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영욱 기자] 음악, 책, 영화, 드라마 등은 ‘중독’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온·오프라인에서 콘텐츠를 감상하고 느낀점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정서가 보편적으로 깔려 있어서다. 이들 장르에 감동을 받아 ‘다음 편 또는 후속작이 기다려진다’거나, 또 심취한 나머지 ‘쉬는 날 하루 종일 보거나 들었다’고 하는 이에게 ‘중독자’라고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게임’은 엄연히 다르게 다가온다. 게임 내 콘텐츠를 상세하게 분석하고 본인의 생각을 꺼내 놓으면 ‘게임 정말 좋아하시나봐요’ 외에는 긍정적인 말을 듣기 어렵다. 오히려 일상생활에 지장 없냐는 핀잔섞인 우려의 시선을 받기 일쑤다. 쉬는 날 집에서 온종일 게임만 했다고 하면, 그 시선은 말할 것도 없다. 

'보편성'이라는 때론 대중의 무의식적 객관성이 자연스레 지어낸 사회적 인식이 만든 결과물이다. 유아를 포함해 낮은 연련층에 유튜브 등 영상 콘텐츠를 틀어주는 것이 당연해진 반면, 게임은 아직도 ‘청소년 성장 방해 요소’로 꼽히고 있으며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에 도입하기 위한 움직임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대세가 된 틱톡, 유튜브 쇼츠 등 ‘숏폼 콘텐츠’의 중독성이 논란이 되고 있음에도 이를 두고 ‘질병코드’를 도입해야 한다고 하는 이는 찾기 힘들다. ‘자극적’인 콘텐츠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게임을 대하는 잣대와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 통과 당시 게임의 부정적인 인식이 개선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으나 지난 3월 시행 후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김남국 의원의 가상화폐 보유 논란으로 파편을 맞은 국내 게임사 이미지는 오히려 악화됐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분위기에 문체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은 K게임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게임 질병코드 도입 등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작업에 들어섰다.

게임산업 자율성 확대, 산업 진흥을 위한 정책 기반 조성, 이용자 권익보호와 접근성 제고, 질병코드 등재 대응 및 문화사업 추진 등을 골자다. 

이번 연구를 통해 향후 5년간의 중장기 계획을 발표하는 만큼 콘텐츠 수출액 비중 70%를 차지하는 국내 게임산업에 실효성 있는 정책들을 마련하고 업계의 인식 개선을 위한 방안이 구체화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신년 업무보고에 게임을 음악, 영화 등과 함께 ‘K콘텐츠’로 분류하면서도 명확한 지원 방안을 선보이지 않았고, 업계에서는 게임을 등한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제는 게임을 청소년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닌 이용자에 즐거움을 주는 게임의 ‘진면모’를 바라보고, 다른 콘텐츠 산업과 융화돼 K콘텐츠 진흥을 이끌어 내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

게임은 이용자가 그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도록 돕고 각박한 현실을 견딜 수 있는 안식처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추산도 불가능 할 정도의 여러 형태의 게임 이용자의 콘텐츠를 향한 인식을 고려한다면 기타 장르에 대한 애정과 게임을 향한 텍스트 인식을 기계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셧다운제’가 폐지된 지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그 누구도 셧다운제 폐지가 사회적인 문제로 이어졌다고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게임과 사회적 문제의 연결고리가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알게 됐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게임이 다른 문화생활처럼 어디서든 대화 소재가 되고 이용자들이 ‘넌 언제까지 게임하고 살거니’라는 소리를 듣지 않는 시대. 이제는 되지 않았나 싶다. 게임을 글로벌 산업으로 이끌고 진흥을 바란다면 우리 문화 저변에 깔린 콘텐츠 엘리트 주의의 편협성부터 지워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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