ 전시를 열고 ‘포니’와 함께 당시 시대적 배경, 디자인, 철학적 고민 등을 다각도에서 고민할 수 있게 했다.

정의선 회장은 이번 전시에 대해 “인공 지능이 화두가 되고, 로보틱스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다는 뉴스를 매일 접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존재 이유와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우리의 시작을 돌이켜 보는 자리”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신차, 특히 전기차의 경우 지나친 미래지향적 디자인은 거부감을 불러올 수도 있다”며 “현대차는 미래 방향성을 재정립하는데 과거 유산을 활용하는 것은 물론, 전기차 등 모빌리티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까지 도움을 주는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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