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개미는 인간처럼 하나의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곤충이다. 보통의 개미들은 여왕개미·수개미·일개미 등으로 역할이 나눠져 각자의 역할을 다한다. 특히 하루 종일 분주히 움직이는 일개미는 개미가 근면성실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개미 종이 이러한 칭송에 부응하는 것은 아니다. ‘노예사냥개미’라 불리는 일부 종들은 다른 종의 개미들을 자신들의 일개미로 부리는 방법을 취한다. 이 종들은 인근에 서식하는 다른 개미들에게서 뺏어온 알이나 번데기를 부화 후 일개미로 삼는다.

이런 생태계 모습이 우리네 바이오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바이오업계 내 인력 쟁탈전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다.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오를 ‘제2 반도체’로 언급하면서 성장세를 띠자 그와 동시에 인력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향후 5년간 최소 수천 명의 인력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 전망할 정도다.

하지만 이러한 인력 수요를 실제 인력 수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바이오산업 특성상 전문인력을 키우는 데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러자 일부 기업들은 인력 양성 대신 기존인력 스카우트로 선회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규채용 3000여명 중 1800여명이 경력직일 정도로 기업들 사이에서 경력직의 이직이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법적 공방을 동반하는 ‘인력 쟁탈전’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월 롯데바이오로직스에 ‘인력 유인활동’을 중단해달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6월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로 이직한 직원들이 기술을 유출했다며 롯데바이오로직스를 대상으로 영업비밀침해 금지 가처분을 냈다.

이러자 업계는 ‘인력 빼가기’ 현상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바이오벤처들에게는 이런 인력 유출이 치명적이라 호소한다. 규모가 작아 경쟁구도에 뛰어들 수 없는 바이오벤처들은 인력 쟁탈전에서 ‘피탈자’의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취재 중 접한 바이오 인력 쟁탈전의 흐름은 어릴 적 다큐멘터리에서 보았던 노예사냥개미가 다른 개미의 알을 빼앗아 일개미로 부리는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일개미를 따로 두지 않고 병정개미를 통해 다른 종의 일개미 자원을 빼앗아 오는 모습은 마치 바이오 기업들이 자본이라는 병정개미로 타 기업의 인력을 빼오는 모습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풍토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바이오산업에 긍정적일 수 없다. 다른 개미집단으로부터 일개미로 자라날 알이나 번데기를 약탈하는 데 특화된 노예사냥개미처럼 바이오산업의 인력 문화가 ‘뺏기’에 집중된다면 이는 ‘뺏고 뺏기기’로 번질 위험이 크다. 취재 과정에서 파악한 바이오벤처 관계자의 “업무를 가르쳐두면 대기업으로 떠난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이 우려에 무게를 더했다.

인력 수급은 자생의 형태를 띠어야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인력 쟁탈전이 ‘노예사냥개미’ 방식으로 굴러간다면 산업 내 인력 수급은 소모전이 될 우려가 크다. 또 인력 양극화가 산업 발전을 저해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장의 목소리가 그렇듯 ‘인력 빼가기’는 바이오벤처들의 인력 양성 의지를 꺾는다. 

노예사냥개미를 떠올리게 하는 인력 쟁탈전은 생태계 건강을 위해 재고될 필요가 있다. 다른 기업에서 인력을 빼오는 것이 아닌 기업 스스로, 특히 대기업들이 직접 인력을 키울 방안이 지속적으로 모색돼야 한다. 보통의 개미가 그렇듯이 말이다. 자생적 바이오 인력 양성책의 본격적 논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것이 지금과 같은 바이오산업의 성장세를 계속할 수 있는 자구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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