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서울의 한 대형마트 라면 매대에서 소비자가 라면을 고르고 있다. [사진=안경선 기자]
19일 오전 서울의 한 대형마트 라면 매대에서 소비자가 라면을 고르고 있다. [사진=안경선 기자]

[이뉴스투데이 최은지 기자] 식품업계가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국내 시장에서의 사업 환경이 어려워진 만큼, 해외에서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해서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식품업계의 지난 1분기 실적은 제품 가격 인상 여부와 해외 사업 상황에 따라 엇갈렸다는 평을 받는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라면 3사가 있다. 라면 3사는 지난해 말 라면 제품 가격 인상을 결정했고, 그 결과 지난 1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또 해외 사업의 고성장세 흐름이 나타났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구체적으로 농심은 올해 1분기 매출 8604억원, 영업이익 638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6.9%, 85.8% 증가했다. 오뚜기는 매출이 15.4% 오른 8567억원, 영업이익이 10.7% 증가한 653억원을 기록했다. 삼양식품은 매출이 21.5% 증가한 2455억원을 기록했다. 원자재 급등 및 물류비 증가로 영업이익은 2.6% 감소한 239억원을 거뒀다. 

제과·빙과 업계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롯데웰푸드는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36.5% 증가한 186억원을 달성했다고 공시했다. 통합 효율화 작업을 통한 수익성 개선과 올해 2월부터 제과·빙과류 제품 가격을 인상한 덕분이다. 또 해외 사업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18.8% 증가한 302억원, 영업이익은 74.8% 증가한 89억원을 기록했다. 빙그레도 주요 빙과·유제품 가격을 인상한 이후 영업이익이 702% 증가한 127억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가격 인상 카드의 경우, 올해 더 이상 사용하기 힘든 분위기가 됐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식품업계는 원재료 값이 오르면, 그 인상분의 일부를 제품 가격에 반영해 실적을 방어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추경호 부총리 겸기획재정부 장관의 라면 가격 인하 권고 이후, 현재 국내 식품업계는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의 영향권에 있다. 추 부총리의 권고 이후 밀가루·제과·제빵 등 식품업계가 연이어 가격 인하에 나선 것. 이는 사실상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으로 기업의 가격 결정권이 약화된 셈이다. 

이로 인한 기업 수익 악화 우려는 주가에 곧장 반영되기도 했다.  실제 가장 먼저 라면 가격 인하를 결정한 농심의 경우, 가격 인하 소식이 전해지기 전 거래일(6월 27일) 대비 지난 21일 주가가 3.4% 하락했고, 오뚜기는 8.3% 떨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뿐만 아니라 인건비, 물류비, 에너지 비용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인상을 고심해야 할 시기에, 동결 또는 인하를 해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물가 안정 권고와 소비자 여론 등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 내년 초까지는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농심의 미국 제2공장 전경. [사진=농심]
농심의 미국 제2공장 전경. [사진=농심]

◇사명 변경부터 현지 맞춤 전략까지

이 때문에 식품업계의 올해 실적은 사실상 해외 시장에 달렸다는 평이 나온다. 국내 시장에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해외에서 이를 얼마나 만회하는 지가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이에 업계 움직임도 분주한 모양새다. 먼저 롯데제과는 지난 4월 사명을 롯데웰푸드로 변경하는 큰 결정을 내렸다. 이와 함께 롯데웰푸드는 적극적인 글로벌 공략을 선언, 현재 20% 수준인 해외 사업 비중을 중장기적으로 50%까지 확대한다고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올해 1월에는 인도 자회사 ‘하브모어’에 약 700억원 투자를 집행하기도 했다. 

삼양식품그룹도 이름을 ‘삼양라운드스퀘어’로 바꿨다. 글로벌 인지도 확대·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에 나서기 위함이다. 삼양식품의 경우, 해외에서 불닭볶음면이 인기를 끌면서 전체 매출에서 해외 비중이 이미 절반 이상이 됐다. 

농심은 지난해 전체 매출 중 해외 비중이 38%다. 이를 2025년까지 50%로 확대한다는 게 농심의 목표다. 이를 위해 24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 지난해 4월 미국에 제2공장을 설립했다. 여기에 제3공장 설립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J제일제당은 현지 맞춤 전략을 펼치고 있다. 국내에서 만두소 육류로 대부분 돼지고기가 사용되는 것과 달리 닭고기를 선호하는 미국 현지 식성을 고려해 ‘치킨 만두’를 개발했다. 또 한국인에게는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만, 미국에선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야채인 ‘고수’를 부추 대신 첨가했다. 그 결과 해외 만두 상품 ‘비비고 치킨&고수만두’는 미국 점유율 1위였던 중국 ‘링링’을 제치고, 현재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오리온은 러시아 현지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체리, 라즈베리 등 잼을 활용한 초코파이로 현지 매출 확대를 꾀하고 있다.  올해에는 트베리 신공장에 파이, 비스킷 라인 이설 및 젤리 라인 신설을 통해 안정적인 제품 공급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K푸드가 필수식품이 아닌 기호식품으로 분류된다는 점이 희망적이다. 필수식품이 아닌 만큼, 가격 결정권에서 다소 자유롭기 때문”이라며 “또 최근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K푸드로 이어지면서 해외 시장에서의 리스크가 낮아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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