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HD현대중공업]
[사진=HD현대중공업]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HD현대의 조선부문 중간지주회사인 HD한국조선해양이 STX중공업 인수 본계약을 체결하며 수직계열화 강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기존 엔진기계사업부와 함께 STX중공업을 통해 확고한 글로벌 선박엔진 시장 1위의 위상을 굳히게 됐다.

2일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이 지난 1일 STX중공업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혀 그간 진척이 없었던 협상을 마무리했다.

당초 HD현대 측은 1분기 STX중공업 인수를 마무리하고 선박엔진 사업강화를 모색해왔다.

하지만 STX중공업 대주주인 파인트리파트너스와의 가격차로 의견을 좁히지 못해 한때 협상을 중단할 정도로 고비를 맞기도 했다. 파인트리파트너스 역시 새로운 인수자를 찾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을 정도로 양측의 가격차는 컸다.

그러나 협상이 재개되며 청신호를 띄웠고 곧 시장이 예상한 가격선에서 마무리 됐다.

이에 따라 HD한국조선해양은 파인트리파트너스가 보유한 주식 652만4174주 및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발행된 신주 536만4670주를 총 813억원에 인수한다. 이를 통해 STX중공업 지분 35%를 확보하게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STX중공업의 대주주인 파인트리파트너스는 경영권을 포함해 1000억원 이상의 금액을 희망했지만 이미 선박엔진사업을 보유하고 있던 HD현대로서는 크게 아쉽지는 않았다”면서 “더욱이 한화그룹이 이미 HSD엔진 인수로 선회하면서 파인트리 측도 마땅한 인수후보자를 찾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HD한국조선해양은 선박엔진 시장에서 독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중공업의 엔진기계사업부는 지난해 기준 대형엔진 세계 시장 점유율 36%를 기록하며 1989년부터 34년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특히 세계 최초로 대형엔진 생산 누계 2억마력을 달성했고 선박용 중형엔진(4-Stroke) 분야에서도 세계 시장 점유율 30% 이상을 차지해 세계 1위를 기록 중이다.

이와 더불어 STX중공업은 글로벌 선박엔진 점유율 3위를 기록하며 중소형 선박엔진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업계는 STX중공업을 품게 되면서 HD한국조선해양이 대형(2행정) 엔진 생산능력 확대, 주요 부품 경쟁력 강화, 영업시너지를 통한 수출 확대 등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내다봤다.

더욱이 STX중공업은 선박용 디젤엔진과 이중연료(DF)엔진,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 엔진 등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친환경 선박 엔진 경쟁력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HD한국조선해양은 STX중공업 인수가 마무리 되면 독립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친환경 엔진 기술 지언, 이중연료엔진, 디젤엔진 등 제품별 생산라인을 전문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HD현대 관계자는 “이번 인수로 선박엔진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STX중공업의 영업인프라 등을 활용해 시장 장악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엔진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터보차저(엔진 과급기) 등 부품 국산화율 제고, 중국 시장 확대, 엔진·부품 관련 상호 교차판매 확대 등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유동 교보증권 연구원은 “기존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는 중대형 선박 엔진을 취급하고 STX중공업은 중소형 선박 엔진을 다뤄왔다”면서 “HD한국조선해양이 STX중공업 인수를 통해 엔진 담당을 두개로 이원화해서 엔진 개발에 더욱 집중할 수 있으며 가동률 또한 훨씬 원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한화, HSD엔진 인수로 맞불···DF엔진 등 기술 경쟁력 승부수

한화오션을 출범시키며 조선업에서 HD현대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 중인 한화그룹도 한때 STX중공업에 관심을 보이다가 글로벌 선박엔진 시장점유율 2위인 HSD엔진 인수를 본격화하고 있다.

한화임팩트는 지난달 6일 HSD엔진 최대주주인 인화정공과 신주인수 및 주식매매계약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한화임팩트는 HSD엔진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 1190만3148주를 인수하고 인화정공이 보유한 주식 1544만2489주를 사들이기로 했다. 거래 총액은 2269억원이다. 한화인팩트는 HSD엔진 지분 32.77%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설 방침이다.

이를 두고 업계는 조선업계가 생산 효율화 및 기술개발, 원가 절감 차원에서 수직계열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HD한국조선해양은 선박 건조부터 엔진 제작까지 수직계열화를 완성한 바 있다.

한화그룹도 HSD엔진 인수를 통해 조선부문 수직계열화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한화오션이 LNG운반선 등 대형 선박에 강점을, HSD엔진은 대형선박 엔진에 강점을 드러내고 있어 상당한 시너지가 기대된다.

여기에 HSD엔진의 친환경 기자재와 발전설비 생산 기술 및 제조 역량을 활용해 한화임택트의 수소 혼소 가스 터빈 등 친환경 발전 기술까지 대거 적용할 경우 DF엔진 생산 등 국제 탈탄소화 규제에 선제대응하게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친환경 엔진이 수주 시장의 열쇠가 됐다”면서 “친환경 선박 건조 시 엔진 설계부터 자체생산까지 모두 가능하다면 탄소중립 시대에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가져갈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양사가 선박엔진 회사 인수를 추진하면서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진 상황이 연출되면서 향후 양사가 다양한 부문에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당초 한화그룹이 한화오션 인수를 염두해 두고 선박엔진 회사 물색에 나서자 HD현대도 뛰어든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HD현대 측이 견제구 형식으로 STX중공업 인수에 뛰어들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한화그룹 역시 초기에는 STX중공업 인수에 관심을 드러냈으나 HD현대 참전에 HSD엔진 인수로 급선회했다.

결국 STX중공업 인수에 나선 HD현대로서는 물러서기도 마땅치 않아 인수를 강행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실제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CES 2023’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시너지가 있다”면서도 그 시너지가 큰 회사는 그에 대해 페어밸류(적정가치)를 많이 쳐줄 수 있고 시너지가 작은 회사는 적게 쳐줄 수 있다“고 언급하며 적정선을 넘어서는 무리한 가격으로는 인수하지 않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관련 시장의 온실가스 배출 규제 강화 등으로 인해 선박 엔진 시장 역시 크게 성장하고 있어 조선사들의 수직계열화가 상당한 추진력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은 오는 2027년 세계선박용 엔진 시장 규모가 133억달러(약 17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엔진은 선박 가격의 10% 내외를 차지하고 있고 LNG 이중연료 추진엔진 가격의 경우 벙커유 연소 엔진보다 약 15% 높다.

이에 DF엔진 뿐만 아니라 차세대 친환경 연료로 꼽히고 있는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등을 활용한 친환경 엔진 기술 선점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주요 동력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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